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어서 슬프다.

‘야4당 연대’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요새 이게 참 묘하게 흘러간다.

처음 이 카드를 꺼낸 것은 민주당이다. 지난해 총선 참패 후 당 지지율은 고착상태고 이 난국을 타개할 활로는 보이지 않았을 때, “이명박 정부의 독재적 횡포에 맞선 야당들의 연대연합”을 꺼냈다. 지방과 중앙을 막론하고 한나라당이 정치전반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구책은 없이 꺼낸 일종의 땜질처방 같은 느낌이었다.

이 민주당이 내미는 손을 야당들은 잡았지만, 진보신당 같은 경우는 경계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말이야 연대투쟁이라고 하지만, 민주노동당도 사실 민주당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적극적인 민주당과는 달리 다른 야당들은 다소 소극적으로 보였다. 민주당 땜질처방에 ‘낑기가가’ 정신 못 차리진 않겠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안산에서 열리는 선거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이 ‘야4당 연대’를 강조하는 반면, 민주당은 엿차하면 이 상을 걷어 찰 기세다. 왜 이럴까? 야3당의 상황은 지난해와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변한 것은 민주당이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만 해도, 민주당이 얻은 의석이 불과 1석이었다. 전라도에서도 민주당은 무소속에게, 지방권력은 민주노동당에게 졌다. 그런데 상황이 변했다. 변화의 시작은 노무현-김대중 두 전직대통령의 죽음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악마화 시켰다. 그리고 그 중심에 민주당을 등장시켰다.

한나라당의 1당 독재는 여전하지만, 이제 민주당은 ‘야4당 연대’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 그건 민주당 자신의 환골탈태 때문이 아니라 전직대통령의 죽음으로 이어진 상황변화 때문이다. 이번 안산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이 보여주는 ‘우아한 모습’은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가 1등이니까. “함께 가자”가 아닌 “나를 따르라” 식의 ‘야4당 연대’만이 필요해진 것이다.

무소속 임종인 후보는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의 지지를 받았다. 여기에 후보등록 없이 민주당이 동참하면 ‘야4당 연대’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후보를 냈다. 그리고 여론조사 1등을 달리고 있다는 이유로 단일화 테이블을 엎으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 테이블의 중심에는 ‘당명’에 있다. 당명이 뭐 그리 중요하겠냐 만은 사실 이게 그렇지 않다. 나머지 야3당의 지지율을 더해 봐야 민주당 반 정도 미치는 상황에서 후보단일화 여론조사에 당명을 걸어놓을 경우 민주당이 얻는 힘은 상당하다. “1번 민주당 000 후보, 2번 무소속 000 후보”라는 문항이 나오면, 여론은 어디로 흐를 것인가?

물론 민주당도 정당이고 후보를 낼 자격과 의무가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야4당 연대’를 위해 기득권까지 버릴 수 있다고 했다. 무엇을 버렸는가? 오히려 지금의 민주당은 “1위 후보와 3위 후보의 단일화가 말이 되냐”며 코웃음 치고 있다. 다른 야당들 무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3당을 챙길 정신이 있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죽어라 한나라당 대 민주당의 대결구도를 만들 것이고, 이는 지난 몇 십년간 이어진 구도, 그대로다.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나 새로운 정치를 죽이는 것은 한나라당과 함께, 민주당이다.

이러니 국민들이 정치에 희망을 가질 수가 없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국민들의 통찰은 정확하다. 우린 이미 민주당 정권도 경험했고 민주당 아래의 지방정부를 경험한 적도 있다. 무엇이 변했는가? 이는 또다른 문제이기도 하다. 지역정치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과연 얼마만큼의 차이가 있는가? 4대강 사업 영산강 부분에 대한 민주당 단체장들과 의원들의 입장은 무엇인가? 계양산 골프장 건설에 대한 인천 민주당 의원들의 입장은 무엇인가?

이래저래, 하필 민주당이 야당 중 1등이라 슬픈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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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구쟁이 2009/10/19 17: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수야당의 태생적 한계

  2. unknwon 2009/10/27 11: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중도 성향 지지자로서 너무 극단적인 논리인것 같아 반박을 하려고 했지만, 어차피 해봤자 쓸데없는 짓인것 같아 그냥 씁쓸한 심정만 밝히고 갑니다.

각 당에 추천한다. 바로 이 축구팀을!

