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의 120시간
    공감력 부재, 참담한 무지
    [정치]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 1, 2위를 다툰다는 이의 노동관에 관하여
        2021년 07월 22일 09:35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주당 120시간을 일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이가 있어 화제이다. 그의 주장은 당황스러운데, 만일 주 5일제를 지킨다면, 해당 노동자는 월요일 0시부터 금요일 자정까지 120시간 연속으로 노동해야 한다. 한마디로 죽으라는 얘기이다. 토 일에도 일하라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하루에 17.14시간을 일해야 하는데, 출퇴근에 2시간이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출근 전 식사와 출근 후 식사, 세면 및 목욕, 수면 등을 모두 5시간 안에 해결하라는 얘기이다. 이 또한 죽으라는 얘기이다. 대통령을 꿈꾸는 자는 노동자들을 대량으로 학살하기를 바란다.

    이 자는 자신의 말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발언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나는 그가 정치 참여 선언을 한 직후인 7월 1일에 이렇게 썼었다.

    표준에 가까운 이들 중에서도 정치인들은, 특히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매우 돋보인다. 오랜 세월 판결문을 썼을 것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 참으로 한숨이 나온다. 논리도 없고, 공감 능력도 없다.

    그 대열에 하나가 더 합류했을 뿐이다. 전체적으로 보아, 그는 벽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벽돌일 뿐이다. “All in all you’re just an another brick in the wall.”

    우리가 쇠귀에 경 읽기라고 하는 말을 영어로는 ‘talk to a (brick) wall’이라고 한다. 그는 대화가 이루어질 리 없는 벽을 구성하는 벽돌이 될 것이다. 아니, 이미 그런 것 같다.(관련 글 링크)

    그가 얼마나 무식한지 잠깐 살펴보자. 다음의 글을 내가 어디에서 인용했을 것 같은가?

    2. 사회 문제로 대두된 노동 문제

    산업혁명 이후 자유 방임주의 경제 정책이 점차 자리잡아갔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의 노동자들의 삶은 매우 비참하였다. 자본가들은 임금이 비싼 숙련된 성인 노동자 대신 임금이 싼 부녀자나 아동을 고용하였다. 이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으며 작업 환경도 열악하였다. 실직한 노동자들, 특히 직물업에 종사하던 전통적인 수공업자들은 산업화에 대하여 매우 강한 반감을 지녔다. 이들에 의해 기계 파괴 운동(러다이트 운동)이 전개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당시의 노동 문제는 심각한 사회 문제였다.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스스로 단합하여 노동 운동을 전개해 나갔다. 그 결과 영국의 경우 공장법, 노동조합법 등이 제정되고 선거법이 개정되었으며 점차 노동자의 지위가 향상되었다.

    무슨 좌파 잡지에서 인용한 것이 아니다. 출처는 2009년을 전후로 학교에서 쓰였던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이다. (출처: 고등학교 <사회>, 두산(동아), 2009.)

    또 하나의 글을 보자. 이것 또한 사회주의자들의 문건에서 인용한 것은 아니다. 바로 영국인들 일부가 만들었고 매우 잘 알려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출처이다.

    당시(18세기) 대부분의 공장들, 특히 직물공장들에서 노동자들의 작업조건이 형편없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대부분 숙련된 기술도 없는 가난한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싼 임금을 받으며 매일 14~16시간씩 일을 했는데 시끄럽고 냄새나며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작업을 반복했다. 빈민가에 있는 이들의 집 역시 건강에 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른바 ‘사회문제’가 대두된 것이 바로 이때이다. 어째서 엄청난 양의 상품을 생산해낼 능력이 있는 나라에 계속해서 빈곤이 존재하는가? 이러한 질문과, 그 뒤 노예제의 실시와 관련된 의문의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서구 사회와 정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 새로운 사회철학과 정치 운동의 발생을 가져왔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놀라운 점은, 악명높은 영국 18세기의 노동 현실에서도, 윤석열의 언급처럼 하루에 17.14시간을 노동했다는 얘기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4~16시간 노동했고, 그것을 이 백과사전은 “노동자들의 작업조건이 형편없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라는 말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용했던 것이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절반이 넘는 고등학생들이 읽지는 않을 것이지만,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는 대부분의 고등학생이 읽고, 공부했을 것이 분명하다.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스스로 단합하여 노동 운동을 전개해 나갔다. 그 결과 영국의 경우 공장법, 노동조합법 등이 제정되고 선거법이 개정되었으며 점차 노동자의 지위가 향상되었다.”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등장했던 이 정도 내용도 모르는 이가, 대통령을 꿈꾼다. 참 한심한 사회이다. 더 한심한 것은, 그는 서울 법대 출신이며 사법고시 합격자라는 것이다.

    우리는 우병우 같은 이를 보았고, 여러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도 보았다. 그들은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들과 관련된 것에만 반응하는 희한한 공감 능력을 자랑했는데, 이분 또한 그러한 것으로 보인다.

    조국이 읽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경심은 읽었을 것이 분명한 영시 하나를 소개한다.

    from <The Songs of Innocence>

    The Chimney Sweeper (1789)

    When my mother died I was very young,
    And my father sold me while yet my tongue,
    Could scarcely cry “’weep ‘weep ‘weep ‘weep.”(1)
    So your chimneys I sweep & in soot I sleep.

