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경대 맑스주의학회,
    학생 써클들에 연대 호소
    [번역] ‘전국 진보적 서클들 연합하여, 대학관료들 특권을 끌어내리자!’
        2018년 12월 13일 10: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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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사이 북경대학 마르크스주의학회 학생들은 두 편의 글을 발표했다. 하나는 북경대학 2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이 쓴 「마르크스주의학회에 가입하는 것은 원죄가 된다 当加入马会成为一种原罪」는 글이고, 다른 하나는 「전국의 진보적 서클들이 연합하여, 대학 관료 특권을 신속히 끌어내리자! 全国进步社团联合起来,高校官僚特权快快下台」라는 제목의 학회 성명서다. 성명서가 특히 주목할 만하지만, 한 학생의 글 역시 현 상황의 일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함께 소개한다.

    자신을 북경대학에 다니는 평범한 2학년 학생이라고 소개한 이 학생은 최근 2개월간 북경대학 마르크스주의학회가 교내에서 당한 탄압을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전략) 모순은 이번 학기에 극심해지기 시작했다. 10월. 교내 어떤 학우가 ‘실종된 위에를 찾는 모임’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두 명의 북경대학 졸업생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 모임은 근본적으로는 그 둘이 돌아오는 걸 원하지 않을 걸. 그들은 그녀들이 형벌을 받길 바랄 거야. 그래야 자신들의 영향력을 더 높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어떤 이는 남들을 나쁘게 부추기기도 했다. “‘실종된 위에를 찾는 모임’은 마르크스주의학회가 만든 거야. 이름을 바꿔서 고의로 북경대학에 시비를 걸려는 심보지.”

    11월이 되자, 위티엔푸 학우가 글과 영상의 형식으로 자신이 교내에서 불명의 사람들에 의해 둘러싸여 구타당했던 경험을 고발했을 때, 적지 않은 이들의 관심이 “위티엔푸는 대체 마르크스학회 소속인거야 뭐야”에 집중됐다. 이런 말도 들렸다. “만약 그가 마르크스주의학회라면, 난 그가 말하는 다른 내용에 대한 진실성을 의심할거야.”

    최고조의 상황은 학교 당위원회가 전체 당원 대회를 열었을 때 도래했다. 나는 당원이 아니어서 회의 내용을 알 순 없지만, 바로 그 회의 후에 ‘마르크스주의학회는 불법조직’이라는 말들이 떠들썩하게 돌기 시작한 것에 대해 (사실 내가 처음 이걸 들었을 때는 그야말로 두려움에 떨었었다.) 어찌 우리가 참가하는 동아리 활동이 때를 가리지 않고 불법 행위로 규정받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까?

    뒤이은 사실들은 내가 걱정했던 게 확실히 허황된 생각이 아님을 증명한다. 나는 곧바로 곳곳에서 나를 향한 억압을 당해야 했다. 나의 선생님은 몇 번이고 되풀이된 나와의 면담에서 나를 퇴학 처리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부모님은 거듭거듭 애걸하며 “부모가 걱정하게 하지마라”고 말씀하셨다. 친구들은 갖은 방법으로 충고하며 나를 뜯어말렸다. “먼저 널 보호해야지.”

    학교 내에서 바람이 풀잎에 스치기만 해도 흔들거리니, 필연적으로 마르크스주의학회와의 관계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떤 학우들은 일찍이 학회에 참여했었고, 필연적으로 유죄로 추정 당하는 취급을 당해야 했다.

    하지만 결국 학회와 학회의 학우들은 대체 무엇을 잘못한 걸까? 교내의 일들에 대해 열성적이었던 걸 가리키는 건가? 올해 4월에 정보공개를 신청했던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정보공개 신청을 했던 학우들 중에는 확실히 마르크스주의학회에 참여했던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반성폭력의 합리성을 승인한 사람들은 모두 회원이 아니며, 정보공개 신청은 완전히 정당한 것이었다.

    노동자 권익을 옹호했던 걸 가리키는 것인가? 올해 여름 중국 남방에서 발생한 노동자 권익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오늘까지도 여전히 우리는 노동자 권익 활동의 불법행동을 실증할 조금의 증거도 찾을 수 없다. 비록 신화통신의 보도가 정면으로 노동자 투쟁의 시작부터 끝까지의 경과를 보도하진 않았고, 노동자들이 파출소에서 피력해야만 했던 단락만 절취했지만 말이다. 여전히 노동자들 투쟁의 불법성을 증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부 학우들은 자발적으로 나아가 연대에 참여했다. 이걸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럴 순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이를 가지고 학회 머리끝까지 뿌리칠 순 없다.

