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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운동의 오늘과 어제
    [노동운동의 현실, 과제와 전망-③] 어떤 투쟁,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2021년 04월 27일 12: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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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경규 전 공공연맹 위원장이 노동운동의 후배들, 철도노조의 신입 간부들에게 노동운동의 현실과 과제, 전망에 대해 강의한 내용을 페이스북에 풀어서 쓰고 있는 글이다.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강의 내용 중심이어서 말하는 방식으로 기술되어 있는데 원글을 그대로 살린다. 앞으로도 부정기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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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운동의 현실, 과제와 전망 ②]청년과 젠더 이슈, 노조와는 무관한 것일까?

    이 글들은 철도노조의 신임간부들과 나눈 이야기임을 감안해서 읽어 주시길(필자)

    9. 오늘

    세상 이야기 더 할 게 많지만 이 정도 하고 이런 세상을 바꾸어야 할 책임이 있는 노동운동의 주체적 조건은 어떤지, 가능성은 있는지 같이 고민해 봐요. 솔직히 말할게요. 지금 이대로라면 가능해 보이지 않아요.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건 민주노조운동이 세상을 바꾸는 운동으로서의 자기 전망을 분명하게 수립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지요. 말로는 그렇다고 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할 노선과 철학, 전략의 빈곤이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한 토론이나 구체적인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의문이고요. 무엇보다도 조합원 대중과 운동의 방향과 전망을 공유하는 노력이 없다는 점이고요..

    둘째는 조직율의 문제이지요. 10% 남짓이에요. 2000만 노동자 중 대략 200만이 조직노동자라는 것이지요. 생각해보세요. 한 사업장에 노동자가 200명인데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20명이라면 그 노조가 어떻게 역할을 할 수 있겠어요. 사용자측이 그런 노조 때문에 걱정할 것 같은가요?

    사회적으로 확장하면 10%의 조직력을 가진 노동운동이 어떻게 사회적 영향력을 가질 것이며 세상을 지배하는 자본에게 두려운 상대가 되겠어요. 더구나 그나마 안간힘을 쓰는 민주노총의 조직률은 5%도 안 되니 더 심각하지요. 자본이나 정부가 입만 뻥긋하면 민주노총 때문에 큰 일이라고 하지만 사실 속으로는 하나도 걱정하지 않아요. 그러면서도 혹시라도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까봐 쉴 새 없이 노동운동이 나라를 망친다고 하고, 경제를 망친다고 하고, 심지어 민주당의 원내대표였던 사람은 민주노총은 테러집단이라고 막말을 하기도 했지요. 조직률 10%는 치명적이에요. 이걸로 세상을 바꾸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지요.

    셋째는 그 10%의 조직노동자 대부분이 정규직이라는 것이지요. 대체적으로 민주노총의 경우 25%만 비정규직 조합원이라고 하지요. 이것도 민주노총이 끝없이 노력한 결과이기는 해요. 그런데 조직율도 낮은데 대부분 정규직 노조라는 사실은 노동운동을 담장 안에 가두는 요인이 되고 참여하고 연대하는 동력도, 투쟁력도 취약하게 하는 원인이 되지요. 민주노총 집회 가보셨잖아요. 노동시간을 놓고, 산재 문제를 놓고,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처절하게 싸우는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위해, 사회공성을 놓고, 바로 이렇게 세상을 바꾸는 문제를 놓고 벌이는 이런 저런 집회들, 대오의 80% 이상이 비정규직이에요. 힘 있는 노조, 대공장 노조에서 참여하는 집회 인원이 몇 %나 될 것 같은가요? 여러분 노조를 돌아보세요. 이쯤 되면 저들이 두려워 할 이유가 없지요. 정규직의 공간을 적당히 열어주고 세상은 얼마든지 요리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겠어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기업별 노조 체제는 한국 노동운동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한계가 되고 있지요. 왜 그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기업별 노조라는 존재는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탈각시키지요. 사업장 내 자신들의 이익을 넘어 전체 금속노동자, 공공노동자의 문제를, 노동계급 전체의 삶을 생각하지 못하도록 하니까요? 회사의 수익이 나야 임금이 오르니 회사의 이익이 곧 나의 이익이 되고, 결국 자본의 세상에 힘을 더해 주는 꼴이 되고 말지요. 비정규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고민하거나 전체 노동계급의 문제를 받아 안는 운동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거지요. 당위적으로 집행부가 그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도 기업별 구조에서 노동자를 설득하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 되지요. 도덕이나 윤리적 관점으로 접근할 수 없는 문제예요.

    그래서 그 결과는 연대의식의 취약으로, 노동의 양극화로, 노동계급의 분절화로 나타나게 되고요. 기업별 체제는 결국 전 산업 혹은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섭구조를 갖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세상의 문제에 대해 노동운동이 무언가를 하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구조를 만들게 되지요. 민주노총이 이런 구조에도 불구하고 안간힘을 써왔지요. 그런데 이조차 무너지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지요.

