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생태보고서
5. 부모님은 인생의 걸림돌이다 - 꿈을 눈치 보는 사람들
“어릴 때부터 그러셨던 거 같아요. 그렇다고 우리 부모님이 유별난 것은 아니지만 간섭은 좀 많으셨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고 말씀은 하셔서 지금껏 그렇게 해오긴 했는데, 막상 지금 와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니 막막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엄마가 싫어하는데, 정말 짜증나는 상황이야, 엄마랑 얘기도 하기 싫어, 00오빠랑 헤어질 수는 없지만, 엄마한테 얘기하면 언제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말이 안 통하니까 말을 하기 싫은 거야, (그래서? 결국 엄마 말 들으려고?) 그건.... 나도 모르겠어, 아 짜증난다. 정말 (뭐야 -_- 그럼 어쩌라는 거야?)”
앞서 뜬금없이 ‘레지스탕스’들에 대한 얘기부터 하면서, 부모자식간의 문제가 그야말로 ‘개인적 문제’로 치환된 면이 없지 않지만, 사실 그 안에는 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지스탕스’ 이야기를 먼저 한 것은, “이 글에 대한 자세를 어떻게 견지할 것인가”에 대한 밑밥성의 성격이 있다.
협소한 인간관계이지만 사실 내 주변에 레지스탕스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이 서른 가까이 되어서도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오늘도 내일도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착한 어린이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아주 저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주 소소한 부분들(이를테면, ‘밥 먹어’ 라던가, ‘씻어’라는 주문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싫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에 대해서는 저항할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의 큰 방향을 결정할 때 있어 저항은 쉽지 않다.
딱 잘러 말하자면 “꿈까지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점은 있다. 어느 부모가 자식이 고생하는 것을 바라겠는가? 안정적인 삶을 원하지, 그리고 결국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 자신의 의지가 확고하면 결국 가장 열렬한 응원군이 되는 것 또한 부모님이 아니던가?
그런데 내가 얘기하고 하는 핵심은 그러한 반론 안에 있는 부분이다. “안정적인 삶”에 대한 무작정의 동경, 그리고 이에 휘둘리면서 자신의 미래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지 않아”진다는 것, 그리고 이 때문에 저항에 대한 의식을 갖고 있더라도 저항의 논리적 근거를 만들 만한 힘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에 대해 사이비 교주처럼 ‘의지박약’ 딱지를 머리에 붙일 수는 없다. 이것이 추세화 된다면 분명 저렇게 만드는 이 사회의 뭔가가 있을 것이다. 어른들은 요새 20대들이 “의지도 없고, 열심히 하려는 것도 없어”라며 혀를 끌끌 차지만, 정말로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이 것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관점에서 풀어봐야 한다.
바야흐로 젊은 사람들이 견지해야 할 ‘무한도전’의 정신을 펼치기 어려운 세상이다. 날마다 구조조정에 정리해고에, 어디 취업하려면 온갖 외주업체들이 남발되어 있지, 비정규직이지, 그야말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한 노동유연화 속에 ‘무한도전’을 파묻히고, 국가가 우리의 뒤에 안전판 하나 제대로 설치해 주지 못하니, 현재 안정적인 부모님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이건 독이다. 부모님이 우리 곁에 평생 살아주지도 않고, 상황에 따라 우리도 곧 부모님이 되거나 부모님 없이 홀로 살아나가야 할 시점의 변화가 있는데, 사회는 계속 자립의지를 무력화시킨다. 이러니 그동안 정말 빡씨게 살아오셨던 우리 부모님들이 품안에 파고든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년을 연장하고, 퇴임 후에도 비정규직 노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맨 앞에 인용된 친구는 인생의 ‘선택권’을 부모님께 위임한 친구다. 고등학교도, 대학교도(물론 부모님이 원하는 곳에 들어간 건 아니나) 그리고 심지어 ‘전공’까지 부모님의 입김이 들어갔다. 물론 그에 따른 것은 그 친구의 선택이지만.
“과 선택을 부모님이랑 한 건 너무한거 아니냐?”
“근데 진짜 뭘 해야 할지 모르니까요”
“관심분야는 있을거 아냐, 고등학교 때 잘하던 과목이라도 있을테고, 아니 심지어 게임을 좋아한다면, 게임학과에 도전해보면 되는 거 아냐?”
