20대 생태보고서(Ⅱ)

1. 뭉쳐야 하는 이유, 뭉칠 수 없는 이유 - “20대, 불만을 쏟아낸다면”

어차피 “모여라”고 소리쳐봐야 모일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상징이 될 수는 있다. 지난 2002년 미선이, 효순이 장갑차 사건 때 처음 모여든 촛불이 그렇고, 2008년에는 “광우병 쇠고기가 먹기 싫다”며 들어올린 촛불이 그렇다. 권력자들이 ‘겁을 먹을’만 한 일임은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앞으로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 97년 노동법을 총파업으로 막아냈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았다.(이 노동법은 2009년 ‘중재안’이란 이름으로 통과되었다) 오히려 그 이후 국가가 나도 모르게 내 통장을 보증으로 세운 빚잔치가 ‘뽀록’나며 더 힘든 세상의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미선이 효순이의 염원을 받아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집값은 무섭게 올랐고, 물가도 팍팍 올랐는데 어찌된 것이 월급만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 광우병 쇠고기를 반대해 들었던 촛불도 100만 명의 시민을 광장 앞에 불러 모았지만 아무런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미국산 쇠고기는 편안하게 수입되고 있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 쇠고기를 먹고 마시고 있을 수도 있다.

어 리를(a little...) 거슬러 올라가 봐도, 우리나라 역사에서 많은 세력들이 정권을 잡고 스러져 갔으나 우리의 삶은 변한 게 없다. 이식된 자본주의는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열어주었을지 몰라도 더 많은 사람들의 노동력을 ‘합법’이란 이유로 착취해 갔다.(설령 그것이 우리가 아니더라도 아프리카 소년이, 동남아시아의 소녀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기계가 일하듯 하루 종일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탈모와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일하던 중 새참을 먹는 것도, 막걸리 한 잔 하며 덩실덩실 노는 것도 사라졌다.

그나마 우리가 얻어낸 투표의 평등도 ‘돈이면 다 되는’ 요지경 세상은 앗아가고 있다. 일당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용직 노동자들은 투표권 없는 투표권을 가지고 있을 뿐이고, 일에 치이는 대한민국에서 투표일은 휴일 이상의 의미를 갖기가 어렵다.(정치가들에게 가장 행복한 것은 무관심이라, 그들은 이러한 현상을 개선할 의지도 없을 것이다. 일부러 짜증나게 하는거 아냐?!)

                  △저.. 이거 언제 해결하실래요?

왜 이 빌어먹을 고단한 삶은 끝나지 않고 오히려 점점 우리를 짓누르는 것인가? 아파트 값은 어디까지 오를 것이며, 이발 한 번 하는게 큰 맘까지 먹어야 하는 내 월급으로, 몇 백만원의 사교육비를 감당하며 아이를 ‘이 나라가 원하는 새세상 일꾼’으로 키울 수 있을까? 그나저나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도 이 세상은 변하지 않는 것인가? 도대체 몇 명이 모여 어떤 소리를 질러야 저들은 우리의 말을 들을 것인가?

그 얘기에 관계되었지만 조금은 다른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질문에서 나온 첫번째 이야기는 신자유주의적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세상은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신자유주의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모여 소리를 지른다고 세상이 변할 것인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앞서 언급한 내 고민의 또 다른 축이자. “내 아주 전반적으로다가” 말하고 싶은 핵심이다.

앞서 나온 몇몇 가지 사례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보자. 나는 2001년 대학에 입학해 “동작 봐라”와 “개념 없다” 등 군사용어가 난무하는 살벌한 술집에서 막걸리 두 통을 담은 냉면 사발, 그것도 두 그릇을 원 샷 해야 했다.(두 그릇인 이유는 또 다른 군대용어 ‘연대 책임’이다) 그들은 신자유주의자였는가? 아니다. 그들은 운동권이자 열렬한 반신자유주의자들이다. 반미주의자들이었으며, 우리 민족의 대동단결을 말하는 사람들이었다.

또 하나. 지난 2008년 말 촛불집회가 사그라지던, 그리고 정권이 복수의 칼날을 갈던 그 엄중한 시기, 민주노총 000위원장이 피신해 있던 한 여성 조합원의 집에서 있어서 안될 일이 일어났다. 민주노총 간부에 의한 조합원 성폭행 사건,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나?

민주노총은 아직도 그 사건에 대해 ‘징계’ 등 어떠한 결정을 내린 바 없고 이 안건은 몇 차례 대의원 대회를 통해 “이거 우리 다음에 하자”는 결정이 떨어졌다. 피해자와 피해자 지지모임 중심으로 다행히 계속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왜 이런 문제를 피해자 본인이 직접 나서야 하는가!) 언제 해결이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민주노총 총연맹이 신자유주의자들의 집합소인가? 아니다. 그들은 열렬한 반신자유주의자들이다.

