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아버지, 민주당의 어머니
이번 4.29 재선거에서 최고로 재수없었지만 미끈했던 캐치프레이즈는 정동영 의원의 ‘어머니, 정동영 입니다’였다. 생떼에 징징거림까지 녹아있는 짜증나던 이 캐치프레이즈는 역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파고들었고, 정 의원은 70%가 넘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또 하나. 지난 어버이날 즈음에서 한나라당사에 걸려있는 캐치프레이즈는 ‘아버지, 당신이 희망입니다’였다. ‘아버지는 가족의 희망, 대한민국의 희망’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어머니를 찾은 정동영은 재선거에 승리했고 재선거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은 아버지를 찾고 있는 재미있는 광경이다.
정동영의 어머니와, 한나라당의 아버지, 아니 정동영 의원은 사실상 민주당의 적자인 만큼, 그리고 십중팔구 민주당으로의 복당할 만큼, 정동영의 어머니는 민주당의 어머니이며, 이 캐치프레이즈는 ‘민주당의 어머니’와 ‘한나라당의 아버지’라 확대해석할 수 있겠다.
어쨌건 이 두 캐치프레이즈를 보며 느낀 복잡다난한 감정이 있었다. 혼재된 감정이 정리되고 문득 두 캐치프레이즈가 가진 고리를 풀다보니 이런 듣보스러운 결론이 나왔다. “한나라당의 아버지와, 민주당의 어머니는 부부, 결국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한 가족”(수수께끼는 모두 풀렸어!)
사실 두 정당은 공통점이 참 많다. 범민주당의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서민과 중산층의 지지를 받고 출범했지만 구조조정과 부동산 버블로 중산층을 붕괴시켰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정부는 서민과 영세층의 지지를 받고 출범했지만 그 결과물은 부자감세다. 그들은 철저히 지지층을 배신하고 외면했다.(그리고 그 과실은 똑같이 부유층에 갔다)
다른 정권임에도 결론이 같은 이유는 그들의 가훈이 같이 때문이다. 바로 ‘닥치고 경쟁’, 신자유주의다. 구조조정과 재벌특혜로 이들이 벌려놓은 소득의 양극화는 교육의 양극화로, 교육의 양극화는 더욱 큰 격차의 소득 양극화로 이어진다. 다만 사람을 채에 넣고 탈탈 털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한나라당은 “병신”소리를 하고, 민주당은 “쯧쯧쯧”이라고 하는 차이정도랄까?
비정규직법, 한미FTA를 만들어낸 것은 모두 민주당이다. 미디어악법이 굉장히 중요한 악법임은 분명하지만, 그만큼이나 중요한 비정규직법이나 한미FTA에 대해 명확한 입장정리를 못하는 것은 민주당의 이와 같은 한계 때문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며’ 자신을 숨겨왔다. 그랬던 민주당이 최근 핏줄증명을 하고 나섰다. 민주당류인 정동영은 ‘어머니’를 찾으며 “우리가 남이가”를 외쳤고 당은 ‘뉴민주당 플랜’을 들고나왔다. "이념을 뛰어넘어 중도실용", 어디서 많이 들었다. 바로 제작년 연말,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읽어준 동화책 구절, 그대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집안에서 복닥거리는 양 당을 보며 짜증냈던 유권자들은 독립을 꿈꿀 필요가 있다. 새집증후군을 무서워 말고 당당히 다른 가정을 찾아야 한다. 조짐은 나타난다. 영남에서 진보신당 후보가 당선되었고 호남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비록 이번선거에서 의미있는 득표는 못했지만 시민직접후보도 괜찮다. 최소한 막장집안 3류 드라마를 찍는 저 집안에서 가슴만 치며 삐쩍 말라갈 필요는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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