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10/28 『자본론』과 소개팅 하다
  2. 2009/10/20 '도미니카 공화국'에 놀러가다 (6)
  3. 2009/10/19 민주당이어서 슬프다. (3)

『자본론』과 소개팅 하다

누군가는 ‘변타이!(변태)’라며 기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백하자면, 『자본론』을 짝사랑한지 꽤 되었다. 만나도 알 수 없는 것이기에, 그리고 가질 수 없기에 짝사랑 했다. 대학 다닐 때 도서관에서 그 표지를 만지작거리다. 용기 내어 고백할라 치면 단 눈앞에 펼쳐지는 ‘서문’에서부터 나는 고백의 의지를 접어야 했다.

100년도 훌쩍 넘은 이 책이 내 맘을 괴롭힌 것은, 지금 이 사회에서 느끼는 절망감 때문 일거다. 자본은 강력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인간의 관념을 독점했고, 우리는 자본에게 몸도 뺐기고 마음도 빼앗겼다. 그걸 알면서도 저항보다 순응할 수밖에 없는 나. 그리고 우리. 그 절망감 때문일거다.

사람은 힘들 때 위로가 되어주는 것에 홀딱 빠져든다. 그리고 이 자본론이 우리의 어깨를 다독일 수라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배한 자본이란 녀석의 정체, 그리고 그의 전략방식, 그것이 나의 뇌까지 침투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정신을 차리게 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래서 자본론을 짝사랑했다. 맘을 열어주던 열어주지 않던, 그 것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그와 비례해 읽지도 않은, 아니 못한, 그리고 엄두도 안 나는 자본론에 대한 짝사랑 때문에 그 상실감도 만만치 않았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았나보다. 지난 몇 년 동안 자본론과 소개팅을 주선해주겠다던 많은 책들이 나왔다. ‘쉽게 쓴’, ‘풀어 쓴’, 심지어 ‘~도 이해하는’ 자본론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책을 읽어도, 자본론은 전혀 다른 존재였다.

몇 달 전 다시 한 번 자본론과 만나보라며 손짓하던 책이 나왔다. 『Hi 마르크스, Bye 자본주의』(하이바이), 이 책이 자본론 짝사랑에 지쳐 포기해가던 나에게 다시 한 번 자본론에 도전해보라고 손짓했다. 그리하야. 속는 셈 치고 소개팅 자리에 다시 나갔고, 자본론에 앞서 ‘하이바이’를 먼저 만났다.

총 평을 하자면. 자본론에 콧대에 질겁했던 사람들은 이 책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거다. “거짓말!”이라며 삿대질 할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쉬운 책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이 어려운 것, 그리고 자본론이 어려운 것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개념, 공식 같은 것 때문일텐데, 이 책은 그 같은 개념과 공식을 쉽게 풀어써준다.

그것도 “지금 나 무시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적절한 비유와 그림, 이어지는 설명은 ‘아. 이것이 그 것이군’이란 깨달음(?)을 얻게 한다. 역시 인간에게 가장 쉽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절한 비유’인 듯하다.

이제 ‘하이바이’의 소개로 다시 한 번 자본론과 소개팅을 하려 한다. 언제할진 모르겠지만, 사실 대한민국은 책 한 권 읽기도 바쁜 사회 아닌가? 자본론과의 만남을 방해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늘 자본주의 아니었던가.

어쨌건 ‘쉽게 풀어 쓸’수 있을 정도로 자본론을 이해하고 있는 저자에게 경의와 질투를 보내며 자본론에 좌절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Posted by dalgona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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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 공화국'에 놀러가다

   △안구정화용 서비스, 한적한 캐리비언 베이

아무런 의미 없이 단순히 ‘놀러’갔다 온 도미니카 공화국이었다. 한국만한 크기에 한국의 1/10 정도에 불과한 인구밀도, 그리고 1년 내내 따뜻한 열대기후의 이국적인(이국적이 아니라 이국이지만)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캐리비언 베이의 소름끼치는 아름다움을 맘껏 적셔주고 왔더랬다.

바바로 비치에서 3박 4일, 산토 도밍고에서 1박 2일에 불과한 짧은 체류기간이었고 대부분 리조트에 머물며 현지인보다 관광객을 더 많이 만났기에 딱히 이 나라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가 사실 굉장히 민망스럽다. 다만 짧디 짧은 이 여행에서 느낀 몇 가지 단상을 적어본다.

