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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의안·불신임 모두 부결
    요동치는 ‘브렉시트’ 영국
    사상 최대 차이의 부결에도 메이 총리 불신임은 부결, 불투명한 정국
        2019년 01월 17일 10: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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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이 거세 풍랑 앞에 출렁이고 있다. 영국의 운명을 가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이 15일(현지시간) 하원에서 부결됐다. 639명 중에 634명이 투표에 참여해 432명이 반대표를 던졌고 찬성표는 202표에 불과했다.

    집권 보수당의 현재 의석수는 317석이다. 이 중에서 메이 총리에게 등을 돌린 보수당의 반대표는 118표로 확인됐다. 나머지 반대표는 노동당 248표, 스코틀랜드국민당(SNP) 35표, 자유민주당 11표,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 10표, 웨일스민족당 4표, 녹색당 1석, 무소속 5표 등이다.

    200표차 이상으로 안건이 부결된 것은 하원이 생긴 이래 처음이다.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당수는 즉각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하며 제1당 탈환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상식적으로 보면 메이 총리가 사퇴하고 조기총선이 실시되는 것이 맞지만 상황은 좀 복잡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기록적인 참패에도 불구하고 메이 총리는 즉각 사퇴 의사가 없다고 선언했다. 메이 총리에게 다행인 것은 당내 반대파의 수장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유럽연합과 북아일랜드 백스톱(BackStop) 조항에 관해 더 나은 협상안을 만들 기회”라며 불신임안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나섰다. 보수당과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 역시지지 의사를 밝혀 메이 총리는 굴욕적이지만 당분간 총리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영국 ‘고정임기 의회법'(Fixed-term Parliaments Act 2011)에 따르면 조기총선이 열리는 경우는 의회의 2/3가 조기총선에 동의하는 경우, 또 정부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다시 14일 이내에 새로운 내각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못하는 경우 조기총선이 열리게 된다. 불신임안 통과와 조기총선 실시에 대한 코빈 당수의 승부수는 16일(현지시간) 불신임 찬성 306표 반대 325표, 19표 차이로 부결됐다.

    16일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은 메이 총리의 모습

    브렉시트의 발목을 잡은 백스톱 조항

    100년간의 피의 역사를 가진 아일랜드는 1921년 독립하면서 북아일랜드 지역만 영국령에 남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하루아침에 분단국가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탄생하고 영국(령)과 아일랜드 모두 가입함으로서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의 사회적, 인적 이동과 왕래가 자유롭게 이뤄지면서 문제가 일정하게 해결되었다.

    그런데 브렉시트 합의가 시작되면서 북아일랜드가 다시 발목을 잡았다. 합의안대로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면 다시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 하드 보드(Hard-Board: 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 문제가 발생하면서 과거의 극한적 갈등구조로 돌아가게 되어버린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모두 이런 합의안에 강경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은 탈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나왔다.

    메이 총리는 새로운 안전장치가 필요해졌다. 바로 백스톱(BackStop 안전장치)이라는 예외조항을 삽입한 것이다. 영국과 유럽연합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내용을 브렉시트 합의안에 담았다. 문제는 일단 ‘안전장치’가 가동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EU 관세동맹에 계속 잔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안전장치’ 하에서는 북아일랜드만 EU 단일시장 관할에 놓이게 되는데, 이 경우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간 통관규제 등이 적용되면서 영국의 통합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을 비롯한 강경파들은 진정한 브렉시트가 아니라면서 백스톱(BackStop)에 반발하면서 메이 총리가 꺼낸 묘수는 악수로 둔갑했다. 강경파들은 2020년까지 영국 전체가 관세동맹에 남는 것은 국민투표가 요구한 진정한 의미의 브렉시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2020년이라는 기간을 설정했지만 영국과 유럽연합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탈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늬만 브렉시트이지 장기간 관세동맹에 남는 가짜 브렉시트라는 것이 강경파들의 주장이다.

    강경파들이 메이 총리에게 재협상의 기회를 주었지만 난관은 따로 있다. 우선 그동안처럼 재협상에 무제한 시한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규정에 따르면 협상시한 최대 4일에 불과하다. 아침 먹고 런던을 출발해 유럽연합의 상임이사국이 있는 브뤼셀에서 점심을 먹는 세상이지만(런던 판크로스역에서 브뤼셀 미디역까지 유로스타를 타면 불과 1시간 56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문제는 따로 있다.

