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생태보고서
4. 사회생활 지침서 - 남자, 군대를 찬양하다
“도당체, 이거이 20대랑 무슨 상관이야?” 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군대는 20대들이 (주로)다녀오는 곳이지만, 그 이전에도 있어왔고, 앞으로도(이왕이면 앞으로는 없었으면) 있을 테니까. 즉, 대한민국 사회를 설명함에 있어 군대는 일종의 상수다. 변수가 아닌 것이다.
고민했던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이 ‘대한민국’에서 군대를 건드리는 것은 기름에 목욕재개를 한 뒤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일단 군대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군번까지 까야 하는(군번이 없으면 자격도 상실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군대를 걸고 넘어진다? 이거 자살행위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20대 생태보고서’, 그 중 ‘사회생활 섭렵기’에는, 좀 뜬금없더라도 군대 얘기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 세상 참 빠르게 변해도 가고 있음에도, 20대에게 비교적 가혹한 사회생활 문화가 변화될 조짐은 없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사회문화 속에서 심지어 어떠한 인권침해를 당할 경우에도 피해자들은 “젊어서 고생을 사서도 한다”며 소주 한 잔에 털어 넘기려 하는 모습들, 이러한 현상들의 중심 중 하나에 버젓이 군대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즉 각종 변수에도 불구하고 도출되는 값이 잘 변하지 않는다면 상수가 문제인 것이고, 만약 사회가 의도적으로 어떠한 상수에 대해 일종의 ‘신성불가침’ 영역임을 선언한다면 “이 사회를 뭔가 바꿔봐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건드려야 하는 것이 이 상수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런 상상력이 필요해연
장면 #1. 20대 대학생들의 놀이 ‘사발식’
이거 점점 없어진다고는 하지만, 알게 모르게 하는 곳 많을거다. 나 역시 대학 1학년 입학하자마자 막걸리 두 통을 담은 냉면 그릇 하나를 ‘남자’라는 이유로 완샷 때려야 했고, “너 잘먹는다”는 이유로, 차마 다 마시지 못하고 ‘급 빈대떡’ 부쳐버린 동기의 새로운 한 잔도 내가 완샷 때려야 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하며.
나중에 이들이 ‘신자유주의’에 분개하며 ‘이 더러운’, 혹은 ‘썩어빠진 세상’을 운운할 때, 개인적으로 이들을 대상으로 군대 유격조교가 한 번 되어보고 싶었다. ‘권위주의 정권’ 운운할 때는 차마 그때 못 부친 빈대떡(?)이 생각났으며(토할 뻔 했다는 의미..) ‘세상을 변혁해야 한다’고 할 때는 저들이 만들려는 세상에 겁을 집어먹기도 했다.
이 장면은 이 나라에 군대문화라는게 어디까지 파고들어가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모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 소위 ‘진보’라는 자들의 머릿속에도 군대 spirit은 박혀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군대를 전역한 뒤 올해 향토 예비군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는 나는? 나 역시 그거 없다고 자부 못하겠다.
장면 #2. 회식자리의 내무실 풍경
(예문) 왕고는 사람좋은 웃음을 터트리지만, 상병에게는 ‘요즘 애들이 빠졌구만’이란 기운을 내 뿜는다. 상병은 왕고에게 살살거리면서 일병과 이병에게 “어서 왕고에게 술을 따르라”, “니들이 빠져서는, 거기서 니들 끼리 노가리 까고 있냐? 와서 고참들과 얘기좀 해라”며 갈굼의 말과 눈초리를 날려댄다.
경험이 좀 있는 일병은 눈치 빠르게 “시정하겠습니다”를 외친 후 술자리 심부름에 나서고 어리버리 이등병은 뭐가 뭔지도 모른 체 상병의 손에 이끌려 왕고 옆에 각 잡고 앉아 왕고가 의도적으로 던지는 농담과, 진지한(혹은 과도한) 세태걱정에 대해 ‘네’, 혹은 ‘아닙니다’ 딱 두 단어로 약 세 시간의 피곤한 회식시간을 보낸다.
