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F·세계금융위기 이후
    한국자본주의의 변모와 그 양상들
    [논문] 선진국으로의 진입과 위기를 중심으로②
        2021년 04월 12일 07: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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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이후 한국 제조업의 전개과정, 그 장점과 단점, 성과와 위기적 요인들에 대한 남종석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의 연구논문이다. 공공상생연대 [상생과 연대를 위한 사회개혁비젼 연구 2]의 경제부분 일부이다. 도덕적 당위가 아닌 현실에 대한 구체적 분석, 우리가 서있는 자본주의의 구체적 전개양상과 현실을 읽는 것이 우리의 실천을 고민하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 진지한 일독을 권한다. 글을 3~4차례에 나눠 연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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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이후 한국 자본주의 전개: 선진국으로의 진입과 위기를 중심으로①

    2. 세계금융위기 전후 한국 자본의 축적체제

    1) 투자주도 성장

    IMF 이후 한국 자본주의는 크게 변모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주력 제조업 기업들은 기술적 연관관계를 갖는 계열기업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며 기술적 연관성이 매우 긴밀한 기업집단의 형태를 띠게 된다. 소위 ‘경영권 보호’와 편법 승계를 위한 비상장 자회사 건설과 일감 몰아주기가 여전히 자행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상황을 제외하면 주력 대기업들의 투자는 미래의 수익성과 현재의 현금흐름을 고려한 신중한 투자로 전환되었다. 이병천(2014)은 이를 수익추구형 축적체제라고 명명했는데, 이와 같은 표현은 IMF 이전 재벌들의 부채 주도적인 투자성향과 비교하기 위한 개념이다. 그러나 모든 기업들의 투자는 수익 추구형이기 때문에 이를 한국 자본주의의 축적체제의 특징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80년대 이후 대마불사 신화와 더불어 재벌가들의 영향력 확대 수단으로 부채 의존적인 문어발식 확장이 IMF 사태와 함께 파산을 맞은 이후 기업들은 보다 신중하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투자를 조절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대 이후에도 고정자본투자 중심의 성장체제는 꾸준히 유지되었다.(정준호, 2019) <그림 12>은 OECD 주요국 총고정자본형성(the annual growth rate of gross fixed capital formation: 투자) 추이를 나타낸다. 그림에서 보면 2012년 전후를 제외하면 여전히 한국은 OECD 다른 주요국에 비해 투자 성장률이 여전히 높게 나타난다. GDP 대비 투자 비중도 다른 주요국에 비해 크게 높다. <그림 13>을 보면 어떤 부분이 투자성장을 이끄는지 잘 나타난다. <그림 10>에서 2005년 이후 한국의 투자 성장율이 다른 국가보다 더 높게 나타나는 세 꼭지점(2006~2008, 2010, 2015~2017)을 보면, 2006~2007년은 건설투자가 가장 크게 기여했고, 2010년 설비투자, 2015~2017는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동시에 기여했지만 건설투자가 더 크게 나타난다.

    <그림 12> OECD 주요 국가 투자성장율 추이 <그림 13> 부분별 투자율 추이
    자료) OECD STAT(data extracted from OECD stat on Dec. 01(단위,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2019) (단위,%)
    주) <그림 13>의 왼쪽은 설비투자 및 건설투자, 오른쪽은 지식재산생산물투자를 나타냄

    2006~2007년 노무현 정부 말기의 아파트 가격 상승에 따른 건설투자였고, 2015~2017년 역시 박근혜 정부 시절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의 결과로 활발한 건설투자가 이뤄졌다. 반면 세계금융위기 시점에서는 전세계적인 버블붕괴로 주택가격이 하락국면에 진입하면서 건설투자의 비중은 약화되고 설비투자 중심으로 총고정자본 형성이 이뤄진다. 반면 2011~2014년 기간 동안은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동시에 침체하면서 한국의 투자성장율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13>은 지식생산물투자도 총고정자본 형성의 주된 요소임을 나타낸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의 경우 경기변동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지식생산물투자는 그렇지 않게 나타난다. 2010~2015년 기간 한국 제조업 산출 성장률이 급속히 감소하면서 지식생산물투자도 점진적으로 감소해왔지만 다른 투자 분야 성장률에 비해 이 분야는 경제적 정세 변화에 크게 반응하지 않은 채 일정한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건설투자가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설비투자 역시 다른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매우 높게 나타난다. <그림 14>와 <그림 15>는 제조업, 비제조업 기업의 자본집약도(유형자산/상시근로자 수)의 추이를 나타낸다.(1) <그림 14>를 보면 제조업에서 자본집약도 2009년 이전까지 꾸준히 상승하다가 2009~ 2012년 상승세가 둔화되지만 2012년 이후 다시 증가추세로 돌아섰다가 2017년 이후 감소세가 된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추세는 유사하나 2017년 이후에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비제조업 부분도 2010년 금융위기 이후 자본집약도 하락하지만 이는 건설투자가 감소한 결과가 크게 반영된 듯하다. 2013년 이후 자본집약도의 상승은 다시 지속된다. 그러나 제조업에 비해 비제조업의 자본집약도는 훨씬 낮다.