1. 스튜어디스

친구 : 오다가 스튜어디스 연락처 좀 받아다 줘
나 : 스튜어디스는 무슨, 스튜던트 연락처 받기도 어려워

흠, 어쨌든, 이번에 도미니카 공화국을 가기 위해 비행기를 2번 갈아타야 했다. ‘서울-LA’, ‘LA-뉴욕’, ‘뉴욕-산토 도밍고’ 이렇게 3번을 탔는데 ‘서울-LA’는 대한항공을, 나머지는 미국 항공사인 델타항공을 이용했다. 그런데 이렇게 3번을 비행기 타는 동안 그 안의 스튜어디스들 간의 확연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한항공은 한국형, 미국 국내선은 미국형, 산토 도밍고 행은 중남미형이었다.

‘어디가 좋고 어디가 나쁘다’라는 건 아니고, 다만 대한항공은 화려한 서비스 대신 뭔가 팍팍하고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밥도 안주는 델타항공과는 달리 기내식도 꼬박꼬박 챙겨주고 먹을 것도 꼬박꼬박 가져다주고, 왕이 되고 싶지는 않은데, 왠지 왕이 된 기분. 대한항공에서 느꼈다.

미주를 횡단하는 델타항공은 일단 아주머니-아저씨 들이 주를 이룬다는 것 부터가 좀 달랐는데, 여기는 기내식을 돈주고 사먹어야 해 햄버거 같은 걸 들고 타는 손님들이 좀 있었다. 서비스도 대략 1~2번 왔다갔다 하고 보통 승무원 석에서 조근조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도미니카 공화국을 가는 항공기, 시작부터 스튜어디스가 YMCA춤을 추며 노래를 하더니, 한량이들 처럼 손님들과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우리도 돌아올 때 다시 탄 비행기에서 전에 탔던 승무원을 만났는데, 그 분이 ‘왜 벌써가냐?’는 식으로 장난을 걸어왔다)

결정적인건 산토도밍고 공항 도착 직후, 손님들이 갑자기 무사착륙을 축하하며 박수(?!)를 치기 시작하더니 스튜어디스가 축하기념 노래를 방송에 대고 부르기 시작했다.(기장님의 운전도 매우 터프했다. 커브 돌자마자 이륙 ㅡㅡ) 어쨌든 그들을 보며, 아. 여기가 중남미구나 싶었더랬다.

2. 말

오래있지는 않았지만 그 동네에 있는 몇 일 동안 내가 가장많이 들었던 말은 ‘올라’와 ‘그라시아스’, 우리나라 말로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정도가 되겠다. 보통 모르는 사람끼리도 오가며 인사하고 장난을 걸거나, 아주 사소한 것까지 “감사합니다”를 말해주는 이들의 문화는, 사실 좀 부럽기도 했다.

만약 한국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안녕하세요”를 해보면, 정말 미친사람 취급을 받거나 상대방이 심히 당황할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 가장 듣기 어려운 말 중 하나가 바로 “감사합니다”아니었던가, 가만히 한국에서는 어떤 말이 가장 많이 들려왔는지 고민을 해 보니 기억 나는게 없었다. 너무 소통에 닫힌 사회가 아니던가.

3. 노동

“아유, 쟤들은 뭐 저렇게 밖에서 논다니”

우리 엄니께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밖에서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사람들을 보며 한 말이다. 그 나라에서도 노동을 할 텐데, 이 나라에서 약 10개월을 살아온 누나에 따르면 노동시간 도중, 저렇게 수다를 떨고 논다고 한다.

“저러니까 후진국이지”라며 혀를 차는 혀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나라가 경제지표에서 한국보다 훨씬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통계에서 행복도가 2위에 이르렀다는 결과가 나왔다. ‘잘 사는 것’과 ‘행복하게 사는 것’, 어느 것이 우리에게 소중할까?

서비스가 좋은 지역에서만 있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종업원들이 굳은 얼굴로 일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하긴 술집에서는 한국처럼 바쁘게 벨을 눌러대지도 않고 손님들도 웃는 얼굴로 “고맙습니다”를 말한다. 힘은 들겠지만, 얼굴 굳힐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Posted by dalgona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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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구쟁이 2009/10/21 1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곧 여행 후기 쓸 것임 음하하하하

    • dalgona82 2009/10/21 13:53  댓글주소  수정/삭제

      스튜어디스에겐 꼭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셔야 해요. ㅋㅋㅋㅋㅋㅋ

  2. 모딜 2009/11/04 22: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난 중국 비행기 타면서 비행 중간에 떨어지지 않은것만으로도 최고의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절절히 느꼈지.. 아무리 럭셔리 기내식에 초 친절 초 미녀 아가씨면 뭐해.. 일단 하늘에서 떨어지면 서비스 꽝이여~(ㅡ.,ㅡ);

  3. 레이라 2010/01/14 0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계속 지내다보면 가끔은 피곤하기도 해.
    회사에서 화장실 갈때도 수십번은 '올라''올라' 거려야 하니까.
    (빨리 볼일 보고 일해야 한다고-_-)

  4. 님하사진도좀 2010/02/28 17: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에 여행기 같은거 또 올리실거면 사진좀 더 올려주세요~

  5. 박혜연 2010/02/28 23: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델타항공의 스튜어디스들은 제가 그 비행기를 안타봐서 모르는데... 전부 아줌마내지 할머니들이라고 들었어요! 뭐 유럽권이나 미국 캐나다같은 서구선진국의 스튜어디스들도 아가씨는 신규항공사말고 찾아보기가 어렵다더군요?