    굴뚝 청소부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저는 매우 어렸어요.
    제 입으로 “(굴뚝) 청소해, 청소해, 청소해, 청소해”라는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할 때 아버지는 저를 팔아 버렸어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의 굴뚝을 청소하며 검댕 속에서 잠을 자요.

    There’s little Tom Dacre, who cried when his head
    That curl’d like a lamb’s back, was shav’d, so I said,
    “Hush Tom never mind it, for when your head’s bare,
    You know that the soot cannot spoil your white hair.”

    어린 톰 대커가 있었는데, 어린 양의 등처럼 곱슬곱슬한
    자신의 머리털이 잘려나갈 때 그는 울었어요, 그래서 제가 말했어요,
    “울지마 톰, 신경 쓰지 마, 너의 머리털이 없으면,
    검댕이 너의 흰머리를 더럽힐 수 없다는 것을 넌 알잖아.”

    And so he was quiet, & that very night,
    As Tom was a sleeping he had such a sight,
    That thousands of sweepers Dick, Joe, Ned, & Jack
    Were all of them lock’d up in coffins of black,

    그래서 그는 조용해졌어요, 그리고 바로 그날 밤,
    톰이 자고 있을 때 그는 이런 장면을 보았어요.
    수천 명의 굴뚝 청소하는 아이들, 딕, 조, 네드 그리고 잭이
    모두 검은 관(2) 속에 갇혀 있었던 거예요.

    And by came an angel who had a bright key,
    And he open’d the coffins & set them all free.
    Then down a green plain leaping laughing they run
    And wash in a river and shine in the Sun.

    그리고 빛나는 열쇠를 가진 천사가 곁으로 다가와서
    관을 열고는 그 아이들을 모두 자유롭게 해주었어요.
    그래서 껑충 뛰며 웃으며 아이들은 초록빛 들판으로 달려가
    강물에서 몸을 씻고 햇살 속에 빛나요.

    Then naked & white, all their bags left behind,
    They rise upon clouds, and sport in the wind.
    And the Angel told Tom if he’d be a good boy,
    He’d have God for his father & never want joy.

    그리고 발가벗은 흰 몸으로, 모두 (청소용) 가방을 뒤에 둔 채,
    구름 위로 올라 바람 속에서 놀아요.
    그리고 천사가 톰에게 말하기를, 만약 착한 아이가 되면,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게 될 것이고 언제나 기쁨이 부족하지 않을 거야.

    And so Tom awoke and we rose in the dark
    And got with our bags & our brushes to work.
    Tho’(3) the morning was cold, Tom was happy & warm,
    So if all do their duty, they need not fear harm.

    그리고 톰은 잠에서 깨어났고, 우리는 어둠 속에서 일어나
    가방과 솔을 챙겨 일하러 나갔어요.
    비록 아침엔 추웠지만, 톰은 행복하고 따뜻했어요,
    그러니 모두가 자기의 의무를 행하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

    화자인 아이는 ‘순수’해야 할 어린이지만, 그는 부모에게 버림받고 굴뚝에서 노동하며, 그에게 이런 상태를 강요하는 모든 이를, 부모를, 정부 혹은 체제를, 교회를 비판하고 있다.

    영국 사회는 당시 왕실과 성공회라는 두 정신적 지주를 가지고 있었고, 아마도 그 둘은 아이들에게 “만약 착한 아이가 되면,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게 될 것이고 언제나 기쁨이 부족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을 것이고, “모두가 자기의 의무만 행하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라고 세뇌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모두 관에 갇혀 죽어가고 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정치인들에게 블레이크 같은 시인 정도의 감수성이나 공감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누구나 워즈워드나 블레이크나 이백이나 두보나 안도현이나 정태춘 같은 감성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아, 이제 안도현은 삭제한다. 그는 조국이나 정경심을 옹호하기 위해 자신이 전에 썼던 시의 내용과 상반되는 말을 퍼뜨리는 이가 되었다) 단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정책으로 이어지는 발언을 하지 않을 정도의 상식적 판단 능력만 요구할 뿐이다. 이게 무리한 요구인가?

    결론적으로, 윤석열은 자신이 공부했을 것인 노동법들,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최저임금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무시하고 있다. 그의 지적 수준은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의 내용을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다. 그는 대통령은커녕 동네 통장감도 되지 않는다. 이 말을 하니 동네 통장님들에게 죄송하다. 죄송합니다.

    그는 이제 까발려지기 시작했는데, 아마 정치적으로는 오래 못 갈 것 같다. 남은 문제는, 서서히 사라져갈 것인가, 혹은 갑자기 추락할 것인가만 남은 것 같다. 잉게보르크 바흐만(혹은 바하만)의 말처럼(4), 그에게 날개가 있다면 후자가 될 것이다.

    사족 하나 달며 끝낸다. 조국과 추미애는 이준석이나 윤석열 같은 이들이 급부상하게 만든 것에 자신들의 책임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고는 있을까? 알고 있다면, 반성은 하고 있을까?

    <주석>

    1. ‘weep = sweep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어린이의 발음이기도 하며, ‘울다’의 뜻도 내포한다.

    2. 관(coffin) – 굴뚝 속을 상징하는 동시에, 죽음을 상징한다.

    3. Tho’ = Though

    4. 잉게보르크 바흐만 관련 글 링크 /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도서 링크

    필자소개
    레디앙 기획위원. 도서출판 벽너머 대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