    <그림 14> 제조업 기업규모별 자본집약도 <그림 15> 비제조업 기업규모별 자본집약도
    자료) ㈜한국기업데이터 2005~2018.
    주1) 한국기업데이터 자료에서 대기업이라 하면 재벌집단 소속 기업과 중견기업을 포함.
    주2) 자본집약도=유형자산/상시종업원 수(단위, 100만)

    2000년 이후 한국 제조업의 투자 변화 가운데 또 다른 특징은 해외직접투자가 매우 급속히 증가한 점이다. <그림 16>은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추이를 나타낸다. 해외직접투자는 2004년 이후 급증하여 2008년에는 GDP 대비 2.5%에 이르며 2010년에는 3000억$를 넘어선다. 삼성전자 정보통신 부분(휴대폰) 해외생산 비중은 2000 4% 내외에서 2008년 57%로 상승하며 2004년 현대자동차의 해외생산액 비중은 17%였으나 2013년 해외생산액이 국내 생산액을 초과한다.(홍장표, 2016) 한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초기에는 중국, 아시아로 집중되었지만 2007년 30대 재벌기업 계열사의 현지금융 제한제도가 폐지되면서 해외직접투자는 아시아대륙만이 아니라 북미와 유럽에서 꾸준히 상승추세를 나타내게 된다.

    한국기업의 해외직접투자 목적은 대기업의 경우 현지 시장개척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중소기업의 경우 노동비용절감이 주된 목적이었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해외진출은 중간재 물류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는 동반진출을 통해 현지 조달체계를 만들고, 그렇지 않은 부품들은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형태를 띠게 된다. 그 결과 현지 시장개척을 목적으로 한 대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 증가는 국내 공급기업들의 부품생산을 촉진하고 고용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2)

    해외직접투자와 함께 수출시장으로서 중국이 크게 부상하며 수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도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그림 17>은 중국수출액의 증가와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2001~2018년까지 중국 수출은 중국수출액은 약 200억달러에서 1600억 달러 내외로 8배 이상 증가했다. 비록 2009년 위기와 2014년 싸드사태 이후 수출총액이 감소했지만 절대액 규모는 1400억달러 내외에서 유지되는 수준이다. 2010년대 이전 중국은 평균 9%의 성장을 하던 국가이다. 이 시기 최종재 시장은 미국이 제공하고 중국은 조립-가공-수출국이 되며, 한국은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삼각무역 체계가 형성된다. 한국 기업들은 생산 현지화 과정에서 중국 투자가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기업들의 급증하는 중간재(기계 및 부품) 수요로 인해 중국 수출이 급속히 상승하게 되었다.

    <그림 16> 지역별 해외직접 투자 비율 <그림 17> 대중국무역 및 대중국무역 비중
    자료) 한국수출입은행(2020) (단위, 100만$) ;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2020) (천$, %)

    주2) <그림 14> 해외직접투자의 경우 왼쪽은 지역별 투자액이며 오른쪽은 전체를 의미함

    2) 저성장 시대로의 진입과 한국 경제

    한국 기업들의 신규투자가 기술적 연관성을 갖는 분야로 이뤄지면서 계열사 체제가 유지된다고 했는데, 재벌기업집단이든, 중소기업이든 투자 형태는 IMF와 크게 달라진다. IMF 이전 시기 기업들은 부채를 통해 투자 재원을 조달해온 반면 2000년대 이후 사내유보금을 주된 투자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 재벌들은 은행으로부터 부채를 동원한 투자는 경제위기 시 유동성 위기, 현금흐름 악화를 초래하며 이는 기업집단 전체의 위기로 진화한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한편으로 투자 자체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며 현금흐름에 주의하고 있으며 투자 재원 역시 외부조달보다 사내유보금을 사용한다.