6월 임시국회가 얼마 안 남았다. 미디어법, 비정규직법, 한미FTA 본회의 비준 등 대한민국 사회를 뿌리부터 뒤흔들 쟁점법안들이 바로 이 6월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각 정당은 모두 다른 입장에서 서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야는 물러설 이유가 없지만) 어쨌건 강하게 한 번 맞붙을 텐데, 그 전에 축구 응원이나 한 번 하면서 분위기 한 번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그러고 보니 시즌이 끝났군요! 어쨌든 재방이라도 보삼)

이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원내에 의석이 있는 각 정당이 좋아할만한 유럽의 축구클럽들을 추천하겠다. 정당관계자들이, 또는 축구팬들이 보면 이 어설픈 연결이 짜증날 수도 있겠으나. 그야말로 재미로 읽어주셨으면 한다.(저도 나름 축구 좋아한다구요)

1. 한나라당 - AC밀란

한나라당이 좋아할 만한 팀이다. 일단 AC밀란은 뿌리 깊은 전통의 강호이자 세리아A의 지배자다.(뭐.. 최근 인터밀란에 밀리고 있다만) 한나라당도 그렇다. 공화당 때부터 해서 민정당, 민자당 아주 전통이 깊다. 그리고 늘 사회적 강자로 살아왔다.

각 단체의 수장들의 스타일도 엇비슷하다. AC밀란의 구단주는 모두 알다시피 그 유명한 ‘베를루스코니’다. 다들 느끼고 있겠지만 이 이탈리아의 총리는 이명박 정부의 롤모델이다. 특히 언론에 대해서는 두 단체의 수장들이 아주 흡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셋째 평균연령이 꽤 높은 팀이다. 물론 카카나 파투같은 아직 젊고 좋은 선수들이 있다. 한나라당도 젊은 사람들이 있긴 하니까. 그러나 대체적으로 연령대가 높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지만 어쨌건, 말디니는 40을 넘어서도 팀의 중심으로 활약했고, 호나우지뉴도 30이 넘었다. 베컴도 35살인가 된다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70대, 실세로 꼽히는 이상득 의원도 70대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의원들의 평균연령도 높다. 이렇게 두 단체는 유사점들이 너무 많다. 자신만만하게 추천하는 이유다.(AC밀란 팬 여러분들의 악플은 달게 받는다. 저를 벌하소서)

2. 민주당 - 뉴캐슬 유나이티드

요새 아주 흡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뉴캐슬은 프리미어리그의 전통의 강호로, 과거 4번의 우승, 6번의 FA컵 우승기록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50,000석이 넘는 넓은 경기장을 지니고 있다. 민주당도 뉴캐슬처럼 전통의 강호로 자리잡은 정당이고 호남이라는 넓은 기반을 가지고 있다.

나름의 스쿼드도 나쁘지 않다. 아니, 저 정도면 훌륭하다. 마이클 오언, 데미안 더프, 앨런스미스, 조이 바튼 등 괜찮은 선수들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민주당의 스쿼드도 찾아보면 나쁘지만은 않다. 비교적 깊이 있는 정치인들이 많이 소속되어 있는 편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고전을 면치 못한다. 뉴캐슬은 강등위기에 놓여있다. 민주당은 15% 전후의 지지율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감독 탓 일수도 있고 팀의 비전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만약 강등위기에서 구해지더라도 다음시즌에도 똑같은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많다.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이상 과거의 영광을 구현하기 힘들 것이다.

아. 또 공통점이 있다. 핵심선수가 말썽을 부린다. 오언은 계약기간동안 부상을 달고 살면서도 팀을 떠나려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비리혐의에 연루되었고 정동영 전 장관도 민주당의 속을 엄청나게 썩였다. 그런데 뉴캐슬은 오언을 버릴 수 없고, 민주당은 정동영을 버릴 수 없다. 서로 상담 한 번 해보시길.

3. 자유선진당 - 맨체스터 시티

뭐 투자만 하면(맨시티), 창당만 하면(자유선진당) 획기적인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했나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맨체스터 시티가 쉽게 명문구단이 될 수 없듯, 자유선진당은 충청권 세력인 될 수 있을지언정, 위력적인 세력이 될 수 없다.

맨체스터 시티는 호비뉴를 데려오면서 강호를 꿈꿨고 자유선진당은 이회창이 주도했다. 그런데 이걸로 부족하다. 그래서 맨시티는 카카를 노리고 자유선진당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에 러브콜을 날렸다. 결론은? 물론 실패다. 비전도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의존할 구석은 하나씩 있다. 맨시티는 오일달러에 기대고 있고 자유선진당은 극우층 지지에 매달리고 있다. 맨시티는 빅4중의 한 팀이 붕괴하길 기다리고, 자유선진당은 한나라당 의원과 지지자들의 엑소더스를 바란다.(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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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구쟁이 2009/05/21 14: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부가 기다려집니다. ^^

  2. 한니발 2009/10/24 18: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뉴캐슬...