(예문1) 다음 예시에서 앞의 항목을 뒤의 항목으로 바꾼 뒤 그 차이점을 찾으시오.
① 이등병 = 신입사원 ② 일병 = 대리 ③ 상병 = 과장 ④ 왕고 = 부장 혹은 사장
장면 #3. 실질적으로 대입해 봅시다.
한 후배 녀석의 아는 형은 회식자리 3차 까지 갔다가 부장님 심기를 한 번 잘못 건드렸고,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쳤는데 굳어지는 그의 얼굴) 동기들이 싸그리 끌려가 과장에게 ‘개갈굼’을 당했다고 한다. 아 물론 ‘개갈굼’의 정도가 설마 군대에서의 그것과 같으리라 만은, 단순히 말실수 혹은 농담 한 번에 ‘집합’으로 이어지는 것은 남자들에게 왠일인지 낮설지가 않다.(이 형이란 사람은 후배녀석에게 ‘여자 없는 3차는 가지 말라’며 진심어린 걱정을 했다고 한다)
위의 것은 사실 나도 듣도보도 못한 극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요즘은 아래 직원들이 작정을 하고 상사를 약 올리는 회식도 많고 보통 이것도 허허허 넘겨버리는 경우도 있으니까.(이것이 ‘진리’라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이런 문화가 깨어지고 있다는 반증일 거다) 그런데 회식이 아니라 ‘일을 하는 과정’을 놓고 보면, ‘군대’은 더욱 분명해진다.
‘일’이란 것을 할 때는 진보고 나발이고 없는데, ‘경쟁사회’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회사를 컨트롤하기 위해 주로 차용되는 개념이 ‘군대개념’이다. ‘상명하복’은 상사에게 가장 효율적인 제도이며, ‘갈굼’은 ‘설득’보다는 자신의 의지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 사원들에게 관철시키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다.
“노노, 이건 이렇게 하기 보다는 이런 방식을 쓰는게 어떨까?”보다는 “왜 이따구로 하나?”가 짧고 강렬하며, “이거는 한 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봤으면 좋겠는데?”보다는 “다시 해와”가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고 믿는다. “나도 그렇게 배워왔다”며, “그렇게 배워야 안잊어 먹는다”며.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과를 위해 과정이 어떻게든 상관없다는 식의 저런 말들은 최근 한 2년 동안 집중적으로 들어본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행태는 적어도 내가 봤을 때, 보수건 진보건, 나이가 많건 적건, 군대처럼 상하가 분명히 나눠지는 조직에서는 분명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토론’보다 ‘지시’, ‘설득’보다 ‘욕설’은.
그리고 이렇게 자라온 이등병들은 병장이 되면서 역시 같은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오히려 그 효율성에 감동어린 찬양을 바친다.(정말 뭐가 효율적일까?) 그렇게 군대 문화는 이 사회의 상수가 되었고, 여전히 말단인 20대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리고 가장 큰 피해자인 20대 남성들은 대부분 “젊을 때 버티면 나도 병장이 되니까”라며 참고, 눈물젖은 빵을 먹고, 오늘도 폭설을 뚫고 출근을 한다.(그러다 정리해고 당하면 우짜.)
그래, 문제는 군대다. ‘병영국가’라는 말은, 이미 제사상으로 고고씽했지만 그 실체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변화할 생각조차 없다. ‘사내다움’, 그것이 이 사회를 지배하는 핵심이자 이 모든 모순의 출발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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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썼다.
감사감사~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
한명 한명 올챙이 시절을 생각해서 지금의 올챙이들을 챙겨주려 한다면...
좀 바뀌려나요??