    <그림 18>와 <그림 19>는 각각 대기업, 중기업 사내유보율 추이를 나타낸다. 사내유보율이란 당기순이익 중 주주 배당금을 제외한 비율을 의미한다. <그림 18>에서 보듯이 제조업 대기업의 사내유보율은 80%대 초반을 유지하다가 2007년 이후 80%대 후반으로 상승했다가 2015년 이후 다시 80% 초반대로 낮아지면서 변화 없이 유지된다. 비제조업 부분에서도 사내유보율 비중은 85% 내외에서 유지된다. 중기업의 사내유보율은 점진적이나마 상승추세인데, 이는 비상장기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주주배당으로부터 더 자유롭기 때문일 것이다.

    사내유보금 추이만을 보아서는 장하준(2007)이나 이찬근(2007) 등이 우려했던 상황 즉 금융세계화와 함께 외국계 자본의 유입으로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보다 주주들의 요구에 따라 배당성향이 높아지고 기업들은 단기성과에 집착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상당히 과장되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삼성과 현대 등 한국의 대표 재벌기업에서 배당 성향이 높아진 것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하여 외국 주주들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한 경우라고 할 수 있지만 대기업 평균(기업집단 소속 기업 및 중견기업)의 배당 성향이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사모펀드 중심의 기업구조조정(자본시장활용 구조조정 )에서도 투자자들은 기업의 수익성을 통해 주식 가치 상승과 배당의 안정성을 중요한 요소로 여기지만 이것은 기업의 경쟁력 유지, 재무구조의 안정성, 장기성장과 직접적으로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이대상, 2019)

    부채 의존적인 투자보다 사내유보금 중심의 투자성향이 강화되면 전체 투자율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공격적인 투자보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성향이 강화된다는 의미다. 외환위기 당시 부채비율이 높았던 수십 개의 재벌기업들이 해체되었는데, 재벌기업은 이 과정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를 깨닫게 된다. 또한 세계금융위기와 중국경제 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인해 세계무역의 비중이 감소되는 추세에서 기업들의 투자가 보수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림 18> 대기업 사내유보율 <그림 19> 중기업 사내유보율
    자료) ㈜한국기업데이터 2005~2018
    주)사내유보율(순이익유보율) =( (당기순이익-배당금)/당기순이익))×100, 단위 %.

    기업들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성향이 강화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또 다른 특징은 기업부채비율의 흐름이다. 기업의 총자산은 자기자본과 부채의 합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부채비율이란 자기자본 대비 부채의 비율을 %로 나타낸 값이다. 외환위기 이전 대기업 가운데 부채비율이 400% 이상되는 기업이 매우 많았다. 심지어 800% 되는 기업도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기업이 다수였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그와 같은 부채 의존적인 성장은 거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결과 한국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꾸준히 하락해 왔다. <그림 20>와 <그림 21>는 기업규모별 부채비율 추이를 나타낸다. <그림 20>은 ㈜한국기어데이터 2005~2018 재무데이터에서 부채비율 하위 70%의 기업 부채비율 추이를 나타내고 있으며 <그림 21>는 부채비율 상위 30%의 부채비율 추이를 나타낸다. 필자는 전자를 임의적으로 정상기업이라 분류하고 후자를 한계기업이라 분류했다. <그림 20>에서 보듯이 한국 대기업의 부채비율은 2005년 169.7%에서 2018년 138.8%로 감소하고 있다. 2007~2008년, 2011년과 같이 한국 경제가 호경기일 때 부채비율을 소폭 상승하는 경향이 있으나 그 외의 기간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중기업, 소기업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장기적인 경기침체 국면에서 한국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기업들이 투자에 신중해졌음을 나타낸다.

    반면 <그림 21>는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부채비율 상위 30%의 기업들의 부채비율을 나타낸다. 한계기업들의 부채비율은 대중소기업 상관없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그림 21>에 나타나지 않지만 평균적 추이가 상승하는 요인 가운데에는 800% 이상되는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더 가파르게 상승하기 때문에 한계기업 전체의 부채비율이 증가하는 측면도 있다. <그림 20>, <그림 21>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정상적인 한국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매우 낮다는 점이다. 부채 누적에 대한 우려와 현금흐름에 대해 한국 대기업들의 민감함은 2008~2009년 세계금융위기로부터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경제위기 시점에서 부채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깨달았으며 이것이 세계금융위기로부터 영향을 적게 받은 이유라 추정된다.

