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저임금 정규직, 혹은 비정규직 - 그가 승진에 밀린 이유
“뭐, 고졸이라 그랬겠지”
“너무 담담하게 얘기하는거 아니냐 -_-”
초여름 무렵, 가장 친한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나 승진 떨어졌다. 그런데 그게 왜 인줄 아냐? 내가 대학 안 나와서다. 술이나 한 잔 하자 ㅋㅋㅋㅋㅋㅋㅋ”
‘영업직’ 사원이라, 실적에 따라 나보다야 돈을 더 받는 친구지만 이 친구는 비정규직이다. 기본급도 없고 1년 이상 일해도 퇴직금이라는 것은 꿈도 못 꾼다. 그런 이 친구에게 ‘승진’은 하늘로 올라가는 동아줄과도 같다. 영업 인센티브로 돈을 받는 그에게 적어도 비교적 안정적인 ‘기본급’과 노동자라면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4대 보험’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동아줄을 끊어버린 건 다름 아닌 ‘학력’이었다. 나름 괜찮게 영업해서 꾸준히 실적도 내고, 생긴 것 자체부터가 워낙 웃겨먹은 녀석이라 회사 사람들과도 잘 지내는 괜찮은 친구인데, 가정 형편으로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대학 공부가 그의 동아줄을 끊어버린 셈이다. 그것도 생일 얼마 전에.
술 한 잔 나누면서, 우리야 속상한 마음에 “거 봐, 대학 졸업장은 따야한다고 했잖아”라며 녀석에게 푸념밖에 할 수 없었지만 근본적으로 따져 봐도, 객관적인 이유 없이 단순히 ‘학력’이라는 이유 하나로 승진대상 제외가 되는 현실은 납득할 수 없는 것임은 분명하다.
만약에, 혹시라도 이 회사가 다른 이유 때문에 이 친구를 승진에서 제외시켜놓고, 그 사실을 차마 밝힐 수 없어, 그에게 승진실패의 다른 이유로 ‘학벌’을 제시했을런지야 모르겠다. 그렇지만 ‘학벌’이 승진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 나는 그것 자체도 납득되지 않는다.
아이폰이 날아다니는 지금의 이 사회에서도 ‘지방대졸’과 ‘전문대졸’은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그런 대한민국 사회에서 ‘고졸’인 20대가 느끼는 벽의 두께는 얼마나 두텁고 높을까? 나의 친구는 이 ‘고졸’이란 벽에 가로막혀 나이 28살에 심한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긴 친구를 위해 건배를!)
물론 무조건 ‘고졸’이라고 해서 바로 ‘사회 최하층’으로 편입되는 것은 아니지, 전문직종에서 행복하게(이 나라에선 돈 버는게 행복한 거니까 -_-) 잘 살아나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20대 생태계에서(어느세대가 다르겠냐만은) ‘고졸 20대’가 차지하고 있는 영역은 먹이사슬 맨 아래일 가능성이 높다. 이 지랄맞은 ‘학벌민국’에서 고졸들이 겪었던, 겪고 있는, 언젠가는 겪어야 할 고통이다.
주변 고졸들이, 사회생활을 겪고 난 후, 방송통신대든 야간대학이든, 어떻게든 대학에 가려 애쓰는 이유를 난 이렇게 사회에 나와서야 알았다. 4년제 다니는 사람들에게야 대학생이라는 것이 술도 좀 먹고, 미팅도 좀 하고, 이렇게 반쯤 즐기다 나오는 하나의 ‘코스’에 불과하지만, 이들에게는 대학졸업장이란 종이 하나가 무척이나 절박하다.
30대 초반의 행님 A도 결국 ‘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방송통신대학에서 ‘학사’학위 하나 얻고자, ‘주경야독’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 선배도 결국 ‘승진’이 문제였다. “대졸이란 것과 고졸이란 것이 승진체계가 달라.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올라갈 수 있는데 한계가 있거든, ‘학사 학위’ 한 장, 내게는 그게 필요해”
“솔직히, 너 같으면 고졸 상사 밑에서 일하고 싶겠냐? 또 요즘 애들 다 대학 나와서, 능력도 좋고 스펙도 빵빵한데, 나 같은 사람이 상사로 와봐, 뒤에서 씹어대는게 장난 아니지, 회사도 그게 싫고, 나도 그게 짜증나니까. 이래저래 대학졸업장은 필요한 것이지, 그러니 너도 기를 쓰고 대학 졸업해, 당장 돈 번다고, 그게 중요한 게 아냐”
결국 그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 공부가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된 체, 이 사회에서 그렇게나 강조되는 ‘능력’은 이처럼 ‘학벌’ 앞에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된다. 아니, 신자유주의국가라면서 학력과 같은 몇 가지 부분들을 대하는 방식은 전근대적 방식으로 통용되는가? 난 이해가 좀 안된다.
고졸이 겪는 또 하나의 고통, 바로 ‘생산직 고졸’들의 삶이다. 매일 기계처럼 반복되는 고된 육체노동과, 매일같이 느껴지는 무기력함, 하루 8시간 노동에 잔업에 특근에 뼈빠지게 일해야 얻어지는 120~150만원의 월급, 빠져나갈 길 없는 우울함이 이들을 괴롭히는 요인이다.
