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론』과 소개팅 하다
누군가는 ‘변타이!(변태)’라며 기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백하자면, 『자본론』을 짝사랑한지 꽤 되었다. 만나도 알 수 없는 것이기에, 그리고 가질 수 없기에 짝사랑 했다. 대학 다닐 때 도서관에서 그 표지를 만지작거리다. 용기 내어 고백할라 치면 단 눈앞에 펼쳐지는 ‘서문’에서부터 나는 고백의 의지를 접어야 했다.
사람은 힘들 때 위로가 되어주는 것에 홀딱 빠져든다. 그리고 이 자본론이 우리의 어깨를 다독일 수라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배한 자본이란 녀석의 정체, 그리고 그의 전략방식, 그것이 나의 뇌까지 침투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정신을 차리게 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래서 자본론을 짝사랑했다. 맘을 열어주던 열어주지 않던, 그 것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그와 비례해 읽지도 않은, 아니 못한, 그리고 엄두도 안 나는 자본론에 대한 짝사랑 때문에 그 상실감도 만만치 않았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았나보다. 지난 몇 년 동안 자본론과 소개팅을 주선해주겠다던 많은 책들이 나왔다. ‘쉽게 쓴’, ‘풀어 쓴’, 심지어 ‘~도 이해하는’ 자본론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책을 읽어도, 자본론은 전혀 다른 존재였다.
몇 달 전 다시 한 번 자본론과 만나보라며 손짓하던 책이 나왔다. 『Hi 마르크스, Bye 자본주의』(하이바이), 이 책이 자본론 짝사랑에 지쳐 포기해가던 나에게 다시 한 번 자본론에 도전해보라고 손짓했다. 그리하야. 속는 셈 치고 소개팅 자리에 다시 나갔고, 자본론에 앞서 ‘하이바이’를 먼저 만났다.
총 평을 하자면. 자본론에 콧대에 질겁했던 사람들은 이 책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거다. “거짓말!”이라며 삿대질 할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쉬운 책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이 어려운 것, 그리고 자본론이 어려운 것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개념, 공식 같은 것 때문일텐데, 이 책은 그 같은 개념과 공식을 쉽게 풀어써준다.
그것도 “지금 나 무시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적절한 비유와 그림, 이어지는 설명은 ‘아. 이것이 그 것이군’이란 깨달음(?)을 얻게 한다. 역시 인간에게 가장 쉽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절한 비유’인 듯하다.
이제 ‘하이바이’의 소개로 다시 한 번 자본론과 소개팅을 하려 한다. 언제할진 모르겠지만, 사실 대한민국은 책 한 권 읽기도 바쁜 사회 아닌가? 자본론과의 만남을 방해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늘 자본주의 아니었던가.
어쨌건 ‘쉽게 풀어 쓸’수 있을 정도로 자본론을 이해하고 있는 저자에게 경의와 질투를 보내며 자본론에 좌절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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