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를 산 채로
화장하는 사띠는 왜 하는가?
[인도 100문-35] 남자의 소유물로 본 결과
    2018년 02월 13일 03: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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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어느 종교든 자살을 권하는 종교는 없다. 힌두교 또한 다른 어느 종교와 마찬가지로 자살을 권고하지 않는다. 널리 알려지다시피 힌두교에서 삶이란 이전 생에서 수백, 수천의 삶을 살아 온 업보가 축적되어 주어진 결과이고, 이승에서의 삶 또한 마찬가지로 다음 생에서의 삶을 규정해주는 단서가 되기 때문에 그것을 인위적으로 끊어버리는 것은 세계 운행에 대한 심각한 위반 행위인 것이다.

그런데 힌두 사회에서 자살을 장려하고 그 전통의 보존과 올바른 수행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남편이 죽으면 과부가 된 아내가 따라 죽는 힌두식 순장인 사띠(sati)다. 가장 최근 행해진 사띠로 세상의 주목을 받은 사건은 1987년 9월 4일 루쁘 깐와르(Roop Kanwar)라는 시집 온 지 갓 일곱 달밖에 되지 않은 18세의 과부가 감행한 사띠다.

사건 이후 경찰은 루쁘 깐와르의 시동생이 장작더미에 불을 붙여 그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등 가족의 남성 구성원들을 구속하였으나, 정부가 종교에 개입하지 말라는 종교계와 지역민들의 거센 항의 때문에 결국에는 모두 석방되고 최종적으로는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이 사건 이후 언론과 여성계에서는 사띠의 금지뿐만 아니라 사띠 행위를 찬양하고 미화하는 행위조차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하였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이 지역과 전국에서 모인 보수 인사들은 사띠 찬양의 축제를 열었다.

여성주의자들이 여성 인권 수호를 위해 3,000명이나 모여 집회를 하자, 다르마수호협회라는 단체는 라자스탄 고등법원이 외부 사람들 특히 여성 단체의 참여를 금하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70,000명의 군중을 동원해 지지 시위를 벌였다. 이어 그 자리는 힌두교의 성지가 되었고, 이어 순례의 대상이 되었다.

왜 이렇게 야만적인 풍습을 적극 옹호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일단 종교적 논리를 살펴보자. 힌두교에서 깨달음을 위해 죽을 때까지 금식을 하면서 자살을 하는 행위는 매우 높은 가치 있는 것으로 장려 받는다. 『마누법전』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성스러운 강에 빠지거나, 절벽에서 몸을 던지거나, 불 속으로 몸을 던지거나 금식을 통해 ‘육신을 버린’ 경우도 이에 속하고, 주로 동부 오릿사 주에서 널리 행하는 자간나타(Jagannatha) 축제 때 신상을 모시고 행렬하는 수레 밑으로 몸을 던져 자살하는 경우도 이에 속한다.

불교의 소신(燒身) 공양 또한 이러한 힌두교 전통의 연장선상에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2010년 5월 31일 경상북도 군위군 군위읍 사직리 위천 잠수교 앞 제방에서 지보사라는 사찰에서 수행 중인 승 문수가 자살을 하였는데, 유서로 보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친(親)부자 경제 정책에 대한 반대가 그 이유로 드러났다. 베트남 전쟁에 항거하는 의미로 1963년 분신한 베트남 승 틱쾅둑의 예와 일맥상통함을 보여준다. 모두 그 종교가 규정하는 다르마 즉 진리를 수호하기 위해서다.

사띠는 여자를 남자의 소유물로 보기 때문에 생긴 제도다. 옛날에 아주 옛날에 왕이 죽으면 그를 따르는 몸종이나 호위병 혹은 그가 좋아하던 고양이 등을 함께 묻어주던 것과 동일한 이치다. 또 남자가 죽은 뒤 여자가 재가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혼자 살아가는 것을 장려하면서 그에게 열녀라는 칭호까지 부여하던 그 문화와 동일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열녀에 대해서는 별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사띠에 대해서만 문제 제기를 하곤 한다. 형평성이 맞지 않는 문화 식민주의의 산물이다.

여성을 가리는 것이나 과부를 화장하는 것이나 모두 여성을 죄의 근원으로 보는 데서 출발한다 @이광수

1987년 이후 인도 사회에서는 사띠를 행하는 일은 없어졌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남녀 평등한 사회를 가꾸어 나간다고 보지는 않는다. 아직도 많은 시골에서 여성은 여전히 외부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게 하기 위하여 낯을 가리고 다닌다. 여성은 더욱 조신하게 몸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여성은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살의 일부를 외부 사람에게 보여줘서는 안 된다. 무슬림들이 쓰는 히잡이나 조선시대의 장옷과 같은 이치다.

그 전통 문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남성들이 나서야 한다.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남성들은 죽음을 불사해야 한다. 그러니 비키니를 입고 몸매를 컨테스트 하는 미인 선발 대회 같은 것은 용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수적 힌두주의자들의 테러의 대상이 된다. 결국 종교는 악을 제거하는 것이 정당화 되는 폭력과 희생의 법칙 위에 서 있다.

인도 사회는 매우 보수적이다. 이 말을 달리 하면 여성을 보호하는 문화가 강하다는 것과 여성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 동전의 앞뒷면 같이 공존한다는 것이 된다. 폭력을 멀리 한다는 것과 폭력을 널리 사용하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동전의 앞뒷면 같이 상존한다. 이것이 인도라는 보수 사회의 성격이다.

필자소개
이광수
역사학자.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저서로는'사진인문학', '붓다와 카메라', '제국을 사진 찍다' (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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