자. 당신은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을 반대한다. 그런데 어떤 다른 사람도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을 반대한다. 그러면 당신은 그와 연대해야 할 것이다. 함께 소리를 지르고, 돈이 아닌 사람이 사는 세상을 만들자고 함께 외치고 주장해야 한다. 그런데, 그 사람이 파시스트라면?, 권위주의자라면? 그 사람이 성매매를 한다면, 그와 연대할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

그런데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을 반대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이른바 ‘진보적’인 사회에서도 지독할 정도로 이딴 것들이 만연하다. 나이가 어리다고 의견결정에서 배제되고 성희롱과 성추행은 만만치 않게 그 사회에서도 만연되어 있다. 신자유주의 전선 하나에는 비교적 강고하게 맞서고 있지만, 그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만만치 않다.

집회에 한 번 나와 본 후 나 역시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했고, 이제 그나마 명맥도 끊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대전선을 쳐야 할 진영, 그리고 그 안의 어른들은 주구장창, 신자유주의에 물든 아이들을 개탄한다.

이미 돈이면 다 되는 세상에 익숙해져 버린 젊은 친구들을 조직하자고 동분서주 해 대지만 이따위 조직문화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옛 민주노동당 조합원들의 노조결성의 앞길을 막아선 것 또한 민주노동당이며 한 진보적 단체는 월급은 커녕 ‘활동은 순수해야 한다’는 이유로 그들의 재산권과 노동권을 아무렇지도 않게 착취하고 있다.

민주노총에 젊은 활동가들이 이제 얼마나 남았는가? 진보정당에 젊은 정치인은 몇 명이나 있는가? 어차피 이 사회가 젊은 리더들을 좀처럼 용납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는 하지만, 진보진영 내부에서는 그 분위기에서 자유로운가? Never.

(그렇다고 우리는 김문수와 이재오가 간 그 길을 가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그래도 비교적 저쪽보다는 이쪽의 분위기가 더 나으니까.)

만약, 누군가의 말 대로 20대가 연대를 형성하고 짱돌을 들어야 한다면, 그것은 신자유주의가 아닌 권위주의, 파시즘, 왜곡된 여성주의, 반여성주의에 맞서 들어야 할 것이다. 일종의 문화혁명일 것이다. 권위를 배격하고 자유와 다양성을 찾아야 하며, 나이살 좀 많다고 “000 나와!, 어디서 그냥”이라고 말하는 어른들을 부끄럽게 해야 한다.

20대, 불만을 쏟아내야 할 지점은 거기다.(물론 이 불만을 쏟아낼 때도 인간에 대한 애정과 기본적인 상호존중은 품고 있어야 한다. 그것 없이 불만만 쏟아내는 것도 ‘나쁜 짓(???)’이다.) 다만 신자유주의와 맞서 싸울 때는 강고한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우리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물론 이는 여기에 동의하는 3~40대, 50대, 60대 그리고 10대와도 함께 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얘기를 가다듬어야 하며, 어른들은 인간에 대한 존중을 잃지 말아야 한다.

대표와 일반사원이 사단장과 이등병 만나듯 ‘훈육’이 아닌, 맞담배 피며 활발하게 조직문화를 놓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의원이 보좌관에게 까지 정보를 숨기는 형태를 비판하고 ‘함께 얘기하자’고 말해야 한다. 정당의 대표는 당원과 자주 논의할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은 다수, 소수정당 가릴 것 없이 여야 대표들을 열어놓고 만나야 한다.(응? 이건 아닌가?)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 경쟁을 위해서는 그러한 것이 효율성에 침해된다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효율성 보다 합리성, 경쟁력 보다 연대를 신경 써야 할 것이다. 그게 안된다면 그것은 신자유주의자가 아닌게 아니다(뭔 말이래...)

어른(?)들은 내가 지금 여기에 하고 있는 것처럼 쓰잘데기 없는 얘기도 듣고 자신의 의견을 말해야 한다.(징징대는 건 아니구요 뭐..) 그들의 논리전개가 미흡하고 비록 알아듣기 어려운 부분이 있더라도 함께 논의하고 종국에는 서로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조직문화의 혁신 없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권위주의 왕조를 교체해 봐야 또 다른 권위주의 왕조가 나왔던 것 처럼.

당신은 성매매 하는 비정규직, 권위적인 진보정치인과 믿고 함께 갈 수 있는가? 성희롱 전력이 있는 정치인을 중앙당에서 의욕적으로 영입하는 개혁정당에 투표할 수 있는가? 난 그럴 수 없다.

Posted by dalgona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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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algona82 2010/03/09 14: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와서 보니 비정규직이 다 그런것 같은 뉘앙스가 있는 제목이네요, 급허게 제목을 달다보니, 그런 거 아니란거. 아시죠? ^^

  2. HD 2010/03/09 23: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헐...ㅋㅋ제목 어쩔거임 ㅋㅋㅋ 안티 양산을 위해서 이런거 아니죠?ㅋㅋ

  3. outOfBrain31 2010/03/11 13: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재물(?) 잘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4. ..!.. 2010/03/12 09: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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