    학회가 외부세력과 결탁했다는 걸 가리키는 것인가? 어떤 이들이 이 문제를 공개화했을 때, 나는 심각하게 “세 사람만 우겨대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三人成虎)”는 어떤 감정을 느꼈다. (후략)

    위 글은 현 상황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일군의 좌익 학생운동 서클들이 대학 내에서 큰 지지를 얻고 있는 건 아니라는 점도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대다수는 침묵하고 있고 관망하고 있고, 또 어떤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지지를 표명하고 있기도 하지만, 운동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이들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런 이들이야 항상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지만 말이다.

    이 북경대학 마르크스주의학회의 성명서는 중국 시간을 기준으로 12월 9일(일) 오후 3시 56분에 이 서클의 공공계정을 통해 발표됐다. 아래 성명서가 올라오자 전국 각 대학의 여러 동아리 회원들이 북경대학 마르크스주의학회가 개설한 채팅방에 모여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성명서는 발표된 지 36분만인 4시 32분에 삭제됐고, 그 즈음 조회수는 약 3,000이었다고 한다. 보통 빠르면 5~6시간 내에 검열되어 삭제되는데,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삭제된 셈이다. 공산당 조직 이외의 전국적 조직은 중국 당국이 가장 금기시하는 일 중 하나다.

    여러 국내외 언론을 통해 알려졌듯,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생운동과 노동자운동에 탄압은 매우 끔찍하다. 지난 5월 광동성 선전시에 있는 제이식 공장 노동자들의 공회(노동조합)(1) 조직 사건과 이에 연대한 대학생들의 활동에서부터 시작된 일련의 사건은 전국 각 대학에 있는 좌익학생 서클들에 대한 광범위한 탄압으로 번지고 있다.

    8월 말 북경대학 마르크스주의학회 소속 학생 위에신이 광동성 선전에서 체포된 이후 32명의 대학생 및 노동자들이 잡혀갔다. 이중 몇 명은 풀려났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행방이 묘연하다. 이에 대한 자세한 맥락은 《오늘보다》 11월호에 실린 글 <제이식 노동자들의 공회 건설 투쟁과 좌익 학생운동>과 《한겨레》 11월 24일자 기사 <중국 대학생들은 왜 ‘전태일 평전’을 읽는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래 성명의 굵은 글씨는 원문의 강조를 그대로 옮긴 것이며, 일부 문장과 단락은 읽기 좋게 나누거나 고쳤으며, 주석은 이해를 돕기 위해 달았다.

    전국 진보적 서클(社团)(2)들이 연합하여, 대학 관료들의 특권을 신속히 끌어내리자!
    – 북경대학 마르크스주의학회가 전국의 진보 서클들에 부치는 성명서

    전국의 진보 서클 학우들에게.

    서클이란 우리 청년들이 뜻이 맞는 친구를 찾는 곳이며, 사색과 실천을 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현재 각 대학의 관료들은 우리에게 후안무치에 가까운 보복 공격을 하고 있습니다. 장차 서클의 활동 공간을 보다 줄이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논박의 여지조차 없습니다. 올해 8월 이후부터, 대학 관료당국은 진보적 서클들에 대한 엄밀한 관리 통제를 늘려왔습니다. 예컨대 북경어언대학의 신신청년사단(新新青年社团)은 학연(学联)(3)에 의해 중도반단의 처리를 당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얻었고, 학생서클 보위전의 첫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이어서 북경대학의 마르크스주의학회, 중국인민대학의 신광평민발전연구회(新光平民发展研究会), 북경과기대학의 제민학사(齐民学社), 남경대학의 마르크스주의연구회 등 여러 곳의 학생서클들이 갑작스레 (신학기) 등록이 가로막히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4) 특히 최근에는 각 대학 당국의 보복 수단이 날로 비열해져 면담, 감시, 미행, 고립 등이 끊임없이 일어났습니다. 수치스럽게도 북경대학의 관료들은 심지어 학생들을 정학 처리하는 징계를 강행했습니다.

