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백야행.
새하얗다. 그런데 어둡단다. 그래, 그렇지. 너무 하얘도 어두울 수 있는 거다.
태양을 봤다. 태양은 너무나 밝다. 그런데 너무나 눈이 부셔서. 어둡다.
하얗다고 믿어온 삶이고 걸어온 길이다. 그러나 너무 하얀 세상에 얼마나 어둡게 살아가고 있는지 몰랐다. 이성은 새까매지고, 의존했던 감정은 눌러 붙었다. <백야행>의 요한(고수 분)이 그랬다. 소중한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에 의해 무참히 짓밟혀졌고, 이를 참고 보지 못해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 그 어린 나이에 가꿔온 그의 소중한 사랑은, 애초부터 어린 소년의 감성으로 가질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요한은 그녀를 가지려 했다. 그리고 스스로 눈을 멀게 하고 어둠 속을 걸었다.
요한은 지아(손예진 분)를 믿었다. 그녀가 있는 세상은 밤(夜)이나. 하얗다(白)고 믿었다. 그래서 그 길을 걸었다. 그녀와 손이 닿을락 말락한 그곳에. 그러나 지아가 걸은 하얀밤은 요한이 있는 곳이 아니었다. 지아는 그녀를 영원히 아침이 오지 않는 삶으로 이끌어 낸, 그 존재를 잡으려 했다. 그리고 그 존재를 잡을 수 있다면, 요한도 잡을 수 있을거라 믿었다. 그 환상을 깨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5초도 지나지 않아서였지만.
자신의 엄마에 의해 낮선 중년의 남자에게 팔려가고, 어린 나이에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을 겪어왔으니, 그녀가 잡으려 했던 것은 ‘돈’이다. 그리고 ‘지아’를 잡으려 했던 요한을 이용해, 하나하나 장애물들을 제거해 나간다.
그렇게 14년을 각자의 어둠 속에 갇혀있던 두 사람은, 결국 14년의 믿음을 붕괴시키며 각성하고, 요한은 죽음으로, 지아는 요한을 마음속에서 떠나보냄으로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특히 ‘지아’속에 갇혀 어둠을 어둠으로 자각하지 못했던 요한은, 그가 꿈꾸고 그려왔던 그녀와의 미래가 어른 지아가 아닌, 14년 전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어린 지아였음을 생각한다.
문득, 영화를 보며 요따구 생각을 하긴 했지만, 사실 약간 김빠지는 영화였다. 추리물도 아닌 것이, 멜로도 아닌 것이, 게다가 에로도 아닌 것이 뭔가 라면에 우유말아먹는 기분이랄까? 원작을 못봐서 각색이 어땠네 저땠네 말하기는 참 어렵지만, 굳이 원작에 대비하지 않더라도 애초 시작부터 범인은 이놈이고, 이놈을 조정한 건 저놈이군. 이라는 확신이 떠나지 않았으며, 냉철한 연쇄살인범 ‘요한’이 생각보다 휴머니스트였다는 점도 다소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
또 하나, 이 이유없는 연쇄살인이 단순한 ‘사랑’에 근거했음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 “요한과 샴쌍둥이”같다던 지아가 마지막 순간, 터프하게 “얘 몰라”라며 돌아선 부분의 감정선도 쉽게 연결되지 못한다. 한 마디로, 좀 허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예진과 고수의 연기는 비교적 훌륭했다. 특히 착하면서도 깊고, 냉정해 보일 수도 있는 고수의 눈빛을 사.. 사.. 좋아하게 되었다. 복수혈전을 제외하고 영화를 왠만하면 재미있게 보는 내 특성상, 딱히 재미없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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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원작이 죽이지... 나보다 암울하다고 느낀건 이게 처음 이였음..(ㅡ.,ㅡ);
생태보고서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