    <그림 20> 기업규모별 부채비율 추이 <그림 21> 한계기업 부채비율 추이
    자료) ㈜한국기업데이터 2005~2018, 단위 %
    주)부채비율 = (총부채/자기자본)×100. 일반기업은 부채비율 하위 70% 기업으로, 한계기업의 기준은 부채비율 상위 30% 기업으로 필자가 임의적으로 정했으며, 한계기업 부채비율 추이가 발산하지 않게 1000% 이상 기업은 제외함

    2000년 이후 한국 기업들의 투자성향이 보수적으로 되었다는 것은 IMF 이전 시기와 비교한 측면에서 그렇다는 의미지 다른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의 ‘자본’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다. 필자는 앞에서 계열사 및 준계열화된 공급생태계, 모듈화의 진전과 자동화, 투자 중심의 수출주도 경제가 한국 경제의 빠른 추격성장을 이끈 제도적인 요인으로 제시했다. 2000~2010년 사이 중국특수와 해외직접투자와 결합된 세계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뒷받침 하는 것은 다른 어떤 요인도 아닌 투자주도 성장이었다.(정준호, 2019) 이와 같은 투자 주도 하에서 한국 경제의 제도적 요인들이 작용함으로써 성공적인 추격 성장을 하게 되었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제조업은 전자,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건설중장비 등 여러 업종에서 선두주자에 오르게 된 것이다.

    2000년 이후 한국경제의 성과는 객관적인 지표로도 확인된다. <그림 22>은 2005~2018년간 누적적인 노동생산성 합을 나타내고 <그림 23>은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구매력평가(PPP) 기준 실질임금 추이를 나타낸다.(3) <그림 22>에서 보듯이 한국은 노동생산성 상승률 합은 OECD 전체 3위이며, 동유럽에서 유럽공동체로 포함된 국가들 3국(에스토니아, 슬로바키아, 리투아니아)을 제외한 국가들 중 노동생산성 상승률이 가장 높은 국가이다.

    노동생산성 상승률만 높은 것은 아니다. 한국의 실질임금 상승도 주요 경쟁국가들에 비해 빠르게 나타난다. 한국은 세계금융위기 전후(2008~2013)의 임금 상승의 상대적 정체를 예외로 하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꾸준히 실질임금이 상승했으며 실질구매력에서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을 초월했고 영국이나 프랑스와의 격차도 크게 줄었다. 노동자 내부의 절대적인 임금격차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의 고용된 노동자들의 실질소득은 꾸준히 상승해 온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평균적인 한국의 노동자들은 이제 평균적인 일본 노동자들보다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고 있다.

    <그림 22> 2005~2018 노동생산성 상승률 합 <그림 23> 주요국 실질임금 추이
    자료) OECD stat(2020), data extracted from OECD stat on Dec. 01.
    주1) 2005-2018년간 자료가 있는 OECD 국가 노동생산성 상승률(%) 단순 합.
    주2) <그림 21>은 PPP 기준 임금 추이(단위, $)

    부의 계급간 분배 차원에서 보아도 중소기업 노동자들조차 일방적으로 희생만 당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이다. 이는 노동소득분배율 추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집계적 수준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은 국민소득에서 노동의 몫을 의미하는데, 자영업자를 제외하면 2000년대 이후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꾸준히 상승하거나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된다. 2001년 노동소득분배율은 58.1%에서 2006년 61.8%까지 상승했다가 2011까지 다시 59.5%로 미세하게 하락한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2018년에는 63.8%에 이른다.(한국은행, 2020)(4) <그림 22>에서 보듯이 2006~2012년 사이 한국의 임금상승세 추세가 크게 완화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기간은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한 기간과 크게 겹친다.

    노동소득분배율이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된다는 것은 노동생산성 상승률과 노동자들의 임금상승율이 같다는 의미다. 총부가가치 100일 때 노동소득분배율이 60%이면 노동의 몫은 60이고 자본의 몫은 40이다. 노동생산성이 100% 상승해서 총부가가치가 200이되면 노동소득분배율이 60%일 경우 노동의 몫은 120이 된다. 노동소득분배율이 일정하고 고용된 노동량이 같다면, 노동생산성이 두 배가 될 때 노동자들의 실질임금도 2배가 된다.(한국은행, 2020) 물론 노동소득분배율이 노동생산성보다 더 빠르게 상승했다는 것이 1인당 임금율 1인당 노동생산성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다는 의미로 단순화되지는 않는다. 고용율 증가에 따른 노동인구의 증가도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림 24>는 기업규모별 노동소득분배율 추이를 나타낸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소기업, 중기업, 소상공인, 대기업 순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이 나타난다. 이는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아진다는 의미인데, 앞 절의 내용과 연결해서 보면 자본집약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아짐을 시사한다. 이는 자본집약도가 증가하고 자동화가 진척되면 노동생산성이 상승하지만 노동자들의 임금은 그 비율만큼 상승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한 <그림 24>는 세계 금융위기 이전 한국 제조업이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에는 노동소득분배율인 점진적으로 감소했지만 2010년 이후 2015년까지는 상승추세를 유지했음을 보여준다. 불황기에 노동소득분배율이 상승하는 것은 임금의 하방경직성이 반영된 것으로 이해된다. 금융위기 이후 장기적 불황으로 기업의 부가가치 성장률은 감소하는데, 임금성장율은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되기 때문에 노동소득분배율이 상승한 것이다. <그림 25>은 대기업 업종간 노동소득분배율 추이를 나타낸다. 금융위기 이전 대비 노동소득분배율이 가장 크게 낮아진 것은 제조업이며 지식서비스 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은 오히려 상승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규모 설비에 의존하는 제조업보다 인적 자원의 역량에 더 크게 의존하는 지식서비스 분야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높게 나타난다.

