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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우정당 돌풍에
    메르켈, 총리 자리도 위협
    [세계는 지금] 독일 헤센주의회 선거 결과, 기민당-사민당의 재앙
        2018년 10월 30일 06: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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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이하 AfD)의 바람이 기민당 메르켈 총리의 자리마저 흔들었다. 28일(현지시간) 실시된 헤센주 의회 선거에서 기민당은 1당을 차지했지만 40석(27.0%)에 그치는 저조한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민당의 이런 지지율은 헤센주에서 52년 만에 최저 지지율이다.

    AfD는 19석(13.1%)을 차지해 헤센주 의회에 진출하면서 독일의 16개 모든 주에 진출하는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했다. 구동독 지역의 지역정당 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불과 몇 년 만에 보기 좋게 빗나가면서 ‘히틀러의 아이’들은 전국의 주의회에서 합법적으로 활개를 치게 됐다. 녹색당과 사민당은 29석(19.8%)을 차지하며 공동으로 2당에 올랐다.

    기로에 선 메르켈 총리

    선거 직후 메르켈 총리는 내년 1월 당대회에서 대표직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2021년 총선까지 총리직은 유지하겠다고 밝혀 당내 논란이 예상된다.

    이달 중순 실시된 바이에른주 의회 선거에서도 기민당의 자매정당인 기사당이 처음으로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은 데 이어 헤센주 의회 선거에서도 참패를 당하자 당내 논란에 벗어나기 위해 메르켈 총리가 극약처방을 들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차기 총선 이전에 총리 자리를 새로운 인물에게 물려주는 일종의 명예퇴진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측근 중의 한 명인 올라프 슐츠 재무장관 같은 인물을 내세워 총리직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지만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지난해 총선에서 사민당과의 대연정을 구성해야만 할 정도로 지지율이 추락하자 당내에서는 메르켈의 4연임보다는 새로운 인물을 총리로 내세워 당을 쇄신하자는 주장이 대두됐다. 하지만 메르켈이 순순히 2선으로 후퇴하는 대신에 측근들을 중심으로 반격에 나서 최장 연방총리의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공교롭게도 폴커 보우피어 헤센주 총리가 메르켈 연임을 옹호한 측근 중의 한 명이다.

    그동안 AfD는 구동독 지역에서 높은 득표율을 올리며 주의회에 진입한 반면, 구서독 지역에서는 두 자리 수에 못 미치는 득표율로 의회에 진입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구서독 지역인 헤센주에서 단숨에 두 자리 수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은 향후 AfD의 지지율이 더 급등할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내년 봄에 실시될 작센주 선거에서 AfD가 1당을 차지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AfD은 작센의 주도인 드레스덴에서 탄생해 일종의 성지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최대 득표율을 올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때문에 작센주에서는 AfD의 집권을 막기 위해 기형적인 연립정부가 탄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을 정도다.

    사민당도 예외는 아니다. 바이에른주 의회 선거 참패에 이어 헤센에서는 녹색당과 공동 2당에 그쳐 당 지도부가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총선에서 지지율이 급락한 후 안드레아 날레스로 당수를 교체했지만 기민당과 마찬가지로 연이은 지방선거 패배로 지도력에 치명상을 입었다. 끝없는 지지율 추락의 원인 중 하나로 당내에서는 기민당과의 계속된 대연정을 들고 있다. 대연정이 계속되면서 당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지지자들의 이탈이 늘어나면서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져 들었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날레스 당수는 기민당과의 대연정을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대연정 탈퇴가 아니라 재검토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대연정을 탈퇴해 조기총선을 실시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수사일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지금 조기총선을 실시해도 사민당은 AfD에게 2당 자리마저 내줄 수도 있다는 여론조사가 계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민당과 사민당 만으로는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날레스 당수의 조기총선 카드가 수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와 폴커 보우피어 헤센주 총리. 박스 안은 와지르 헤센 녹색당 대표

    녹색당으로 이탈하는 사민당 지지자?