    몇 년 동안 우리는 당국과 언론이 멋대로 떠드는 말들을 쉽게 믿어왔습니다. 대학 학당이란 청년들이 사상을 찾는 성지라고 착각해왔습니다. 단련을 두루 거친 후 학교를 떠나면 찬란하고 위용 있는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 환상을 품어왔습니다. 지금은, 이런 거품과도 같은 모든 환상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이런 거대한 꽃밭(5)은 이미 진보적 학생서클들의 숨이 붙어있을 때까지 수용할 수 없습니다!

    학우 여러분, 동지 여러분! 대학의 특권적 관료들은 나날이 우리의 목을 조르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들 다시 “사라지든지 남든지”의 최저한계 문제(학생서클 존속 여부)로 돌아가게 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하지만, 학생서클을 떠나는 것은 이상을 배반하고 파기하는 것입니다. 한계가 있는 활동은 스스로 자신의 두 손을 포박하는 것과 같습니다. 노동자 농민과 함께 하는 위대한 실천에서 이탈하는 것은 두 손을 들고 투항하는 것입니다. 진리를 숭앙하는 청년들은 어둠 속에서 쓸쓸히 홀로 암중모색하며 되는대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게 되든지, 아니면 풍랑 안에서 단결해 물을 모아 강과 바다를 이루든지, 결단해야 합니다.

    우리가 아직도 대학 당국의 인자함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어야 하겠습니까? 지금까지의 사건들은 우리에게 진실을 알려 주었습니다: 마르크스레닌주의를 학습하고, 인민군중과의 노정에 따르는 것에서, 그들(대학 관료)과 우리들은 한 길을 걷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특권계층은 그저 그럴싸한 말을 지껄이고, 거짓말을 하며, 암암리에 족쇄를 채워 궁지에 몰아넣으려 할 뿐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눈 안엔 그저 자신의 정치적 업적에 대한 생각만 있기 때문입니다.

    북경대학 마르크스주의학회가 발표했던 북경대학 시설관리 노동자 조사연구 보고를 예로 들어보지요. 보고 발표 후, 학교 신문의 대변인이 노동자들을 향한 학생들의 연대가 정당하다고 밝혔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뒤따른 것은 학회 산하의 ‘노동자의집 공공계정’(6)을 아무 까닭 없이 금지시켜버린 것이었습니다. 다른 각 대학들 역시 학생들이 한 걸음 한 걸음 책으로부터 현실을 향해 내딛기만 하면, 대체로 이와 같은 상황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설마 누군가 ‘가령 우리가 한 번도 노동자들의 권익 사건에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면, 탄압의 수난이 바로 우리의 신상에 떨어지진 않았을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는 이가 아직 있습니까? 탄압의 정도는 미약할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앞서 싸운 이들이 앞으로 돌진해 끝장나버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바로 12.9운동(7)의 83주년 기념일입니다. 83년 전으로 돌아보면, 선배들은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쳤고, 한 마음으로 노고하는 대중을 위해 출로를 도모했습니다. 그들은 함께 연합해 일어섰기 때문에, 기세가 점점 치열해지는 물결을 이룸으로써, 일제에 맞서 나라를 구하는 싸움에 있어서 당대에 가장 강력한 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가, 항상 긴박했노라니, 세상은 돌고 있고 세월은 우릴 재촉하고 있네’.(8) 이제 역사의 바통은 우리 또래의 수중에 돌아왔습니다. 연합해 일어나 공간을 쟁취하고, 함께 투쟁해 함께 진퇴하는 것 말고, 진보 청년들에게 다른 길이 있습니까?

    “홍루에 눈이 흩날리니, 한 때의 영웅호걸들이여…”(9) 진보 서클의 역사적 사명은 결코 우리 대의 손에서 끊겨서는 안 됩니다! 죽은 호수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물이 흐르는 것입니다. 신입생은 사회의 어둠에 가장 겁이 없습니다. 우리, 위대한 시대에 사는 청년들은, 이미 머리꼭대기까지 질식할 것만 같습니다.

    친애하는 학우 여러분, 진보 서클의 생존 공간을 위해, 많은 학생들의 자유로운 사유를 위해, 해방의 길에 후대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용감히 전진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하루 빨리 손을 잡읍시다. 함께 대학 특권 관료들의 파렴치한 탄압에 맞섭시다! 굴복하지 않는 투쟁만이 청년들의 자유를 쟁취할 수 있습니다!

