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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수전』⑨
    “마르크스에 매료되다”
        2021년 05월 06일 09: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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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수, 마르크스를 만나다(8회차)

    (9회차) 마르크스에 매료되다

    그는 읽고 해석하고 의미를 되새기며 마르크스의 글에 매료되었다. 약간 비판적이기도 했지만.

    김영철은 민수가 번역한 글을 보더니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어느 부분에 표시를 하고 말했다. “이 표시 안의 얘기를 좀 더 알아듣게 설명해 볼래?”

    반종교적 비판의 기반은 이것이다: 인간이 종교를 만들지, 종교가 인간을 만들지는 않는다. 종교는 사실, 자기 자신을 아직 얻지 못했거나, 이미 자기 자신을 다시 상실해 버린 인간의 자의식이고 자긍심이다.(1)

    “인간이 종교를 만들지요. 예수가, 마호메트(무함마드)가, 조로아스터가 종교를 만들었다는 증거는 있지만 여호와와 알라와 아후라 마즈다가 인간을 만들었다는 증거는 없잖아요. 석가모니는 실재했지만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이 있었는지, 혹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죠. 그리고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거나 자기 자신을 상실한 사람이 종교에 귀의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잖아요.”

    “음. 좋아. 그런데 이 부분은 참으로 번역이 어려운 부분인데, 어떻게 했는지 말해 볼래?” 그가 두 문장을 괄호를 그려 묶었다.

    종교는 억압받는 피조물의 한숨이며, (따뜻한) 가슴이 없는 세계의 정수이고, 또 영혼을 상실한 상태의 핵심이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2)

    그는 먼저 영어판을 한 번 읽으며 heart와 soul에 밑줄을 쳤다.

    “Religion is the sigh of the oppressed creature, the heart of a heartless world, and the soul of soulless conditions. It is the opium of the people.”

    “이 부분에서 숱한 오역이 발생한 게 이 heart와 soul 때문일 거예요. 여기서 soul을 영혼이라고 번역하면 ‘영혼 없는 상태의 영혼’이라는 도대체 알아듣지 못할 얘기가 되죠. 그래서 핵심이라고 했어요. 그게 그나마 뜻이 통할 거 같아서요. ‘heart and soul’을 찾아보았더니 ’어떤 대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정수나 핵심‘이라는 뜻이더라고요. 그리고 ‘the sigh of the oppressed creature.’는 말 그대로 억압받는 피조물의 한숨이라고 하면 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이집트에 끌려가 강제 노동을 하면서도 메시아를 기다리던 이들은 한숨을 지었겠죠. 그렇지만 그 한숨이 그들을 구원하지는 못했을 거고요.”

    김영철은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지? 저번에 말한 것을 생각하면 이것에도 비판적일 것 같은데.”

    그러므로 진리의 피안(彼岸)이 사라진 뒤에, 차안(此岸)의 진리를 확립하는 것은 역사의 임무이다. 인간의 자기 소외의 신성한 형태가 폭로된 뒤에, 그 신성하지 않은 형태들 속의 자기 소외를 폭로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바로 역사에 봉사하는 철학의 임무이다. 이리하여 천상의 비판은 지상의 비판으로, 종교의 비판은 법의 비판으로, 신학의 비판은 정치의 비판으로 전환된다.(3)

    “비슷해요. 마르크스 아저씨가 또 마지막에 초를 친 것 같아요. 이건 멋있어 보이려 애쓰는 사람의 글 같지 않은가요?”

    “나는 그냥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무엇은 무엇의 과제이다. 무엇은 무엇의 임무이다. 이런 말들은 일단 과학적인 말은 아니지 않겠어요?”

    “어떤 긴 글의 모든 부분이 다 과학적일 필요는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설득에는 여러 방법이 있는 거야. 논증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지. 예를 들면 미인의 눈물 한 방울은 논문 한 권보다 더 강한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을 거야.”

    “와. 정말 멋진 말이에요. 형이 방금 한 말이 미인의 눈물 한 방울보다 더 설득력이 있네요.”

    “참 대단하다. 너란 놈은. 어쨌든 가끔은 멋있게 말하는 것 자체에도 설득력이 있을 수 있어.”

    “그렇겠네요. ‘진리의 피안(彼岸)이 사라진 뒤에, 차안(此岸)의 진리를 확립하는 것은 역사의 임무이다.’ 이거 보고 뿅 간 사람들이 있었겠네요.”

