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 귀순병사 기생충 공개,
    “인격 테러” 비판에 색깔론 반박
    김종대 "기생충의 나라 북한, 그걸 까발리는 관음증의 나라 한국"
        2017년 11월 22일 06: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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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순한 북한 병사를 수술한 병원 측에서 해당 기생충 감염, 분변 등을 공개한 것에 대해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인격 테러”라며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을 둘러싸고, 정치권 안팎으로 난데 없는 ‘인권 논쟁’이 번지고 있다.

    먼저 논란이 되고 있는 ‘우리가 북한보다 나은 게 뭔가?’라는 제목의 김종대 의원의 글은 이렇다.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이다.

    “귀순한 북한 병사는 북한군 추격조로부터 사격을 당해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부정당했습니다. 사경을 헤매는 동안 남쪽에서 치료받는 동안 몸 안의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다 공개되어 또 인격의 테러를 당했습니다. 이제는 관심의 초점이 북한군의 정전협정 위반과 유엔사 교칙수칙으로부터 귀순 병사의 몸으로 옮겨지는 양상입니다. ‘이런 환자는 처음이다’라는 의사의 말이 나오는 순간, 귀순 병사는 더 이상 보호받아야 할 인간의 정상성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우리 언론은 귀순 병사에게 총격을 가하던 북한 추격조와 똑같은 짓을 한 것입니다. 자유와 행복을 갈망하던 한 존엄한 인격체가 어떻게 테러를 당하는지, 그 양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 (중략) …

    15일 기자회견에서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의사는 ‘나는 오직 환자를 살리는 사람이다’라며 언론의 과도한 관심과 정략적인 외부 시선에 대해 절규하듯이 저항했습니다. 기자회견 역시 의사가 원해서 한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과 병원 측의 압박에 의한 것임을 실토했습니다. 누가 이 기자회견을 하도록 압박을 넣은 것일까요? 처음부터 환자를 살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적으로 관리되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기자회견이 끝나고 또 찾아가 괴롭히던 기자들은 다음 날 몸 안의 기생충에 대해 대서특필하는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여기서 보호받아야 할 존엄의 경계선이 허무하게 무너졌습니다. 의료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가 부정되었습니다. 현행 의료법을 위반한 범죄 행위이기도 합니다.

    … (중략) …

    정전협정과 별개로 북한군이 남쪽으로 귀순한 병사에게 총격을 가한 것 자체는 인간의 존엄을 부정하는 반인도주의 행위이며, 상대국의 주권을 부정한 것이기 때문에 이 또한 강력히 항의해야 합니다. 하루속히 판문점이 안정을 되찾고 정전협정이 준수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사건 처리의 방향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럴 자격을 상실했습니다. 북한과 똑같은 짓을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생충의 나라 북한보다 그걸 까발리는 관음증의 나라, 이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환자 몸에 가득 찬 기생충들을 공개한 동시에 이를 앞 다퉈 보도한 언론에 대한 비판이다. 또 그로 인해 귀순병사 사건을 계기로 정작 주요하게 다뤄져야 할 이슈들이 귀순병사 몸의 기생충에 묻히는 현 상황이 적절치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교수가 환자를 살린 실력 있는 의사인 것과 별개로, 환자 개인의 정보를 누출한 점은 비판 받아야 대목이라는 것이다.

    특히 김 의원은 지난 15일 이 교수의 기자회견이 “국가기관과 병원 측의 압박에 의한 것”이라며 “누가 이 기자회견을 하도록 압박을 넣은 것일까요? 처음부터 환자를 살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적으로 관리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교수가 귀순병사의 개인정보를 공개한 배경에 정부의 외압이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정말로 정부의 외압에 의해 이 교수가 환자의 정보를 공개하게 된 것이라면,  이는 책임론 등 향후 중요한 논란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온갖 근거 없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이 교수가 한 쪽 눈까지 실명한 상태에서 죽을 고비를 맞은 귀순병사를 성공적으로 수술한 ‘영웅’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웅인 이 교수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는 것이다.

    그간 북한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온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하 최고위원은 “5발의 총알을 맞고 죽음 직전에 있던 병사를 살린 생명의 은인을 인격 테러리스트라고 했다”며 김종대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이 북한 인권에 대해 무관심해서 벌어진 일이라고도 했다. (22일 오전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

    하 최고위원은 “기생충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주민 전체의 문제다. 탈북자들이 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기생충 약 먹이는 것이다. 아마 북한에 기생충 없는 것은 김정은과 그 패밀리 정도”라며 “병사 몸 안에 기생충이 있다는 사실을 통해 북한 인권의 심각성을 얘기해야지 그걸 살린 사람한테 인격 테러리스트라고 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북한 주민 인권’ 문제에 핏대를 세우는 하 최고위원의 주장 속에 ‘귀순병사의 인권’은 실종돼있다. 남한에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교육하기 위해 환자 개인에겐 매우 수치스러울 수 있는 일들을, 환자 동의도 없이, 온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 구체적인 사례까진 알 수 없지만 굶어 죽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인권 문제가 심각하다는 정도는 대다수가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귀순병사 한 사람의 인권은 온데 간데 없이 기생충의 길이까지 까발려 북한 인권 문제를 알려야 할 이유는 아무리 고민해도 찾기 힘들다. 사람에 따라 인권의 경중이 다르지 않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하 최고위원과 같은 주장은 누군가의 인권을 운운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귀순병사 인권 논란은 이념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하 최고위원은 정의당의 북한 인권에 대한 무관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대선 토론 때 심상정 후보가 남북의 관계가 좋으면 유엔 인권결의안 기권할 수도 있다고 하고잘한 것이라고 해서 충격 받았다어떻게 진보라고 할 수 있나라며 정의당은 북한 인권에 대한 무관심진보라는 그런 브랜드 사용하지 말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가세했다김진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의원을 겨냥해 선량한 소시민을 하루아침에 인격테러범으로 만드는 너희들이 바로 인격테러범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깡패정권에는 한마디 못하면서 겨우 치료해주고 회충 공개한 의사가 그리 못마땅한가라며 이번 일로 북의 지옥 같은 실상이 드러나니 화가 나나보다라고도 했다.