    북경대학 마르크스주의학회

    2018년 12월 9일

    그 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과 달리 중국의 유수 대학들에선 사회비판적이고 진보적인 서클들이 명맥을 이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게 언제부터였는지는 알 수 없다. 후진타오 시기일 수도 있고, 혹은 그보다 더 전이었을 수도 있다. 이들이 공개적이고 활발한 활동을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다. 반면 일부는 여전히 비공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꽤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모 대학 서클은 여전히 ‘지하서클’로서의 활동을 이어가면서 공개화하지 않고 있다.

    이런 중국의 좌파 학생운동이 마주하고 있는 현 상황은 지극히 험난하다. 스스로 많은 고민과 발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맞닥뜨린 탄압은 이 건강한 움직임의 개화를 억누르고 있다. 과연 중국 사회, 중국 사회주의의 희망이 어디에 있는지 관방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맞이해 온갖 성대한 행사가 개최되고, 곳곳에 마르크스‧엥겔스의 동상이 세워지는 상황에서 학생자치로 이끌어온 마르크스주의학회 활동을 금지시키는 광경에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죽은 마르크스와 마오쩌둥이 이를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오늘날 전 세계에서 마르크스주의의 재생을 가장 강력하게 탄압하는 권력이 다름 아닌 중국공산당이라니,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뿐이다. 미약할지라도 함께 외치고, 연대를 조직해야 이 유의미한 태동과 격렬한 탄압을 경과하고 있는 중국의 좌익 학생들에게 아주 사소한 힘이 될 수 있다. 지난 11월 중순, 페이스북과 트위터 상에는 아래와 같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이 올라온 바 있다.

    중국 노동자 및 청년 활동가들을 위한 저희의 인증샷 캠페인에 동참해주십시오!

    11월 초, 중국 정부당국은 무지막지한 폭력을 행사해 중국 전역 5개 도시에서 학생운동가들을 끌고 갔습니다. 사라지고 있는 활동가들은 지난 5월 제이식 공장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했던 사람들입니다. 더구나, 4명의 노동자들은 합법적으로 노동조합 건설을 시도하다가 심각한 공격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연대했던 28명의 청년 활동가들과 노동자들은 현재 강제구금되어 있거나, 가택 연금을 당했고, 어딘가로 강제로 사라졌습니다.

    이것은 지난 수십년 간 중국에서 노동자와 대학생들에게 가한 가장 혹독한 탄압입니다. 저희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좋아요’ 구독해주시고, 저희의 인증샷 캠페인에 동참함으로써 당신의 연대와 중국에서 사라지고 있는 모든 활동가들의 석방을 요구를 모아주십시오.

    아래 링크 https://goo.gl/ivgvqV 에서 플래카드 파일을 다운받아 출력하고 인증샷을 찍으면 된다. 이를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FreeCNmissingActivists #jasic #佳士工人声援团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포스트하거나, 아래 메일주소 freecnactivists@gmail.com 으로 발송해도 된다. 다만 메일로 보냈을 경우 잘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단체의 연대‧항의 성명을 발표하거나 중국대사관 앞 기자회견을 여는 것도 있다.

    인증샷 캠페인 모습

    최근의 사건들을 목격하다보면 새삼 한국의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세계 자본주의가 극심한 모순이 치닫고 있고, 한반도 정세가 큰 변화를 거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마르크스주의 운동의 현재를 고민하고, 전체 운동의 전망을 진취적으로 도출하는 것 역시 중대한 과제일 것이다. 우리는 지난 몇 년 간 박근혜 정권에 맞선 투쟁을 거치고, 촛불 운동을 성공적으로 거쳤으며, 최근에는 노동조합 가입의 증가를 목격하고 있지만, 여전히도 어떤 침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그것의 핵심은 곧 사상의 위기다. 사상이 없는 운동, 대중들을 향한 진취적 비전이 없는 운동에 미래가 있을 리 없다.