    <그림 24>에서 또 한 가지 시사점은 중기업과 소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 추이다. <그림 24>는 중소기업 노동소득분배율은, 전제한 한국은행 추이와 같이 2005~2011까지 소폭하락 하다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는데, 장기추세에서 중소기업 노동소득분배율도 60% 내외에서 수렴된다. 이는 중소기업에서도 노동생산성 상승만큼 실질임금이 상승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이 노동생산성 상승만큼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노동자들과 임금 격차가 커지는 것은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생산성 차이에서 비롯됨을 시사한다. 대기업들은 중간재를 매입하며 중소기업에게 일정한 비율의 마진폭만을 허용함으로써 중소기업의 부가가치 상승률을 억제된다. 노동소득분배율이 변동이 없다면 이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상승률도 억제된다는 의미다.

    반면 세계시장의 선두주자로 상승한 대기업들은 자사 제품에 대해서는 마크-업을 함으로써 마진폭을 크게 할 수 있다. 경기호황일 때 한국 대기업들의 마진폭이 매우 높아지는 이유이다. 비록 대기업 노동자들은 노동소득분배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해도 기업의 총이윤이 증가하기 때문에 임금의 절대액은 더 커진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 노동자들과의 임금 총액의 격차는 확대된다. 이와 같은 구조하에서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중소기업들이 축적된 기술력을 토대로 국내 대기업 공급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된 공급자로서 다양한 수요처를 개발하지 않고는 극복 불가능하다. 공정거래법의 법률적 보완이 어떻게 되더라도 대기업이 수요독점적 지위를 갖는 이상 중소기업의 마진 폭은 커질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계속>

    <그림 24> 기업규모별 노동소득분배율 <그림 25> 업종별 대기업 노동소득분배율
    자료) ㈜한국기업데이터 2005~2018

    <각주>

    1. 이 글에서 사용되는 ㈜한국기업데이터 2005~2018년 패널 자료는 두 측면에서 활용한다. ㈜한국기업데이터 DB의 2018년 기준 기업규모별 분류에 의하면 대기업 4352개사, 중기업 42,294개사, 소기업 61,444개사이다. 이와 다르게 대기업-중소기업간 거래네트워크를 토대로 한 기업유형별로 분류하면 선도기업 332개사, 1차 협력기업 12,061개사, 2차 협력 6,967개사이다. 대중소기업간 거래관계에 따른 분류가 기업규모별 분류와 크게 차이가 있는 것은 첫째, 선도기업은 대기업, 중견기업 중 최종재를 생산하는 기업만 포함하며, 대기업이거나 중견기업일지라도 공급기업이면 1차 협력기업이나 2차 협력기업에 포함된다. 또한 거래관계 DB에 포함되지 않아 대중소기업간 거래관계추적에서 제외된 기업들은 기업유형별 분류에서는 빠져있기 때문이다. 자세한 설명은 김종호 외(2019) 참조.

    2. 해외직접투자의 고용효과는 상이한 결과를 제시한다. 해외직접투자 증가로 고용이 감소했다는 실증결과가 존재하는 반면 해외직접투자로 인해 고용이 증가했다는 실증결과도 존재한다.(홍장표, 2016)

    3. <그림 20>에서 아일랜드는 제외된다. 아일랜드의 노동생산성 상승률은 발산하는 수준인데 이는 아일랜드가 준 조세회피처가 되면서 초국적자본의 페이퍼컴퍼니 회사들이 유입되면서 나타난 결과이다.

    4. 노동소득분배율 정의에서 자영업자의 소득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를 두고 방법이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기업 내부에서의 계급간 분배를 다루기 때문에 자영업자와 관련된 논의는 제외한다. 위에서 인용된 한국은행 노동소득분배율은 자영업자가 제외된 값이다.

    필자소개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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