“그건 부모님이 반대하니까”
“아 놔!”
결국 이 친구는 대학생활하면서 전공에 단 한 차례 관심 가져 본 바도 없고, 왜 이 과목(경영학)을 전공해야 하는지도 모른 체, 그냥 저냥 공부하다 MT한 번 못가고, 그 흔한 인문학 책 한권 못 읽고 대학생활을 다 보냈다. 그리고 그동안 스펙을 취득하라는 부모님의 설득에 아르바이트 한 번 한 적 없다. 그러던 이 친구가 다시 취업이라는 갈림길에 서자 고민을 시작한 것이다.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지금 생각하는 건 뭔데?”
“그냥 회사 들어가서 일하는 거”
“어떤 일? 뭐 이것저것 하다보면 딱히 떠오르는게 있을 거 아냐? 뭐 햄버거를 좋아하면 프렌차이즈에 입사 원서를 넣어보거나, 뭐 이런거”
“햄버거는 부모님이 안드시니까 (이 말은 ‘재미’를 위해 넣은 ‘픽션’입니다)”
“아 놔!”
두 번째 인용에 나온 친구는 ‘연애’에 대한 선택권마저 부모님에 의해 제압당한 친구다. 남자친구가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하는 건 없고, 그렇다고 집에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자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돈을 잘 버는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이 나라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살아가기 힘든 비정규 인생이다.
그러니 어머니는 “맘에 안든다”부터 시작해, “남자가 비전이 없다”라든지, “너 걔랑 결혼이라도 하면 미래가 암울하다” 등등의 말들을 던지는 것을 비롯, 그녀의 핸드폰에 수색영장을 부여하며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한 편, 한때 주말 외출금지까지 내리는 계엄령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내가 보기엔 딱히 고민할 문제가 아닌데, 술 먹으며 계속 그것으로 고민하기에 “어머니가 싫으면, 그 이유가 있겠지, 남자친구 포기할 수 있으면 어머니 말 대로 하면되고, 남자친구 포기할 수 없으면 이길 때 까지 싸우면 되는거잖아. 결혼은 니가 하지, 너희 엄마가 하냐”고 쿨 하게 대답해줬지만 돌아온 말은 위에서처럼 “짜증나”였다.(나보고 어쩌라고 ㅠㅠ)
다른 두 이야기인 것 같지만, 관통하는 부분이 있다. 지금 그들의 부모님들이 그들의 인생에 개입하는 부분에 ‘지금 한국에서 사는 것 자체가 사는 것에 위협받을 정도’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돈이 있어야, 돈을 벌어야 이 사회에서 주체가 될 수 있는 작금의 현실 속에, 비교적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부모님이 불안정으로 살아가는 자식들에 대한 개입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5등, 23등, 125등, 3,429등의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받아야 할 고통의 크기를 너무나 잘 아시기에 후덜덜 하다. 결국 자식들의 꿈도 인생도, 사랑도 직접 보고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감에 견딜 수 없다. 자식들은 사실 '레지스탕스 운동'을 벌이지만, 당연히 부모님은 '나치'가 아니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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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수능 전국3,429등이라....괜찮은데????ㅡㅡ;
어?? 그러네 ㅋㅋㅋㅋ
뭐라고 쓰고싶은 말은 많지만..제가 글주변이 없어서요...글 잘 읽고 갑니다..
네 감사합니다 ^^
좋은 딸 컴플렉스란 책에서 보이는 현상은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관점의 글인것 같네요,, 어쨋든 논점은 자녀들은 부모에게서 독립해야하겠다는 거겠죠?
독립은 독립인데, 자녀도, 부모도 서로에 대한 정신적 독립을 할 필요성이 있다는 거 정도 되겠죠?
글올려라 글올려라 글올려라 글올려라................................................................................................................................................글 올려줘욤...
올렸다 ㅡ,.ㅡ;;
오오 글이 좋습니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거죠?^^:
부모의 자녀에 대한 간섭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부모의 열등감 투사로 분석했는데 현실에 기반을 두고 분석한 글이네요. 맘에 듭니다. 아 정말 글솜씨를 빼앗고 싶군요ㅋㅋ
부모의 자녀에 대한 간섭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부모의 열등감 투사로 분석했는데 현실에 기반을 두고 분석한 글이네요. 맘에 듭니다. 아 정말 글솜씨를 빼앗고 싶군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