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향은 자유, 그러나 황석영은 슬프다.
이재오와 김문수가 전향을 했다. 그러나 난 슬프지 않았다. 왜? 어릴 때였으니까 -_-
수많은 운동권 386이, 뉴라이트란 이름으로, 한나라당의 이름으로 전향했다. 전혀 감흥 없었다.
왜? 누군지들 모르니까 -_-
그런데, 어제 황석영의 전향은 좀 슬펐다.
전향은 자유다. 대한민국은 사상의 자유가 있는 나라다. 누구든 자신의 옛 사상을 배신할 수 있다. 처음엔 욕 좀 먹어도 나중에 다 잊혀지기 마련이다. 학생운동 하던 이명박 군이 이명박 대통령이 되어 촛불과 시민사회계, 노동을 탄압하고 있다. 이 또한 전향이지만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황석영의 전향도 그럴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기록에 남지만 그의 행적은 점차 그의 과거와 멀어질 것이다. 언젠가 그도 이문열 처럼 ‘정권의 홍위병’이 될 수도 있고 나팔수가 될 수도 있겠다. 욕은 먹고 다니겠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되겠는가?
황석영의 전향에 슬펐던 이유는 그가 이명박 정부를 ‘중도실용정부’라고 표현했거나, ‘정부에 참여하겠다’는 말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자아를 만들고 자신의 위치를 만들어 낸 광주민주화 항쟁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2001년이 되어서야 내가 읽은 책이다. 광주와의 간극이 20년이 넘었지만 당시의 느낌이 생생할 만큼 명저다. 이 책을 읽고 광주민주화 항쟁에 관심을 가졌고, 광주민주화항쟁을 알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당시 학생운동권들은 이 책을 복사해 돌려읽기도 하고 그랬다 한다.(그래서 그들도 전향을?)
어쨌거나 그 책의 저자가, 광주민주화 항쟁을 ‘광주사태’로 칭했다. 그리고 “유럽에서도 일어났던 과정”이라며, 엄청난 비극을 민주화 이행의 한 과정 정도로 치부해 버렸다. 정체를 잘 알 수 없는 지만원과 큰 인식차가 없을 정도다. 그러니 그의 전향이 어째서 슬프지 않겠는가?
그간 들렸던 황석영에 대한 몇 가지 소문, 그리고 지난 대선기간동안 그가 보여준 행보에 대해서도 많은 실망감이 들긴 했지만 ‘말 보다 행동이 앞서 그려러니’했다.(이번도 말 보다 행동이 먼저 앞서기는 했다) 그런 그가. 어제 전향의 못을 박아버렸던 것이다. 아울러 그의 책을 본 많은 독자들의 가슴에도 못을 박아버렸다.
앞으로 황석영이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유인촌 대신 문화부장관이 될 수도, 한나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몽골+2 Korea’라는 자신의 문학적 프로젝트를 위해 인종연구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시대의 어둠을 넘었던 소설가 황석영은 이제 없다. 그게 슬프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