    이번 선거의 최대 승자는 예상 이상의 득표율을 거둔 녹색당이다. 선거 최대 쟁점은 도심지역으로 노후 디젤차 진입을 금지한다는 법률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기민당의 지지율이 추락을 멈추지 않자, 메르켈 총리는 프랑크푸르트 도심으로의 진입을 금지하는 법률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유권자를 겨냥한 것이지만 기민당과 사민당의 참패는 막을 수 없었다.

    노후 차량 진입금지 법안을 만든 것은 헤센주에서 기민당과 연정을 하고 있는 녹색당이었다. 그런데 노후 차량이 선거 쟁점이라면 유권자들이 등을 돌려야 하는 대상은 녹색당이어야 하지만 선거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오히려 여론조사보다 높은 득표율을 올렸다. 바이에른주 의회 선거에서도 나타났지만 사민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녹색당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민당에서 이탈한 표들이 AfD에게 몰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다. AfD의 부상으로 위기에 몰린 기민당과 마찬가지로 녹색당 약진이 사민당의 추락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녹색당 승리의 일등공신을 꼽으라면 단연 헤센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타레크 알 와지르(Tarek Al-Wazir)이다. 개인적인 인기도는 사민당은 물론 기민당의 폴커 보우피어 헤센주 총리와 맞먹을 정도다. 기민당과 헤센 연정에 참여해 에너지(교통)장관을 맡아 노후 차량 법안을 진두지휘한 것도 와지르다. 헤센 유권자들은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녹색당을 선택한 이유는 와지르에 대한 신뢰가 높기 때문이다.

    와지르는 전형적인(?) 녹색키즈 경로를 걸어왔다. 헤센주에서 태어나 10대 후반에 이미 녹색당에 입당해 프랑크푸르트를 무대로 활동해왔다. 불과 몇 년 만에 두각을 나타내며 20대 초반에 헤센주 녹색당 청년조직 의장에 올랐다. 20대 중반에 당 공동대표를 맡아 연방의회로 직행했다. 40대 후반이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인물인 셈이다.

    유권자들이 사민당에게 실망하고 와지르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다. 2008년 주의회 선거에서 기민당이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하자 캐스팅보트를 쥔 와지르는 사민당-좌파당-녹색당을 묶는 적적녹 연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좌파당의 참여를 반대하는 사민당 내부의 반란으로 연정이 와해되는 일이 일어났다. 적적녹 연정이라는 새로운 실험에 호의적이었던 유권자들은 사민당의 행동에 분노를 표시했다. 이때의 사건으로 녹색당이 기민당과의 연정을 추진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선거 이후와 시한폭탄 작센

    헤센주 의회는 기민당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녹색당의 약진으로 기민-녹색 연정이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양당의 의석을 합쳐도 전체 137석 중에 69석으로 과반을 단 한 석 넘는다는 것이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기민당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의회운영을 위해 자민당(9석)을 끌어들이려고 하겠지만 녹색당과 자민당의 정책이 극명해서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자동차산업 등 자본가들을 대변하는 정당인 자민당은 선거 내내 녹색당의 노후차량 공약을 비난해왔다. 묘한 것은 녹색-사민당-좌파당의 의석을 합치면 과반인 69석이라는 사실이다. 이 경우 주총리를 누가 맡느냐를 놓고 녹색당과 사민당이 대립할 가능성이 높아 역시 언론의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기민당과 사민당의 숨통을 죄어 오고 있는 것은 내년 봄으로 예정된 작센주 의회 선거다. 지난해 총선에서 AfD는 27%를 득표하며 26.9%에 그친 기민당을 제치고 주의회 지지율로는 처음으로 1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폴란드 국경지역은 AfD가 집권당이라도 되는 분위기이다. 현재 AfD의 지지율은 계속 폭등해 30대 중반을 넘나들고 있고 기민당은 20% 지지율 무너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민당의 예상 지지율은 한자리수로 나타나 작센 선거가 모두에게 재앙이 될 전망이다. 기민당과 사민당 모두 극약처방조차 없다는 것이 더 문제다.

    필자소개
    인문사회과학 서점 공동대표이며 레디앙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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