    그래서 노동운동은 오랜 기간 산별운동이라는 걸 진행하고 금속, 공공 등 산별노조를 만들었지요. 그런데 정부나 자본은 우리의 노동조합법이 기업별노조 체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음을 빌미로 산별노조를 개무시하고 있지요. 왜냐하면 산별노조 체제가 그 전처럼 노동자를 분리하고 사업장에 가두어 둘 수 있는 이점을 잃는 것이 되어 세상을 뺏길까 두려워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여기 빼놓을 수 없는 한계가 또 있는데요. 그건 힘 있는 대공장 노조들의 태도지요. 사실 조합원이 수천 수만이 되는 노조들, 기업별노조라고 해서 손해 보는 게 없어요. 그 자체의 힘만으로도 조합원의 이익을 챙겨주는 데 어려움이 없거든요.

    철도노조 여러분! 철도노조는 공공부문 최대 노조잖아요. 공공운수노조가 2006년에 설립되었지만 여러분은 15년째 아직도 산별노조에 가입하고 있지 않잖아요. 사실 산별노조에 참여하는 건 어쩌면 바보 짓이에요. 실리만 따지면 굳이 그럴 이유가 없지요. 세상을 바꿀 생각이 없으면 안 해도 되요. 그런데 철도가 참여하지 않는 공공산별노조가 무슨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겠어요. 기업별 노조, 노동운동이 꼭 넘어야 할 숙제입니다.

    다 아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그건 나도 아는데 그래서 노동운동의 대안이 그럼 뭐냐는 반문이 바로 나오겠지요. 전 답이 없어서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 4~5중의 고리 중 하나라도 끊어야 합니다. 제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건 답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 답을 알면서도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할 노력을 이제는 아예 중단하고 있다는 거예요. 이 4중, 5중의 한계를 돌파하려고 했던 과거의 노력들이 실제 성과로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는 절망감 때문이겠지요.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여전히 세상을 바꾸는 노동운동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어디선가 이 중 한 개라도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지금, 여러분들, 그리고 현장의 노조간부들은 이런 중첩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얼마나 고민하고 있을까요? 민주노총은 이 고리를 끊을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찾고는 있을까요? 저에게만 잘 안보이는 건가요? 이건 끝이 없는 숙제예요. 그런데 그 숙제를 총파업이라는, 현상에 대한 선동적인 대증요법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문제를 해결하는데 대증요법도 당연히 필요하지요. 그러나 본질적인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노력이 함께 가지 않는다면 무위한 일이 되고 말기 일쑤잖아요. 우리 노동운동은 지금 어떤가요?

    10. 어제

    잠깐, 전에는 노동운동이 어땠는지 볼까요?

    옛날에도 낮은 조직율, 기업별 노조 같은 기본적인 조건은 마찬가지였지만 민주노조운동이 세상을 바꾸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전체 노동자의 삶을 바꾸어 내고 한국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 내던 시기가 있었지요.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살았던, 그저 공돌이 공순이라는 말에 익숙했던, 34년 전,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이 시작되고 이어진 10년은 그랬습니다. 쫌 이제는 노동자도 인간이니 인간답게 살자고 모두 함께 투쟁했던 때였지요. 그렇게 임금인상 투쟁을 하고 노동기본권을 위한 투쟁을 하면서 노동자의 삶이 바뀌기 시작했지요. 한 사업장의 투쟁이 모든 노동자의 승리가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투쟁이 모든 제조업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고 노동기본권을 확보하게 해주기도 했고 지하철노조의 투쟁이 공공부문 전체 노동자의 삶을 바꾸어 주기도 했지요.

    나를 위한 싸움이지만 그 결과는 하나가 열을 위해 투쟁하는 그런 세상이었지요. 무슨 대단한 사회변혁의 이념을 갖고 싸웠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별히 노동운동이 개량성을 벗어나 엄청나게 계급투쟁을 해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었구요. 워낙 엉망이었던 세상인지라 노동자들이 지 개인 몫을 위해 싸워도 그것이 사회적 연대투쟁이 되고, 그것이 계급투쟁이 되던 시절이었지요. 그때는 더 과격한 투쟁을 했지만 국민들도 민주노총에 대하여 신뢰를 갖고 있었지요.