    “그럼 정리를 해볼까?”

    “예.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말은 종교를 악의적으로 비하하는 말이 아니에요. 그의 말은, 종교는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하는 진통제이자, 현실 도피처라는 거예요. 게다가 아편에는 진통의 기능 뿐 아니라 중독되게 하는 특징이 있고, 한 번 빠지면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도 그 어휘를 택한 이유였을 거예요.”

    “너는 공부해야겠다. 나중에 대학원을 철학과나 우리 과로 오는 게 어떨까.”

    “글쎄요. 철학과나 사회학과라. 저는 문학이나 역사학이 어울려요.”

    “아닌 것 같은데. 아니, 그런 것들을 못할 거라는 얘기가 아니라 굉장히 논리적이니 사회과학이나 철학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얘기야. 시험을 한 번 해보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해?”

    “미친놈이 술 처먹고 한 얘기 같아요.”

    “너 욕도 할 줄 아네.”

    “과거가 있는 남자랍니다. 과거는 묻지 마세요.”

    민수는 잠깐 웃은 뒤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뇌사 상태의 사람도 존재하죠. 그는 생각할 수 없지만 존재해요. 의식을 잃은 사람도 존재하죠. 그 역시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존재해요. 생각할 능력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아메바 같은 원형 동물도 존재하죠. 의식을 가졌다고 말하기 힘든 존재들이 진화하면서 의식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는 존재들이 만들어졌어요. 두뇌의 진화였겠죠. 그러다가 생각한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존재가 생겨났겠죠. 그 존재는 상대적으로 발달된 두뇌를 가지고 있고, 결국 인간의 두뇌가 존재하여 기능하니까 생각할 수 있는 거죠.”

    “너 유물론 공부했니?”

    “아니요. 따로 공부한 거 없는데요. 마르크스는 테제랑 이번에 읽은 비판 서문밖에 안 읽었고요.”

    “그러면 너는 스스로 깨우친 유물론자야.”

    “이게 유물론이에요? 저는 과학에 근거해 생각을 말한 것뿐인데.”

    “과학에 근거해 생각하는 것을 체계화하여 존재와 인식의 이론을 정리하면 유물론이 되는 거야.”

    “그래요? 그럼 그건 전통적인 의미의 철학은 아니겠네요.”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 맥주, 소주?”

    “소주 마시러 가요. 우리의 진로는 영원히 진로일 뿐이지요.”

    “넌 고등학교 때 말장난만 익혔구나.”

    “말장난 뿐 아니라 말로 사람을 제압하는 것도 익혔어요. 가요, 형.”

    그는 그 날 김영철에게 돼지부랄로피테쿠스 사건 등을 얘기해 주었다.

    8월의 마지막 주에 민수는 무서운 일을 경험했다. 서울 능동의 어린이대공원에서 그는 바이킹이 얼마나 무섭고 야만적인지 알 수 있었다.

    “으아아악.”

    “와아아아.”

    민수의 비명은 고통의 비명이었고, 유정의 비명은 환희의 그것이었다. 생전 처음 바이킹이라는 놀이기구를 탄 그는 그 반복적으로 밀려오는 공포와 울렁거림 속에 거의 초죽음이 되었다. 유정은 얼마나 좋아하던지 한 번 더 타자고 했고, 그는 무릎 꿇고 빌어서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청룡열차도 타기 싫었지만 유정은 그를 그냥 놔두지 않았다.

    “남자가 뭐 이래? 이렇게 용기가 없어서 되겠어? 너 나 죽을 때까지 지켜줘야 하는데 이런 약한 모습 보이면 누나가 앞으로는 동생 취급할 거야. 뽀뽀도 금지하고.”

    유정은 1968년 5월생이었고, 민수는 1969년 1월생이니 누나가 맞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찌 동생 취급을 받고 뽀뽀를 금지당한 단 말인가. 그는 탔다. 다행히 청룡열차의 공포는 일시적인 것이었고 일부 구간에서는 짜릿하기도 했다. 역시 바이킹이 최악이었다.

