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공사, 공동교섭 거부
    정부, 대량해고 수수방관
    이정미 "교섭 중재해야 할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역할 방기 말아야"
        2019년 07월 23일 05: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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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도로공사가 ‘분리교섭’을 내세우면서 톨게이트 대량해고 사태가 해결의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직접고용 투쟁을 함께 해온 톨게이트 해고노동자들은 민주노총-한국노총 공동교섭을 요구하고 있으나, 도로공사는 지난 18일 첫 교섭 때와 마찬가지로 분리교섭을 고집하고 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도로공사가 5개 톨게이트 노조와의 교섭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한국노총 톨게이트 노조,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강래 사장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도로공사를 악질기업 무법공사로 만들고 있다”며 “그 뒤에는 자회사를 무조건 밀어 붙이라고 주문하는 문재인 정부가 있다”고 이같이 질타했다.

    사진=유하라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톨게이트 해고노동자들의 고공농성과 도로점거에 대해 “불법적인 방법은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며 “노사가 대화를 통해 타협을 이뤄주시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해고자들의 직접고용 투쟁을 비난하며 노사 대화를 해결방안으로 강조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 출신인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도 이날 같은 입장을 밝혔다.

    대량해고 이후 있었던 지난 18일 첫 교섭은 교섭형식을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이날로 24일째(고공농성 기준) 함께 직접고용 투쟁 중인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과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는 공동교섭단을 구성해 지난 18일 첫 교섭에 참여했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양대 노총을 분리해 교섭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공동교섭에 반대하고 나섰다. 도로공사는 전날인 22일에도 분리교섭이 아니면 교섭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공동교섭단에 전해왔다.

    두 노조에 따르면 도로공사 측은 “민주노총 소속 조합은 직접고용 정규직만을 지속 주장하는 등 입장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는 협의의 실효성도 의문”이라며 분리교섭을 주장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두 노조는 “1500명은 지금까지 똑같이 요금수납 일을 해왔고, 법원 판결 이행과 도로공사 직접고용이라는 요구도 같다. 세 차례에 걸쳐 함께 해고당했다. 노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따로 교섭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분리교섭으로 자회사를 강요하겠다는 것 외에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두 노조는 ‘공동교섭, 공동투쟁이 원칙’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미선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 사무국장은 “노조의 주된 관심사는 직접고용이고, 이는 민주노총도 다르지 않다”며 “거듭해 밝히지만 1500명 집단해고 사태와 관련해 분리교섭, 개별교섭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짚었다. 정 사무국장은 “도로공사는 비정규직을 가르지 말고 책임 있는 담당자가 나서서 협상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박순향 민주노총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도 “도로공사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를 갈라놓고 별도 교섭이라는 말도 안 되는 원칙을 적용하며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며 “민주일반연맹과 톨게이트노조는 공동교섭과 공동투쟁 원칙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고 밝혔다.

    분리교섭, 한시적 기간제 입장만 반복하는 도로공사

    도로공사가 첫 교섭에서 제시한 ‘한시적 기간제’ 방안을 놓고도 해고노동자들은 대량해고 사태 해결에 의지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도로공사가 제안한 한시적 기간제 방안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 참여한 일부 노동자만 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도로공사 기간제로 고용하는 내용이다.

    정미선 사무국장은 “도로공사는 노조를 철저히 기만했다”며 “해고자 1500명을 수납업무가 아닌 업무로 기간제 채용을 하겠다고 했다가, 그 다음번엔 1200명, 마지막엔 계류 중인 대법원 소송에 참여한 300명만 고용할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고용불안 폭탄을 떠안는 기간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회사는 무조건 자회사 전적 강요하며 이 외엔 그 어떤 대안도 세우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박순향 부지부장도 “2017년 11월 처음으로 도로공사와 정규직 전환 협의 시작했을 당시 도로공사는 정규직 전환 정책을 비난하면 ‘어차피 스마트톨링 도입으로 없어져야 할 수납원이다. 3천 명 정도만 전환하겠다’며 나머지 3천명은 해고하겠다는 말을 태연하게 했다”며 “수납업무가 어차피 없어져야 할 업무라고 했던 그들이 이제 와서는 자회사의 수납업무 영원할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이 말을 누가 믿겠나”라고 반문했다.

    노조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 추진으로 하루아침에 벌어진 대량해고 사태에 대해 정작 정부는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 사무국장은 “정부 정책에 의해 1500명이 길거리에 내몰린 상황에 대해 정부는 관망하며 중재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부지부장도 “‘도로공사와 협의하라’고만 했던 고용노동부와 청와대는 (분리교섭이 아니면 사실상 교섭을 할 수 없다는 도로공사의 태도에 대해) 답변해보시라”며 “민주일반연맹과 톨게이트노조는 공동교섭과 공동투쟁으로 청와대에 따져 묻겠다”고 말했다.

    두 노조는 “이것이 총리가 말한 대화를 통한 타협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모범적 사용자로서 정부가 할 일이냐”며 “우리는 공동교섭단을 부정하는 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의 입장이 문재인 정부의 입장인지도 물을 것이며, 도로공사가 교섭거부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해고된 요금수납노동자들이 선택할 것은 더 강력한 투쟁일 수밖다”고 경고했다.

    이정미 의원 또한 “법원 판결에 따라 직접고용 돼야 할 수납원들이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핑계로 자회사로 전적을 강요당하다가 결국 해고됐다. 이것이 정부가 추진하려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이냐”며 “교섭을 중재하고 정규직화 원칙대로 이끌어야할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는 노동자들의 답답하고 억울한 호소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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