    합의안이 부결된 직후 유럽연합 상임의장인 도날드 투스크는 “영국 문제는 영국이 해결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여 추가협상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유럽연합도 영국에게 그동안 끌려 다닌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에게 기회가 주어졌지만 시한도 촉박한데다 유럽연합은 이제 문을 닫을 태세다. 이대로 간다면 탈퇴조항인 리스본협약 50조가 3월 29일 그대로 발생하는 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파국, 암흑이라는 노딜(NO-Dea) 사태를 영국이 맞이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브렉시트 합의안 투표 이후 하원의 모습(방송화면)

    총리 교체인가 2차 국민투표 실시인가

    파국을 피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일단 불신임안은 두 개의 규정을 가지고 있다. 하원에서 2/3이상의 불신임 표결이 통과하면 그대로 조기총선에 돌입한다. 하지만 과반수 규정도 유효하다. 과반수를 넘을 경우 자동 조기총선은 아니지만 정부를 불신임한 것으로 규정, 정부를 재구성해야 한다.

    이 경우 과반수 통과가 관건이다. 보수당 강경파들과 민주연합당(DUP)이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과는 다른 문제다. 키는 강경파의 리더인 보리슨 존슨 전 외무장관이 쥐고 있다. 총리를 교체해서 안전장치가 없는 하드 브렉시트를 새로운 합의안으로 만들면 된다. 하지만 지난달에 강경파들이 당수 교체, 즉 총리를 끌어내리려는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전력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경우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연합당(DUP)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불분명한데다 쿠데타는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법이다.

    다른 시나리오는 국민투표를 다시 실시하는 것이다. 브렉시트 합의가 진행되는 찬성표를 던진 영국 국민들은 유럽연합 탈퇴가 자신들이 생각하던 것과 전혀 다른 복잡한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고 혼란에 빠졌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찬성표를 던진 국민들의 상당수가 입장을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합의안 투표를 하루 앞두고 메이 총리가 잉글랜드의 대표적인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장지대)인 스토크-온-트렌트를 찾아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영국이 암흑에 빠질 것이라고 배수진을 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스토크-온-트렌트는 지난 국민투표에서 2/3 이상의 찬성표를 던진 지역이라는 상징성을 노린 행보였다.

    국민투표를 다시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인 시나리오지만 규정이 또 문제다. 국민투표를 다시 실시한 권한을 가진 사람은 총리 단 한 사람뿐이다. 재실시는 메이 총리 자신의 정치생명이 끝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답변은 단호하게 NO였다. 메이 총리가 물러서지 않는 이상 국민투표를 다시 실시하려면 과반수가 불신임에 표를 던진 후 총리를 교체해야만 한다. 하드 브렉시트를 공언해 온 강경파들이 국민투표를 다시 실시하기 위해 총리를 교체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입장을 정반대로 뒤집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리스본조약의 발동과 노딜

    조기총선과 재협상, 그리고 국민투표마저 불가능하다면 남은 것은 3월 29일 리스본조약 50조 탈퇴조약이 그대로 발동해 영국이 유럽연합과 아무런 협상 없이 노딜 상태에 빠지게 된다. 노딜을 암흑이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있다.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에 국경이라는 장벽이 생기는 것만이 아니라 바다에도, 런던과 파리 그리고 브뤼셀을 오가는 초고속 해저터널인 유로스타에도 국경이 생기게 된다. 당장 6개월 전부터 예매가 가능한 유로스타부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국경이 생기는 문제뿐만 아니라 관세동맹이 더 큰 문제다. 유럽연합 27개 가입국과 모두 새로운 관세동맹을 맺어야 한다. 얼마가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그동안은 노딜, 즉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암흑상태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노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영국에는 장기적으로 배를 임대하는 일이 폭주하고 있다. 주로 생필품과 의약품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고과의 사치품도 포함되고 있다. 말하자면 전쟁에 대비해 사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노딜과 관련된 별도의 예산을 집행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노동당이 상정했는데 보수당 강경파들이 찬성에 숟가락을 얹어 준 것도 사태를 최악으로 내몰고 있다.

    가능성이 희박한 시나리오로 이야기되는 것이 노르웨이(스위스) 모델이다. 노르웨이는 유럽연합 가입국은 아니지만 관세동맹과 쉥겐조약 가입국이다. 슁겐조약이란 가입국 내에서 이동과 거주, 노동이 자유로운 조약이다. 우리가 유럽여행을 할 때 노르웨이와 스위스에 별도의 비자(입국사증)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보수당의 강경파들이 쉥겐조약으로 인해 이주민들이 몰려들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기고 러스트 벨트가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극히 낮다. 실제로 서비스업과 달리 제조업에 이주민이 취업을 하려면 턱 높은 별도의 규정이 존재하고 있어 취업비율은 극히 저조한 것이 사실이다. 보수당의 강경파들도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브렉시트 앞에서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나라도 유럽연합과 관세동맹을 맺은 것이지 영국이랑 맺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스카치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노딜 상태가 되면 현재 무관세인 스카치가 20%의 관세가 붙어 버리기 때문이다. 손발이 다 묶인 메이 총리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번 주가 지나면 어느 것이 되었든 하나의 시나리오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노딜이라는 파국으로 몰고 있는 보수당 강경파들에 대한 지지자들의 비난이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인문사회과학 서점 공동대표이며 레디앙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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