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의 평양선언 긍정 반응,
    “김정은의 비핵화 메시지 전달됐을 것”
    정세현·김종대 “군사합의···남북 간 종전선언 성격"
        2018년 09월 20일 01:04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방문 이틀째인 19일 북한 최대 규모의 종합체육경기장인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비핵화 의지를 거듭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북한 대중을 상대로 한 첫 연설이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단순한 레터링이 아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남북관계 개선의지 그리고 군사적 적대행위 종식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얘기들”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저녁 9시 김 위원장과 능라도 경기장을 찾아 예술공연 등을 관람한 후 마지막 순서에 연설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 시민들을 향해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며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김 위원장과 나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와 무력충돌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에 합의했다”며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과 나는 8000만 겨레의 손을 굳게 잡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능라도 경기장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정 전 장관은 양 정상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핵화 방침에 진전된 합의가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어조였다고 판단했다.

    그는 20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7분 연설을 하는데 (비핵화에 대한 확신 등이 없었다면)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문 대통령이 연설할 수 있었겠나. 핵 없는 한반도를 만들겠다는 얘기도 했다”며 “나는 그 연설에서 좀 울컥하면서 참 연설 잘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자신의 육성으로 비핵화 언급

    앞서 양 정상은 70분 간 단독회담을 끝내고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와 비핵화를 위한 진전된 방안을 담은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처음으로 자신의 육성으로 ‘비핵화’를 말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비핵화’를 언급해야만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등 의미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되기 전인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김정은의 북핵 폐기, 비핵화 약속은 한 번도 김정은 위원장 입에서 제대로 국제사회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전달된 적은 없다”며 “반드시 김정은 위원장 입에서 한반도 핵 폐기를 통한 완전한 비핵화의 실천의지를 담아 오시길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를 언급하자 자유한국당은 미국이 요구하는 “핵리스트를 내놓지 않았다”며 평양정상회담을 평가절하하고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북한이) 비핵화의 실질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받아들인 것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핵물질, 핵탄두, 핵시설 리스트 신고에 대해서은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에서 주장하는 ‘핵 리스트 제출’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다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당초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합의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라고 평가한 바도 있다.

    정 전 장관 역시 “핵 리스트는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한테 직접 제출해야 한다. 북미정상에서 내놓을 카드”라며 “북미간 접촉도, 대화도 시작이 안 됐는데 핵 리스트를 평양에서 미리 내놓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어제 오전 (양 정상이) 70분 동안 은밀한 얘기를 나눴다. 그 얘기는 트럼프 대통령한테 전달할 메시지밖에 없다”며 “문 대통령이 다음 주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게 돼 있으니까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 비장의 카드를 얘기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70분 단독 대좌에서 나온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 일부가 미국에 전달됐을 것”이라며 “그걸 듣고 트럼프 대통령도 바로 ‘비핵화 관련해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김정은 곧 만날 것이다’, ‘평양선언이 좋다’는 발언을 트위터로 바로 날린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할 수 있다’는 합의 내용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추가로 더 할 수 있다는 얘기는 그다음 단계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 위원장의 올해 서울 방문과 관련해선 “실무자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결단 내린 것은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 “남북한의 종전선언”

    한편 정 전 장관은 남북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담은 군사합의에 대해선 “총괄적으로 결론만 말하면 남북 간의 종전선언”이라고 평가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 또한 이날 오전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미국이 빠진 남북한 간의 종전선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나중에 미국이 들어오게 되면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이 완성되는 것이고, 그 다음 단계 평화협정의 서문을 다 써버린 거다. 한반도 평화로 가는 구체적인 이미지가 이제 형성되기 시작했다”며 “이런 점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는 단연코 종전선언으로 한 걸음 더 갔다는 데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맺은 군사합의와 과거 군사합의의 차이에 대해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합의는 과거 남북관계에서도 여러 번 있었다. 이번의 합의는 그것과는 다르다”며 “단순히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는 걸 넘어서 앞으로 적대행위 자체를 중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과 또 방향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합의로 적대행위 자체가 종식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관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앞으로의 과정, 프로세스를 천명한 것”이라며 “그래서 이 자체가 성공이 아니라 이 합의를 기반으로 해서 앞으로 남과 북이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 운영에 그 최종적인 성패가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주류 언론들도 평양정상회담 긍정적 평가

    북한에 적대적인 기류가 컸던 미국의 주류 언론사들도 평양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의 ‘비핵화’ 언급이 주목을 끌고 있다고 한다.

    김동석 뉴욕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는 이날 같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주류 언론들이 좀 변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신문들의 논평을 보면 이제까지 나온 것에 비해서는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루어낸 공동선언 중에서의 비핵화 부분에 있어서는 긍정적으로 보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상임이사는 “많은 일반 시민사회 여론을 리드하고 있는 뉴욕타임스는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사회에다 대고 육성으로 비핵화라는 걸 언급하면서 얘기한 것은 처음이다’라고 보도했다”면서 “계속 네거티브한 반응을 보였던 월스트리트저널도 굉장히 긍정적으로 썼다. ‘이것은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를 가지고 관계를 돌파하려는 김정은 위원장의 아주 결단력 있는, 대담한 한 수’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