특히나 최근 공장들이 직접고용보다 대부분이 ‘아웃소싱’이라는 인력업체를 거치면서, 비극은 더 커졌다. 한 녀석은 그렇게 아웃소싱 업체를 전전하는 자신을 ‘돌림빵 인생’이라고 냉소했다.
그 녀석은 몇 가지 푸념을 만날 때마다 늘어놓곤 하는데, 대체로 이런 얘기들이다. “이런 젠장할, 왜 이 추운날 밖에서 일하는 우리보다 안에서 따뜻하게 앉아있는 사무직 애들이 돈을 더 받는거야”라던지, “생산이 얼마나 중요한데, 왜 꼭 사람 자르려면 생산부터 자르는거야”라던지, “왜 회사는 어차피 똑같은 돈을 줄 거면서 아웃소싱으로 사람 사고, 업체에 돈을 주는거야?" 라던지, "왜 똑같은 일을 하는데, 돈은 덜받아야 하는거야? 일은 내가 제일 열심히 하는데!” 등등.
녀석은 작은 업체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다보니 언제 잘릴지도 모를 살얼음판 걷는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거기서 거의 하루 12시간 노동을 하고서도 손에 쥐는 돈은 달랑 최저임금 수준, 잔업에 특근까지 하루도 쉬는 날이 없는데 고작 120만원 받는데 그친다.(그래도 시간이 없으니 돈 쓸데도 없어, 돈 모으기 쉽다는 낙관적인 녀석 -_-)
어디 다른데 취직하고 싶어도, 저들처럼 따뜻한 사무실에 앉아 일하고 싶어도, 그놈의 ‘대졸’ 자격이 뭐기에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냐”는 걱정을 하게 만드는 건지, 공장장까지라고 올라가고 싶은 꿈이 있는데, ‘아웃소싱’이란 발에 묶여 그 꿈마저도 포기해야 하는 건 대체 누구의 장난질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취업은 했으나, 일하고 있으나 희망은 없는 절망적인 20대들, ‘고졸’이란 딱지를 평생 이마에 붙이고 살아야 하는, 그래서 그 딱지를 떼고자 다시 대학에 다녀야하는, 그 가운데 ‘취미’라는 단어는 개나 줘버린 그들은 이 세상이 마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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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얼마전이라..얼마나 슬프셨을까....ㅡㅡ
슬퍼했죠, 누군가는 거짓눈물도 흘렸다는 ^^;;(저희들만 아는 이야기였습니다. 죄송.)
이제는 거짓눈물 이였음을 인정하는구려..ㅋ
돈이 적어도 버틸수있다..일이 힘들어도 버틸수있다..그러나 고졸 현장직의 가장큰 문제는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급여 수준이 똑같다..ㅡㅡ 오히려 나이가 들어
젊은 힘좋은 친구들을 뽑고 내쫒기지 않으면 다행..ㅡㅡ
10년이 지나도 월급은 똑같은데 물가는 미친듯이 오르더군요 ㅋ
와우..달님! 블로그 제목처럼 글도 달달하고 참신하고 참좋군요..
앞으로도 계속 많은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왠지, 친구같은 느낌이지만, 어쨌건 감사합니다~ ㅋㅋ
사회가 졸업장을 우대하는 이유는 졸업자의 지식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4년의 시간 동안 투자한 시간과 금전을 우대하는것 입니다. 그리고 똑같이 4년을 투자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들어가기 힘든 학교를 우대하지요..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교적 동일한 기회에서 비슷하게 투자할 여건이 되는냐는 것입니다. 사교육이 공교육을 식모 부리듯 하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사회에 비하면 고등학교때 까지는 할만 합니다. 그리 극복하지 못 할 난이도도 아니고 수능 시험지는 거지 자식부터 재벌 자식까지 동일 하니까요. 근데 이 다음 단계 부터는.... 다들 말 안해도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지 못 할 것이라면 여기서 저는 정부에 아주 기막힌 제안을 한가지 하겠습니다. 개인의 노력 부족이 아니라 타고난 상황에 다음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국가는 매주 로또 5장씩 무료로 나눠주기 바랍니다. 우리의 스칼렛 오하라님 말씀처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또 떠오르듯 로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일주일을 버티게 합니다. 죽으려다가도 다음주에 혹시 로또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삶을 이어갈 수 있지요.. (절대 개인적 경험 아님ㅡㅡ)등록금이 반토막 나지않는 이상 이것보다 좋은 정책 있음.... 010-344*-abcd로 전화 주시지 말고..그냥 마음에만 담아두세요.(ㅡ.,ㅡ);
***-abc6-1946 으로 하면 되나요?
대학교 가야 하는데... 검정고시 출신이고, 아직 수학능력시험 못 봤습니다... 차라리 수학능력시험 응시하지 말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갈까요?
님 닉네임이 가슴아프네요, 어느쪽에 가시던 고민이 많으시겠어요 ㅠㅠ
방통대는 직장인들이 정말 시간여유없을때 가구요..수능을 보시고 차라리 국가에서 운영하는 직훈과 전문대를
병행하심은 어떨지..4년제가 힘드시다면요..ㅡㅡ
공무원들도 그놈의 학력 때문에 고민하지요...
연식이 조금 되신, 고졸 공무원들중 어떤 분들은 승진을 위해 어떻게든 방통대 졸업장이라도 따려고 한답니다.
결국 '대졸'이 아님 살 수 없는거죠, 대졸이 최소기준인 더러운세상!
나도 학력에 밀렸는데......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