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중공업, 2018년 최악의 살인기업
    사망 대부분 하청노동자···원청은 무혐의 또는 벌금
        2018년 04월 25일 05: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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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삼성중공업이 선정됐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에선 타워크레인 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쳤고, 피해 노동자 전원은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사고는 지금까지 벌어진 크레인 사고 중 가장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로 기록된다.

    산재사망대책 마련 공동 캠페인단(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 민주노총, 한국노총)은 25일 오전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2018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반복적인 산업재해 사망의 구조적 원인을 알리고 법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동·시민사회계는 2006년부터 매해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해 발표한다.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발생보고 자료를 기초로 하며, 한 해 동안 산재사망이 가장 많이 발생한 기업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하고 있다.

    사진=유하라

    올해는 6명의 산재 사망자를 낸 삼성중공업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뽑혔다. 노동절이었던 지난해 5월 1일 오후 2시 50분경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800톤급 골리앗 크레인과 32톤급 타워크레인이 충돌해 타워크레인 지지대가 꺾이면서 하부에 있는 노동자 휴게실을 덮치면서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숨진 사망자 전원은 노동절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던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였다.

    삼성중공업은 경찰 조사에서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지적됐음에도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입건조차 되지 않았고, 골리앗 신호수만 과실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캠페인단은 “이번 사고의 원인은 위험의 외주화와 원청의 책임 회피를 불러오는 다단계 고용구조에 있다. 사고가 난 골리앗 크레인과 타워크레인 그리고 수신호를 주는 노동자가 각각 신분과 회사가 다르다보니 사인이 맞지 않아 사고가 난 것”이라며 “크레인 등 대형 장비를 운용하는 노동자들의 다단계 고용구조는 삼성중공업의 위험업무의 외주화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김춘택 삼성중공업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사고가 난 지 1년이 다됐는데도 정부와 삼성중공업은 노동자들의 고통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사고현장을 목격한 5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은 트라우마로 여전히 고통 받고 있고, 사고 이후 한 달 동안 일하지 못한 하청노동자들은 법적 휴업수당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사고의 근본적 책임이 있는 박대영 사장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김준택 사무장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이 하청노동자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휴업수당은 27억 원에 달한다.

    이들은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국회 통과 ▲사고 이후 트라우마를 겪는 노동자에 대한 치유 등 사후대책 마련 ▲하청노동자의 휴업수당 원청 지급 법제화 ▲다단계 하도급 금지 법제화 등을 요구했다.

    사망 대부분 하청노동자···원청과 기업주 무혐의 또는 고작 벌금
    건설사 원청 기소 15건, 판결은 벌금 12건, 무혐의 2건, 기소유예 1건

    삼성중공업 포함 올해 선정된 최악의 살인기업에서 사망한 이들 역시 전원 하청노동자였다. 최악의 살인기업 2위부터 5위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현대엔지니어링(5명), GS건설(5명), 대림산업(5명), STX조선해양(4명), 현대산업개발(4명), 케이알산업(4명), 대림종합건설(4명)이다. 지난해 선정 기업 5개에서 사망한 노동자 38명 중 하청노동자는 89%(34명)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안전의 와주화에 있어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러한 의지가 법제도 개정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하청노동자 산재 사망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하청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도 원청이 처벌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처벌이 있더라도 현장 관리자 정도만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그치는 게 대부분이다.

    2012년부터 2017년 5월까지 발생한 23건의 타워크레인 사망사고 중 수사 중인 2건을 제외하고 건설사 원청을 기소한 15건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은 벌금 12건, 무혐의 2건, 기소유예 1건이다. 사람이 죽는 사고가 벌어져도 원청에 대한 최대한의 판결은 벌금형에 불과한 것이다.

    이 밖에 삼성전자에서 가스누출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친 사고가 났을 때 유독물 관리자 등 삼성전자 임직원 3명, 협력업체 임직원 3명 등만 700만 원이하의 벌금을 물었다. 현대제철에서 가스누출 사고로 5명이 죽었지만 현대제철이 낸 벌금은 고작 5000만원이었다. 성수역과 독산역에서 스크린도어 사고로 각각 1명이 숨졌을 때도 하청업체만 과태료 30만원, 100만원을 냈을 뿐 코레일은 처벌받지 않았다. 대표적인 산재 기업인 현대중공업에서도 대부분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캠페인단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결코 노동자의 사망재해를 예방할 수 없다.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고, 강력한 처벌을 통해 노동자의 산재사망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캐나다와 호주, 영국엔 기업 살인법이 있다. 영국에선 매출액 대비 과징금을 부여하고 있는데, 일례로 노동자 1명이 사망하자 해당 기업에 6억 9천만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특별상에 국토교통부와 우정사업본부를 선정됐다.

    타워크레인 관리·점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해만 21명이 사망한 10건의 타워크레인 사고에 대한 책임이 선정 배경이 됐다. 위험의 외주화 외에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돼온 불량부품 사용 문제 등에 관한 안전검사를 공공기관이 민간으로 넘기면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해 살인기업에 이름을 올리는 우정사업본부는 올해도 가장 많은 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한 기업으로 꼽히며 2년 연속 특별상을 수상했다.

    고용노동부가 강병원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와 집배노조 자료를 종합해보면 지난해 우정사업본부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8명에 달한다. 모두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자살, 심정지 등이다.

    캠페인단은 “고용노동부의 ‘2017 중대재해 보고’자료엔 누락됐지만 정부기업이 민간기업처럼 중대재해 신고를 충실히 해왔다면 아마 올해 최악의 살인기업 1위에 해당했을 것”이라며 “우정사업본부는 여전히 인력 쥐어짜기와 현장과 괴리된 집배부하량 시스템 개선을 외면하며 노동자의 과로사와 과로자살을 방치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외주화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는 대통령이 약속을 지켜 실천으로 옮겨야 할 때”라며 “산재사망에 대한 기업의 처벌 가화 등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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