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키친’, 멋을 너무 부렸더라.
상인은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요리천재 두레와 함께 사업을 하기로 결정하고 두레를 집에 데려와 동거를 결정하지만 이미 두레와 모래는 우연히 만나 멜롱멜롱까지 한 적이 있다. 짧게 말해서 행복한 부부사이에 한 남자가 끼어듦으로서 바뀌는 감정의 변화들을 수채화처럼 보여주는 영화다.
언뜻 불륜이 불륜으로 끝난다는 점에서 ‘사랑과 전쟁’스럽기도 하고, 결혼에 대한 나름 진지한 고찰이라는 점에서 ‘아내가 결혼했다’와 비슷하다.(‘아내가 결혼했다’가 축구를 매개로 했다면, ‘키친’은 음식을 매개로 삼았던 정도?) 그런데 이 영화, 결론적으로 멋을 너무 부렸다.
하나. 스토리를 위해 인물설정을 너무 무리하게 짜 맞췄다. 순진무구한 모래의 성격을 위해 장사도 안 되는 헨드메이드 우산가게를 서울 한복판에서 경영하는 설정은 공감가지 않고, 음식점에 올인하는 상인 역시 영화의 시나리오를 위한 설정 짜 맞추기의 느낌이 들었다.
둘. 너무 복잡하다. 셋의 감정선을 표현하기에 말 하나, 행동 하나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 영화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얽히고 설킨 것이 너무 많다. 말 하나하나는 억눌려져 있고 함축적이다. “너 언제까지 까불래?”와 같이 간결하고도 명확한 메시지는 적다.
이를테면 모래가 두레의 배에 난 흉터에 그림을 그려주는 것도, 상인의 난동으로 부숴진 문들을 모래가 밤새 예쁘게 단장하는 것도, 두레가 마트에서 모래에게 뜬금없이 샹송(?)을 불러주는 것도 일종의 클리셰이긴 하지만 영화 흐름상 쉽게 이해되지가 않는 부분이다. 상업영화에 이런 장치들을 해놓다니..
셋. 결론이 너무 쿨하다. 모래는 상인의 아이를 가진 채 결국 두 남자를 모두 떠나고, 상인은 프랑스로 돌아간다. 이혼한 뒤에야 자신의 소유욕으로 모래를 곤경에 빠뜨렸다고 판단한 상인은 모래에게 프랑스행을 제안한다. 언뜻 아내가 결혼했다와 비슷하지만 일종의 피해자(?)인 상인이 모래에게 그런 제안을 한다는 것은 쿨해도 너무 쿨하다.
오히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김주혁 분(캐릭터 명이 생각 안나서..)처럼 땡깡부리고 저항하는 것이 훨씬 솔직하고 멋있었다. ‘키친’은 쿨한 엔딩을 가졌지만 덕분에 감정이입은 더 멀어져갔다. 어찌보면 너무나 환타지에 가깝다고나 할까?
영화 자체는 괜찮았다. 주제도 나쁘지 않았다. 사실 요새 결혼제도에 대한 도전이 문화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키친’과 같은 영화가 반가운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비슷한 포멧인 ‘아내가 결혼했다’가 남성의 시선이었다면 ‘키친’은 여성감독의 시선이라 이를 바라보는 것이 색다르기도 했다.
아름답고 화려한 영상을 가진 이 영화는 그러나 멋에 치중한 나머지 너무 꿈같았고 나에게서 동떨어진 영화가 되었다. 설정은 ‘아내가 결혼했다’가 훨씬 말이 안되는데, 전개는 ‘키친’이 더욱 납득되지 않는다. 멋지고 쿨한 이야기를 만드려다 보니 그 틀에 너무 갇혀버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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