    둘은 그늘을 찾아 앉았다. 아직 여름은 끝나지 않았고 날씨는 더웠고 해는 강했다. 다행히 습도는 높지 않았고 바람도 불어서 그늘 속은 쾌적했다. 바이킹과 청룡열차 등 놀이기구 얘기를 하던 그들의 대화 주제는 시로 넘어갔다. 놀이기구라는 것을 다시는 타지 않으리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있던 민수에게 유정이 말했다. “제일 좋아하는 시 구절이 뭐야?”

    “음. 둘 중 하나인데, 하나는 이백의 <산중문답>의 ‘도화유수묘연거(桃花流水杳然去)’고, 또 하나는 두목의 <산행>의 마지막 구절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야. 서리 맞은 잎사귀가 이월의 꽃보다 더 붉다. 정말 멋지지 않아?”

    유정은 웃었다. 한참을 웃은 후 그가 말했다. “응, 멋져. 근데 나는 그 시보다 두목이라는 이름이 더 인상에 남았나 봐. 두목, 너무 웃겨.”

    “두목, 웃기지. 그거 배울 때 애들이 참 많이 웃었었는데.”

    민수는 자신의 고1 때 한문선생님 이름이 자신과 같은 김민수여서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다고 말하며 그런 일들 중 하나를 얘기해 주었다.

    “그 선생님이 수업을 마치고 나가시잖아. 그럼 애들이 꼭 ‘김민수!’ 하고 부르곤 했어. 선생님이 황당한 표정으로 애들을 바라보면 애들은 그랬지. ‘학생 김민수 부른 건데요.’ 뻔한 거짓말인지 알면서도 그 선생님은 웃으며 교무실로 가시곤 했어.”

    “그랬구나. 선생님께서 인격자셨네. 그런데 너는 영문관데 당시만 좋아하네. 영시 좋아하는 것은 없어?”

    “아직 일학년이라 제대로 배운 게 없어서 그럴 지도 모르지. 셰익스피어나 19세기 시들이나 그런 것들 배우면 생각이 달라질 지도.”

    민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셰익스피어를 좋아했었고, 학력고사 직후 19세기 영국 시들 중 <노수부의 노래(The Rime of the Ancient Mariner)>를 알게 되었었다. 그가 그 시를 알게 된 계기는 그가 좋아하던 영국 헤비메탈 그룹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의 <Powerslave> 앨범에 이 시와 동명의 곡이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민수는 그 시를 강의와 무관하게 읽었었고, 마음에 들어 했고, 그래서 그는 셰익스피어와 19세기 시들을 언급한 것이었다.

    “지금 외우는 시는 있어?”

    “딱 두 가지 있어.”

    “뭐야? 첫 번째로 외운 시 읊어볼래?”

    “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

    Petals on a wet, black bough.”(4)

    “에즈라 파운드의 <In a Station of the Metro>구나. 외울 만하네. 딱 두 줄짜리니까.”

    민수는 그것을 인정하며 웃었다.

    “다른 건?”

    민수는 그가 외우고 있던 ‘유이한’ 것들 중 나머지인 예이츠의 시를 읊었다. 내용도 마음에 들었고 짧았기 때문에 두어 번 읽고 외운 시였다.

    Wine comes in at the mouth
    And love comes in at the eye;
    That’s all we shall know for truth
    Before we grow old and die.
    I lift the glass to my mouth,
    I look at you, and I sigh.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온다.
    우리가 늙어 죽기 전 진실로서 알게 될 것은 오직 그것뿐.
    나는 입으로 잔을 들어올리고, 너를 바라보고, 한숨짓는다. (5)

    유정도 처음 들은 그 시가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유정이 말했다. “한숨짓는다. 짝사랑인가 봐.”

    “그렇겠지?”

    “그런데 사랑이 눈으로 들어와?”

    “남자는 눈으로 반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해. 하지만 눈만은 아니겠지. 눈으로, 코로, 귀로, 입으로, 온몸으로 들어오겠지. 이것처럼 말이야.”

    민수는 유정의 손을 잡았다. 사랑은 손으로도 들어왔다.

    “그렇구나. 온몸으로 들어오네.”라고 유정이 말했다. 그러더니 그는 조금 심각한 얘기를 했다. “민수야. 이런 걸 한 번 상상해봐. 오십대 초반의 남자랑 술을 세 시간 쯤 마시는 거야. 그런데 그 사람은 세 시간 내내 전두환과 노태우와 이병철을 찬양하며 김대중과 김영삼과 ‘싸가지 없는 공돌이들’과 ‘학생 운동하는 미친놈들’을 욕할 거야. 술 마실 수 있을 것 같아?”