    마르크스주의운동의 현재적 의미를 찾고, 갱신을 고민하며, 적극적인 대중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오늘날 마르크스주의를 학습하거나 마르크스주의자를 자처한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올해 2018년이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꽤나 처참한 ‘200주년’을 보내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각주>

    1. 중국에서는 노동조합을 ‘공회(工会)’라 지칭한다. 그러나 법적으로 공산당 산하 조직 전총(中华全国总工会; 중화전국총공회)만 인정되며, 베트남처럼 독립노조는 허용되지 않는다. 단, 전총에 대한 불만이 광범위하진 않으며, 독립노조 건설 요구가 강하지도 않다. 농민공들이 갖고 있는 공회에 대한 인식을 쉬이 가늠하긴 어렵다. 다만 기업공회가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는 자주적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중국 노동자운동의 구체적 상황에 대해서는 「‘사회’로 확장되는 중국 공회(노동조합)」(백승욱), 「2000년대 이후 파업사례로 본 중국 노동자운동의 쟁점과 의미」(장윤미) 등 자료 참조.

    2. 사단(社团)은 주로 대학 내 학생 동아리를 뜻함. 한국 매체에서는 주로 ‘동아리’로 번역하지만, 여기서는 뉘앙스 상 ‘서클’로 번역함.

    3. 중화전국학생연합회(中华全国学生联合会)의 약칭. 중국공산당 산하 조직으로서 국민교육 체계에서 보통고등학교(대학)와 중등학교(중학교와 고등학교)의 학생회, 대학과 대학원 교육 기관의 연구생회, 해외 중국 유학생 단체 등을 아우름. 소속 단체들의 총 회원 수는 10만여 명이며, 연관된 인원은 대학생‧중고등학생‧연구생‧해외유학생을 포함해 1억2천만 명이다.

    4. 중국의 대학 동아리들은 학기마다 등록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 이때 지도교수와 기타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미승인될 경우 대학 내 활동이 어려움. 상기한 서클들은 지난 여름 광동성 선전에서 일어난 제이식 공장 노동자 투쟁에 연대한 경력을 빌미로, 2018년 9월 학기들어 모두 미등록 위기에 쳐함. 물론 직접적으로 거론하진 않고 다양한 핑계가 있지만, 실제론 위 투쟁에 연대한 서클들이 곧 미등록 위기에 쳐한 서클에 포함됨.

    5. 북경대학 캠퍼스는 크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베이징의 유명 관광코스 중 하나로 꼽힐 정도. ‘꽃밭’이라 함은 화려한 겉모습에 비해 처참한 실체를 풍자하는 것으로 보인다.

    6. 중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위챗 상의 ‘공공계정’을 말함. 위챗은 대다수 중국인이 사용하기 때문에 이곳에 상당수의 ‘대안 언론’이 활동하고 있음. 물론 대부분은 각종 광고 공공계정. 한국으로 따지자면 페이스북페이지나 네이버블로그를 상상할 수 있지만, 알고리즘 체계와 운영 방식 등에 있어서 다른 점이 많다.

    7. 12.9운동(一二·九运动)은 1935년 12월 9일, 베이징의 학생 수천 명이 일으킨 항일구국 시위를 말함. 당시 일제는 동북 지방에 만주국을 세운 후, 1935년에는 허베이성에 괴뢰정부인 기동반공자치정부(冀東反共自治政府)를 세움. 이때 중국국민당 정부는 먼저 국내를 평정하고 외적 대처는 뒤로 미룬다는 방침을 갖고, 중국공산당만 공격하면서 당시 베이징에서 일던 항일운동을 탄압함. 그러자 학생들은 항일민족통일전선을 결성할 것을 주장하는 중국공산당 노선에 합류해 12월 9일 베이징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임. 이 운동은 국민당정부의 기찰정무위원회 결성을 뒤로 미루게 함. 또 이 운동을 계기로 학생들은 조직적인 하향을 통해 항일운동을 지속했고, 이 영향으로 전국적인 항일구국운동이 발생하기 시작함.

    8. 마오쩌둥의 시 《만강홍, 곽말약 동지에게 화답하며(满江红·和郭沫若同志)》의 구절로, 누군가 한글시에 어울리게 번역해 출판된 버전이 있지만, 이 구절만 가져왔을 때 적합하지 않아, 다르게 번역함.

    9. 북경대학 교가 《연원정 燕园情》의 첫 구절. 5.4운동 시기부터의 지향과 서남연합대학 시기(항일전쟁 시기)의 좌절을 회고하고, 오늘날 학생들이 품어야 할 독서보국의 뜻을 표현하는 가사를 갖고 있다고 한다. ‘연원’이란 지금의 북경대학 캠퍼스를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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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자. 번역‧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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