    제가 그동안 노동운동을 좀 했다고, 그땐 잘했다고 폼 잡으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저 같은 세대는 그야말로 참 쉽게 운동을 한 행복한 세대였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엄혹한 시절이라고 했지만 지나고 보니 참 좋은 시절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투쟁을 통해 노동운동이 세상을 바꾸고 있었고 사회적으로 노동운동의 위상도 있고 그 역할도 존중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바람보다 풀이 먼저 일어나니 복잡하게 머리 굴려 노동운동의 이념이고 전략이고 그런 것 고민 안 해도 세상을 바꾸어 갈 수 있었지요. 그저 노조 간부라고 어깨에 견장 하나 차고 그냥 배신하지 않고 투쟁을 열심히 하면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니 저처럼 실력이 없어도, 공부를 별로 안 해도, 고민이 별로 없어도, 열심히 투쟁하는 걸로 노조 간부의 역할을 때웠던 것 같아요. 투쟁을 안 하는 건 운동에 대한 배신이고 노동자에 대한 배신이었습니다. 흔히 전투적 조합주의라고 불렀지만 그것은 조합주의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사실 노동운동에서 투쟁은 일상이고 운동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당시의 시대적 조건에서 투쟁은 다른 의미를 부여 받았습니다. 당시 민주노조운동에게 투쟁이란 하나의 노조 활동이 아니라 그 자체가 노선이었고 선이었습니다. 투쟁이 곧 전략이고 계급이었습니다. 보다 분명한 비타협적 투쟁을 견지하고 총파업을 주장하는 것, 그것이 곧 세상을 바꾸는 일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부여된 투쟁의 의미는 우리 운동의 유산으로 남았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조건이 바뀌었지만 이 유산은 우리 운동에 이제는 거꾸로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노동운동의 투쟁이 전체 사회의 변화와 동일한 선상에 있지 않은 경우가 나타났습니다. 이런 고민을 한 번 해보세요. 여러분의 임금투쟁의 승리가 전체 노동계급의 삶을 바꾸나요? 오히려 자본이 힘 있는 정규직 노조에게 올려준 임금을 보충한다고 하청업체에 그 비용을 전가하여 결국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거꾸로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던가요?

    혹시 우리 노조의 승리가 노동의 양극화를 빚고 있고 죽음의 외주화를 만들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신 적은 없는지요? 혹시 우리의 고용확보를 위한 투쟁으로 비정규직이 일자리를 먼저 잃게 되는 일은 없었는지요? 혹시 우리의 투쟁이 한국사회의 변화가 아니라 저들이 만들어 놓은 불평등과 차별의 세상을 유지시키는 것은 아닌지요? 그래서 지금 노동조합의 간부들은 깊은 고민이 필요하고 더 많은 다양한 전략을 만들어야 된다는 것이지요. 저처럼 대충해서는 노동운동의 미래를 열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에게 큰 짐을 맡긴 것은 선배세대의 큰 잘못이구요. 미안합니다.

    민주노총 선거를 지켜보았습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20년 전 10년 전과 다르지 않은지 싶었습니다. 주요한 공약은 총파업이고 내가 저쪽 후보보다 투쟁을 더 잘한다가 가장 주요한 공약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정말 그 동지들은 현재 우리 운동의 토대와 조건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주장하는 것일까, 도대체 지금 우리 운동의 과제가 내가 투쟁을 더 잘한다가 선거의 최대쟁점일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모두들 투쟁에는 이골이 난 사람들이고 투쟁에 몸 사릴 정도면 민주노총에 나서지도 않았을 텐데….

    마치 30년 전, 투쟁이 곧 세상을 바꾸는 일이었기에 가장 중요한 노선이자 전략이 되었던 시절처럼, 그래서 투쟁을 더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논쟁거리였고 그것으로 민주와 어용이 나뉘던 시절처럼, 총파업을 주장하지 않으면 노동운동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되던 시절처럼, 시간이 참 많이 흘렀지만 투쟁이라는 우리의 유산은 그렇게 소비되고 있었습니다.

    오해하실까 덧붙입니다. 투쟁을 하지 말자고, 총파업을 하지 말자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노동조합이고 그래서 조합원의 삶을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노조의 존립 근거가 바로 그거니까요. 그리고 보다 효과적인 투쟁을 위해 시기를 맞추어 보다 많은 사업장이 함께 파업을 함으로써 더 많은 성과를 거둘 수도 있습니다. 혹시 이걸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이라고 부르는 것일까요? 이것은 노동운동의 일상입니다.

    그러나 조금 더 큰 규모의 투쟁을 묶는다 해서 그 투쟁이 과거처럼 바로 세상의 변화로, 노동자 전체의 삶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투쟁, 우리의 파업이 오늘 과거와 다르게 어떤 한계를 갖고 있는지는 확인했으니까요. 세상을 바꾸는 노동운동, 그것을 위한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 꼭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투쟁을 위해 우리가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그것이 가능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실천적으로 만들어내는 일일 것입니다.

    지난 수년, 혹은 십수년 동안 외쳐 온 총파업이 한 번도 이루어지지 못했으면 그 원인에 대한 발본적인 성찰을 할 때가 되었지요. 그 연장선에서 대안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철도노조 동지 여러분, 지금부터 그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 노동운동의 현실에 대해 한 두 가지 더 이야기하고 대안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해 봐요.

    필자소개
    전 민주노총 공공연맹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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