    민수는 유정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민수는 가슴이 뭉클했다.

    “마실 수 있어. 일 년에 두세 번이라면.”

    둘은 손을 잡았고 한참을 미소 지으며 앉아 있었다.

    유정이 짓궂게 말했다. “열 번이면 못해?”

    “누나, 까불면 동생이 뽀뽀 안 해준다.”

    둘은 웃으며 일어나 독립문으로 향했다. 유정이 민수의 고향 동네를 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들뜬 둘은 건대입구 전철역으로 가는 길을 잃었고 한참을 헤맨 후에 뚝섬역에서 지하철을 탈 수 있었다.(6) 둘은 을지로3가 역에서 갈아타고 독립문역에 내렸다. 민수는 먼저 독립문을 유정에게 보여 주었다.

    “이게 도대체 뭐야?” 둘이 경악했다. 분명히 고 3 때 민수가 마지막으로 독립문 앞의 해설 문구를 보았을 때는 영어 표시가 ‘Tongnimmun’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Dog Rib Mun’.

    유정이 말했다. “개 갈비 문이라. 누가 저렇게 할 생각을 했을까. Dongnimmun으로 표기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는 Tongnimmun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말 디귿은 무성음이어서 영어의 d와는 음이 다르잖아. 예를 들어 dance와 댄스는 발음이 완전히 다르지. 사실 자꾸 ‘땐쓰’로 발음이 바뀌는 것도 디귿과 시옷 모두 무성음이기 때문일 수도 있어.”

    “그럴 수도 있겠네. 그런데 표기 방식이 중구난방이니까 그래서 웃기는 경우도 많아. Dog Rib Mun도 그렇지만 또 다른 것도 있어. 보통 신촌은 ‘Shinchon’으로 표시하잖아. 그거 영어식으로 읽으면 우리말 신촌과 음도 비슷하고. 그런데 우리 학교 앞이나 연대 앞에 가면 ‘Sinchon’으로 표기한 곳도 많아. 죄악의 동네 같잖아.”

    “신촌? 죄악의 동네 냄새가 없지는 않지. 거기 이상한 업소들이 많거든.”

    “이상한 업소? 그게 뭐야?”

    “나도 얘기만 들었어. 그러니까 룸살롱이란 게 있대. 여자가 시중드는 술집.”

    “넌 그런데 안 갈 거지?”

    “미쳤어. 그런 데를 가게?”

    민수의 마음은 진심이었고, 유정도 그의 말을 믿었다.

    둘은 독립문 로터리에서 서대문 로터리까지 걸었고 버스를 타고 공덕동으로 갔다. 민수는 5분만 머문다는 약속을 어기고 십 분이나 유정의 오피스텔에 머물다가 집으로 향했다.

    언젠가부터 독립문은 Dongnimmun으로, 신촌은 Sinchon으로 표기되었다. 독립문은 유정의 생각대로 되었고, 신촌은 그러하지 못했다. 시옷 뒤에 ㅑ, ㅕ, ㅛ, ㅠ, ㅣ 모음이 오는 경우 국제발음기호 상의 [s] 대신 [ʃ] 발음이 생긴다는 것은 무시되었다. 그 후 한국을 찾았던 외국인들은 신촌을 ‘씬촌’으로 발음했다. 1980년대의 외국인들은 ‘신촌’으로 발음했었다.<계속>

    각주

    1. https://en.wikipedia.org/wiki/Opium_of_the_people 의 영문 글을 필자가 번역함.
    2. 위와 같음
    3. https://ko.wikisource.org/wiki/번역:헤겔_법철학_비판_서설 에서 인용함.
    4. 군중 속에 유령 같은 이 얼굴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
    5. A Drinking Song. by William Butler Yeats https://www.poetryfoundation.org/poems/50337/a-drinking-song 에서 인용. 번역은 필자가 함.
    6. 지하철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은 1996년에 문을 열었고, 1987년에는 당연히 이용할 수 없었다.
    필자소개
    정재영(필명)은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작가이다. 저서로는 「It's not Grammar 이츠낫 그래머 」와 「바보야, 문제는 EBS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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