그게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그런 상사의 고함과 억지에
주눅들고 효율을 내주는 우리 직원직원들의 자존감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러면서도
이 부분을 그저 '상사''문화''제도'탓만하고 있는
무책임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걸. 그냥 남들이 바꿔주길 원하고만 있다는 거죠.
또한 그걸 누군가 바꾸려 반향을 일으키면.
"재 뭐니?""왜저래?" 하고 폭삭 주저 앉히는 풍조가.
정말 슬프게도 우리에겐 있습니다.
그렇죠, 당사자 보다 너무 쿨한 주변들이 문제인 듯, 감사합니다 ^^
젊어서 고생은 사서한다..이것은 옛날 없던시절 노가다 판에서 현장관리자들이
단순히 일시키려고 하던말이라는...ㅡㅡ 제가 아는분이 그럽디다. 젊어서 그말듣고
죽어라 힘썼다가 한방에 훅 갔다고........ㅠㅠ 몸은 젊었을때부터 지켜야합니다..
....지나가는 말이었씀다......
젊었을 때 부터!!
요즘은 올리는게 뜸하시군요..20대들에 대한 사랑이 식었나요?..ㅠㅠ
아님 혹시 이제 20대가 아닌건가요??ㅠㅠ
아.. 잡아야 하는데 ㅋㅋㅋㅋ
흠..꼭 군대문화라기 보단 제 개인적인 생각은..그냥 우리사회 자체가 그런건 아닌가 싶은데요..옛부터 이어져온 권위주의.....ㅡㅡ; 저랑 생각이 다르시면 말구...
어쨌든 항상 좋은글 읽고 생각할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함당. 앞으로도 계속 좋은글 부탁드려요...^^
네 ^^ 감사합니다. 댓글 많이 부탁드려요 ^^
요즘 군대가 군대냐ㅡㅡ ㅉㅉ 꼭 군생활 제대로 못한 것들이.....
군생활 제대로 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요즘'이라고 하신거보니 갔다 오신지 좀 된듯 하신데...어떻게 제대로 하고 오셨어요? 설마 '개고생'을 제대로 한 군생활이라고 생각하는 바보는 아니시죠?혹시나 해서...정말 궁금하네요 소위 말하는 '제대로' 한 군생활
왜 댓글이 이렇게 초딩처럼 달리는지.. 뭐.. 솔직히 인정하기 싫지만 나름 맞는 말 같은데... 글의 포스로 예상하건데 불쌍한 청춘님은 그 힘들다는 월남전 베트남 스키부대 출신 입니다.(농담입니다.^^) 다소 권위주의적인 사회라도 단점들로만 넘쳐나지는 않습니다. 역사적 그리고 사회적 요청에 따라 그 시대에 맞는 시스템이 있는겁니다. 솔직히 진짜 잘하는 사람들은 큰 불평 불만 없이 어디가서나 잘합니다.. 참고로 전 군생활 제대로 했습니다.. 진짜로.. ㅡㅡ;
군생활 제대로 하려면, 고문관은 한 번 해봐야죠. 전 군생활 잘 못했습니다 ^^
너무 안타깝지만 변하는게 쉽지가 않지요.. 개인의 능력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직종이라면(광고회사나 스포츠 같은 분야) 그나마 나은데 연공서열을 중요시하는 공무원 이나 기업들은 여전하지요.. 연공서열을 중요시하는 일본이 요즘 박살나는것을 교훈삼아 우리도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한항공보다 모든면에서 좋았던 JAL이 연공서열과 낙하산 인사로 쫄딱 망했습니다.(국가차원에서 어쩔수 없이 수습하겠지만 실질적으로 한번은 망한거지요.) 소주만 팔면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망할 수 없는 진로가 부도 나던때가 생각나더군요.ㅋ 우리나라 사람들이 권력에 너무 시달리다보니 권위까지 부정적인 이미지가 되어버렸네요. 진정한 권위도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기는 하지만..ㅡㅡ;
말씀처럼, 권위와 권위주의는 구별해야죠
형제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