한나라당의 아버지, 민주당의 어머니

이번 4.29 재선거에서 최고로 재수없었지만 미끈했던 캐치프레이즈는 정동영 의원의 ‘어머니, 정동영 입니다’였다. 생떼에 징징거림까지 녹아있는 짜증나던 이 캐치프레이즈는 역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파고들었고, 정 의원은 70%가 넘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또 하나. 지난 어버이날 즈음에서 한나라당사에 걸려있는 캐치프레이즈는 ‘아버지, 당신이 희망입니다’였다. ‘아버지는 가족의 희망, 대한민국의 희망’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어머니를 찾은 정동영은 재선거에 승리했고 재선거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은 아버지를 찾고 있는 재미있는 광경이다.


정동영의 어머니와, 한나라당의 아버지, 아니 정동영 의원은 사실상 민주당의 적자인 만큼, 그리고 십중팔구 민주당으로의 복당할 만큼, 정동영의 어머니는 민주당의 어머니이며, 이 캐치프레이즈는 ‘민주당의 어머니’와 ‘한나라당의 아버지’라 확대해석할 수 있겠다.

어쨌건 이 두 캐치프레이즈를 보며 느낀 복잡다난한 감정이 있었다. 혼재된 감정이 정리되고 문득 두 캐치프레이즈가 가진 고리를 풀다보니 이런 듣보스러운 결론이 나왔다. “한나라당의 아버지와, 민주당의 어머니는 부부, 결국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한 가족”(수수께끼는 모두 풀렸어!)

사실 두 정당은 공통점이 참 많다. 범민주당의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서민과 중산층의 지지를 받고 출범했지만 구조조정과 부동산 버블로 중산층을 붕괴시켰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정부는 서민과 영세층의 지지를 받고 출범했지만 그 결과물은 부자감세다. 그들은 철저히 지지층을 배신하고 외면했다.(그리고 그 과실은 똑같이 부유층에 갔다)

다른 정권임에도 결론이 같은 이유는 그들의 가훈이 같이 때문이다. 바로 ‘닥치고 경쟁’, 신자유주의다. 구조조정과 재벌특혜로 이들이 벌려놓은 소득의 양극화는 교육의 양극화로, 교육의 양극화는 더욱 큰 격차의 소득 양극화로 이어진다. 다만 사람을 채에 넣고 탈탈 털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한나라당은 “병신”소리를 하고, 민주당은 “쯧쯧쯧”이라고 하는 차이정도랄까?

비정규직도 그렇다. 같은 경제위기 속에서도 다른 국가는 사회연대의식을 고취시키고 일자리나누기를 했지만(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일자리나누기와는 전혀다른..) 우리나라는 구조조정으로 해고바람을 몰았다. 그렇게 해고된 사람들은 자영업을 하고 포화된 자영업은 망한다. 그리고 이들은 비정규직으로 다시 회사에 들어간다.

비정규직법, 한미FTA를 만들어낸 것은 모두 민주당이다. 미디어악법이 굉장히 중요한 악법임은 분명하지만, 그만큼이나 중요한 비정규직법이나 한미FTA에 대해 명확한 입장정리를 못하는 것은 민주당의 이와 같은 한계 때문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며’ 자신을 숨겨왔다. 그랬던 민주당이 최근 핏줄증명을 하고 나섰다. 민주당류인 정동영은 ‘어머니’를 찾으며 “우리가 남이가”를 외쳤고 당은 ‘뉴민주당 플랜’을 들고나왔다. "이념을 뛰어넘어 중도실용", 어디서 많이 들었다. 바로 제작년 연말,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읽어준 동화책 구절, 그대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집안에서 복닥거리는 양 당을 보며 짜증냈던 유권자들은 독립을 꿈꿀 필요가 있다. 새집증후군을 무서워 말고 당당히 다른 가정을 찾아야 한다. 조짐은 나타난다. 영남에서 진보신당 후보가 당선되었고 호남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비록 이번선거에서 의미있는 득표는 못했지만 시민직접후보도 괜찮다. 최소한 막장집안 3류 드라마를 찍는 저 집안에서 가슴만 치며 삐쩍 말라갈 필요는 없지 않는가?

Posted by dalgona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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