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반MB와 ‘묻지마’ 통합지도부
민주노총이 오늘 대의원대회를 통해 새로운 위원장을 결정한다고 한다. 사실 노동‘판’도 잘 모르고, 1번 이건, 2번 이건 누가누군지 이름도 헷갈리는 판국에 글을 쓰는 건 조심스럽고(이 동네 사람들은 상당수가 제시되는 비판에 대해 ‘니가 뭘 알아!!’란 반론을 달기에, 잘 모르긴 모르니, 더 할 말이 없지 않은가!!), 이미 다 끝나가는 마당에 이런 비판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꼭 한 번 말하고 싶었~ 습니다!”
이달 중순부터 선거‘판’이 시작되었는데, 초기부터 알 수 없는 일 투성이었다. 대충 밖에서 봐도 저 동네 알력(?)다툼이 심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특히 이번 선거과정에선 더욱 더 심했던 것 같다. 국민파 후보니, 중앙파 후보니, 현장파 후보니 어쩌니 저쩌니 하더니, 통합지도부로 기울었느니 하더니, 안 나오겠다던 임성규 전 위원장이 나온다 하더니, 사퇴한다더니 어쩌더니 저쩌더니,
그 중 내가 가장 의문스러웠던 것은 ‘통합지도부’에 대한 맹신이다. 이거, 요새 나도 많이 보고 있다. 바로 ‘반MB 전선’이 그 모양이다. 잠깐 ‘반MB’의 논리구조를 살펴보자.
1. 한나라당을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을 꺾어야 한다.
2. 야당 각각의 힘이 너무 약하다.
3. 그런데 단순 여론조사를 합산해 보면 음.. 1+2+3+4+…하면 이길 수도 있을 것 같다.
4. 그러므로 힘을 합해야 한다.
5. 여기에 동의 안하면 이명박 잘되라고 저러는 거다. 나쁜 놈!
나 역시, 적어도 연대연합을 이루어 한나라당을 꺾는 것이 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지금도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생각만 하면 영 속이 편하지 않다. 그런데 저 논리에는 몇 가지 맹점이 있다. 바로 이거다.
1.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 중이다. 그리고 한나라당 단체장의 지지율도 상승중이다.
2. ‘이명박을 꺾자’ 외에, 그 다음에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3. 솔직히 민주당 지자체장도 경험해 봤는데, 솔직히 차이가 뭔지 모르겠다.
4. 민주주의 위기는 맞는 것 같은데, 선거 한 번으로 바뀔까 의심스럽다.
나는 야권이 연대를 할 수 있으면 하되, ‘뭘 가지고’, ‘뭘 어떻게’ 할 지, 누가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다. ‘복지’는 다들 동의하는 것 같은데, 지금 지자체 재정구조에서 ‘복지’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국정이 안 바뀌는데 지자체가 어떻게 바꾸겠다는 건지, 그걸 모르겠다. 그걸 모른 상태에서 이명박을 꺾자니, 그 마음은 백번천번 동의하나, 사실 미래가 잘 안그려진다.(여기에 민주당이 한미FTA는 묻어가자고 한다. 한미FTA이 발효되면 서민-농민의 삶이 한번에 뒤집어지는데, 이걸 왜 묻고가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그런데 민주노총에서 나오는 통합 얘기는 이것보다 논리가 더 성립되지 않는다.
1. 민주노총의 위기다.
2. 정파갈등으로 위기가 왔고, 정파간 싸움을 하면 위기가 더 커진다.
3. 그러므로 통합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
이 논리에도 솔까말, 이해 안 되는 측면이 있다.
1. 예전부터 위기였는데, 지금이 왜 특히 위기라는 건지?
2. 임성규 통합지도부가 내부 통솔에 용이했다는데, 그 통솔로 쌍차를 막았는지, 노동법을 막았는지?
3. 뭘 놓고 ‘통합’이라는 건지, 정파감정? 그럼 정파도 없고 별 감정도 없는 조합원들, 현장 노동자들, 민주노총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비정규직들은?
차라리 ‘공동의 정책’, 즉 “우리 힘을 합쳐서 조직률을 15%까지 올려보자, 우리 통합해서 정파 활동가들이 한 번 다 나서보는게 어떠냐”라던지, “비정규직 노조를 10개 조직해보자”라던지, 구체적인 합의점이 있으면 차라리, 오, 그거 좋겠다 라는 심정적 동조도 들겠다. 그런데 위기를 만들었다는 정파들이 지금 와서 통합지도부를 구성한다고 위기가 멈추리란 논리는 무엇인가?
정파간 담합으로 극복될 위기라면, 그게 무슨 위기인가? 그냥 하면 되는 거지, 이미 두 후보가 출마한 상태에서 몇몇 산별위원장이란 분들이 통합지도부를 구성한다며 임성규 위원장을 재출마시킨것도 납득 안되고, 임 위원장 사퇴 이후, 통합에 실패했다며 개탄하고 사퇴한 부위원장들도 납득 안된다.
나도 잘 모르겠지만 노동은 노동의 가치와 방향이 있을텐데, 이거 너무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거 아닌지, 몰라서 하는 말이지만 걱정이 된다. 여기나 저기나 묻지마 통합이 종교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 조직이 아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건 인정하는 것이고, 통합, 연합을 하려면, 뭔가 보는 사람 마음에 와닿는 ‘그 무언가’부터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ps. 이번 선거 끝나면, 조직분열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일부 전망도 분명한 사실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위기라며? 힘 모으자며? 그럼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마음에 안드는 후보가 있더라도 "그래, 누가 되든 해보자"는 얘기는 없고 "이제 x됬다"는 말만 있으니, 대체 누가 이 위기를 만들었고, 누가 위기를 조장하고, 누가 갈등을 부추기는가?
특히 답합과 패권을 부렸던 것으로 알고 있는(정파간 정책, 노선 경쟁은 100%찬성하지만) 일부 정파쪽에서도 이런 얘기가 나오는게 참 가당치 않다. 글을 쓰다보니, 왜 민주노총이 위기인지 알 것 같다. 노동운동가들이 정치가랑 많이 닮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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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또 국민파 후보가 당선되었군요. 정승호씨 같은 비정파 후보는 떨어지고. 이게 그토록 염원하던 통합의 결과인건지....
딱 52%였다죠, 그 52%에게 당선자의 공약과 정책에 대해 한 번 물어봐서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