민주당이어서 슬프다.

‘야4당 연대’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요새 이게 참 묘하게 흘러간다.

처음 이 카드를 꺼낸 것은 민주당이다. 지난해 총선 참패 후 당 지지율은 고착상태고 이 난국을 타개할 활로는 보이지 않았을 때, “이명박 정부의 독재적 횡포에 맞선 야당들의 연대연합”을 꺼냈다. 지방과 중앙을 막론하고 한나라당이 정치전반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구책은 없이 꺼낸 일종의 땜질처방 같은 느낌이었다.

이 민주당이 내미는 손을 야당들은 잡았지만, 진보신당 같은 경우는 경계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말이야 연대투쟁이라고 하지만, 민주노동당도 사실 민주당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적극적인 민주당과는 달리 다른 야당들은 다소 소극적으로 보였다. 민주당 땜질처방에 ‘낑기가가’ 정신 못 차리진 않겠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안산에서 열리는 선거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이 ‘야4당 연대’를 강조하는 반면, 민주당은 엿차하면 이 상을 걷어 찰 기세다. 왜 이럴까? 야3당의 상황은 지난해와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변한 것은 민주당이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만 해도, 민주당이 얻은 의석이 불과 1석이었다. 전라도에서도 민주당은 무소속에게, 지방권력은 민주노동당에게 졌다. 그런데 상황이 변했다. 변화의 시작은 노무현-김대중 두 전직대통령의 죽음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악마화 시켰다. 그리고 그 중심에 민주당을 등장시켰다.

한나라당의 1당 독재는 여전하지만, 이제 민주당은 ‘야4당 연대’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 그건 민주당 자신의 환골탈태 때문이 아니라 전직대통령의 죽음으로 이어진 상황변화 때문이다. 이번 안산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이 보여주는 ‘우아한 모습’은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가 1등이니까. “함께 가자”가 아닌 “나를 따르라” 식의 ‘야4당 연대’만이 필요해진 것이다.

무소속 임종인 후보는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의 지지를 받았다. 여기에 후보등록 없이 민주당이 동참하면 ‘야4당 연대’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후보를 냈다. 그리고 여론조사 1등을 달리고 있다는 이유로 단일화 테이블을 엎으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 테이블의 중심에는 ‘당명’에 있다. 당명이 뭐 그리 중요하겠냐 만은 사실 이게 그렇지 않다. 나머지 야3당의 지지율을 더해 봐야 민주당 반 정도 미치는 상황에서 후보단일화 여론조사에 당명을 걸어놓을 경우 민주당이 얻는 힘은 상당하다. “1번 민주당 000 후보, 2번 무소속 000 후보”라는 문항이 나오면, 여론은 어디로 흐를 것인가?

물론 민주당도 정당이고 후보를 낼 자격과 의무가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야4당 연대’를 위해 기득권까지 버릴 수 있다고 했다. 무엇을 버렸는가? 오히려 지금의 민주당은 “1위 후보와 3위 후보의 단일화가 말이 되냐”며 코웃음 치고 있다. 다른 야당들 무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3당을 챙길 정신이 있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죽어라 한나라당 대 민주당의 대결구도를 만들 것이고, 이는 지난 몇 십년간 이어진 구도, 그대로다.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나 새로운 정치를 죽이는 것은 한나라당과 함께, 민주당이다.

이러니 국민들이 정치에 희망을 가질 수가 없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국민들의 통찰은 정확하다. 우린 이미 민주당 정권도 경험했고 민주당 아래의 지방정부를 경험한 적도 있다. 무엇이 변했는가? 이는 또다른 문제이기도 하다. 지역정치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과연 얼마만큼의 차이가 있는가? 4대강 사업 영산강 부분에 대한 민주당 단체장들과 의원들의 입장은 무엇인가? 계양산 골프장 건설에 대한 인천 민주당 의원들의 입장은 무엇인가?

이래저래, 하필 민주당이 야당 중 1등이라 슬픈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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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구쟁이 2009/10/19 17: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수야당의 태생적 한계

  2. unknwon 2009/10/27 11: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중도 성향 지지자로서 너무 극단적인 논리인것 같아 반박을 하려고 했지만, 어차피 해봤자 쓸데없는 짓인것 같아 그냥 씁쓸한 심정만 밝히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