    두 사람 모두 직접적으로 언급만 안했을 뿐사실상 진보정당에 지겹게 붙여대던 종북’ 꼬리표를 다시 들이댄 셈이다.

    일부 언론도 김 의원 비난하기에 팔을 걷어 부친 모양새다. <중앙일보>는 이날 “북한 병사 분변 얼굴에 튀며 수술, 의료진 인권은 없느냐”는 제목의 이국종 교수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환자 개인 정보를 공개한 것에 대한 김 의원의 비판과 의료진 인권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만, <중앙>은 “이번에 북한 병사의 실태에 대해 군 당국과 협의해서 기생충 감염, 소장 파열, 분변 등을 공개했다. 합참과 항상 연락을 취하면서 결정한다”며 “헌법에 재외국민을 보호하게 돼 있는데 북한 병사를 재외국민으로 봐야 할지 논란이 있긴 하지만 그의 프라이버시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못지않게 국민의 알 권리 보호도 중요하다”며 이 교수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또한 이 교수는 <중앙>에서 “북한 병사를 비롯해 중증외상 환자가 들어오면 수술실·소생실이 피범벅이 된다. 만약 의료진의 발에 상처기 있으면 간염 등의 감염병에 항상 걸릴 우려가 있다. 의료진의 인권은 없느냐. 북한 병사의 분변·피가 얼굴에 튀면서 진료한다”며 “북한 병사 인권만 있냐. 피 뒤집어쓰고 이렇게 하는데 깊은 자괴감이 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을 비롯해 한 공공병원 간부, 군의관 등이 이 교수를 비판한 것에 대해 ‘의료진의 인권’ 문제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병원 내 인력 부족 등으로 의료진의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고 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문제다. 하지만 환자의 몸 상태를 전 국민에게 알린 것과 의료진 인권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즉 각각 분리해서 해결돼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 교수의 위와 같은 인터뷰는 결국 의료인으로서 본분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 ‘의료진 인권’, ‘병사의 분변’ 등의 표현을 동원한 물타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김 의원은 22일 다시 페이스북에 이 교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을 올렸다. 글의 초반부엔 이 교수에 대한 존경과 곤경에 대해 언급했다.

    다만 김 의원은 “그러나 귀순 병사를 치료하면서, 벌어진 일에 대해 침묵을 지킬 수 없다”며 ‘의료인이 환자 개인의 정보를 타인에게 누설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의료법 제19조을 거론했다.

    김 의원은 “판문점에서의 총격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국민과 언론은 그 병사의 상태에 크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고, 의사는 이에 대해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릴 수 있다. 그렇다면 심폐 소생이나 수술 상황이나 그 이후 감염여부 등 생명의 위독 상태에 대한 설명이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교수님께서는 15일 기자회견 당시에 총격으로 인한 외상과 전혀 무관한 이전의 질병 내용, 예컨대 내장에 가득 찬 기생충을 마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하셨으며, 소장의 분변, 위장에 들어 있는 옥수수까지 다 말씀하셔서 언론에 보도되도록 했다”며 “한 인간의 몸이 똥과 벌레로 오염되었다는 극단적 이미지는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으며, 그 뒤에 이어진 공포와 혐오의 감정도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았다. 약국에서 구충제 판매량이 급증한 것이 그 증거다. 이것은 환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의료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귀순병사 기생충을 대서특필한 언론들에 대해서도 “교수님뿐만 아니라 자극적인 보도로 병사의 몸을 표본실의 청개구리처럼 관음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언론에 대해서도 북한군의 총격 못지않은 범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고 적었다.

    또한 ‘귀순병사의 인권만큼 국민의 알권리가 중요하다’는 이 교수를 비롯한 일각의 주장을 겨냥해 김 의원은 1998년 남아공에서 벌어진 배리 맥기어리 사건을 소개하는 것으로 일침을 가했다.

    “저는 이 교수님께 1998년 남아공에서 벌어진 배리 맥기어리 사건을 상기시켜 드리고자 한다. 에이즈 감염자인 배리 맥기어리를 치료하던 의사는 ‘공공의 안전을 위해’ 배리가 에이즈 감염자라는 사실을 여러 의사들에게 발설했고, 그 이유로 배리는 낙인이 찍혀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 당했다. 이에 배리는 발설한 의사를 고발했으나 재판에서는 무죄를 받았다. 결국 대법원 상고까지 가는 동안 배리의 신상과 얼굴은 완전히 공개되었다. 대법원 판결을 받기도 전에 배리는 비참하게 죽었다.

    이 사건을 통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무엇을 공개한다는 것에 대한 논란은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됐다. 그렇기까지 수많은 희생이 있었습니다. 공공의 관심 때문에 무엇을 공개했다고 말하지 마시기 바란다. 우리는 그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것이 법의 정신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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