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글을 바꿔보니
한번 기억을 해봅시다.
민주노동당은 한미 FTA 비준안을 몸으로 막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실제 그것이 헛말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밀어 붙였으니,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통외통위 회의장을 점거하고, 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허겁지겁 회의장소를 옮겨 비준안을 상정하고, 강기갑 의원은 단식하고, 한쪽은 희희낙락하면서 회의장을 빠져 나가고,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당시 우리 국회에서 비준하면 미국이 딴소리 안하고 비준을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을까요? 당시 당선이 유력했던 오바마 당선자의 말은 국내 선거용 헛소리가 아니었고, 하원은 이미 “한미FTA에 더 먹을 것이 많은데 왜 더 못가져왔냐”고 주장하며 FTA를 반대했던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당시에도 미국이 비준을 하지 않고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았는데, 그땐 어떻게 했지요?
“퇴임 전 FTA비준을 보고싶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이명박 정부는 취임전 회동에서 FTA 비준을 공유했습니다. 그렇게 비준 통과해 놓고, 미국에 퍼주는데 아무 거리낌 없는 이번 정부가 미국의 요구로 재협상에 나서게 된다면, 다시 온나라가 발칵 뒤집어 졌겠지요. 이미 국민건강권 내주며 FTA처리해달라던 정부였지 않습니까?
예전 미국이 한미FTA통과 이후 재협상을 요구했을 때 어떻게 되었습니까? “한 자도 고칠 수 없다”는 참여정부는 한미 FTA를 무산시키고 싶지도 않고, 미국의 체면도 무시하기 어려웠었지요
결국 재협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실제로는 재협상을 하면서 추가 협상이니 무슨 조항이니 하는 이름으로 바꾸어서 체면도 살리고 국민의 반발도 무마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협상을 허겁지겁 , 얼렁뚱땅 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제대로 따지고 챙기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추가 협상이 국회의 비준 대상이다, 아니다를 놓고 민주-한나라와 민주노동당 간에 대판 싸움이 다시 벌어졌고, 국회에서 다시 한판 육탄전을 벌여야 했습니다.
지금 위의 글은 노무현 전 대통령님(노공이산)께서 11일 쓰신 '한미 FTA를 살리자고 한 말입니다.'의 단어만 좀 바꾼 것입니다.
기억 안나십니까?, 정말 기억이 안나셔서 이런 글을 쓰신 것입니까?
그래도 오늘 글은 “FTA를 죽이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살리고자 하는 것”이라는 진정성이 있었습니다. 난 잘못없고 상황은 바뀌었으니 FTA를 죽이자고 하셨다면, 정말 논할 가치도 없지요
그런데 그 상황논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전임 대통령께서는 “미국의 정권이 달라졌고, 금융위기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으며, 미국도, 세계도, 그리고 한국도 앞으로 금융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손질을 해야 할 것”이라며 불가피하게 재협상을 하셔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이런 사정인데도 옛날에 초안에 도장을 찍었으니 그냥 가자고 해야 하는 것이냐”며 “세상이 바뀌어도 꼭 같은 주장만 되풀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며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하셨습니다.
당시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바뀌었다고 하십니다. 저는 “그렇지 않다” 이에 대한 비판은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님, 솔직하지 못하십니다’란 글에서 했었습니다. 상황은 변했어도 FTA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제 내공(?)이 심히 부족하니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의 글을 링크하겠습니다.
전에도 말씀 드렸듯이 노 전 대통령이 지난 과오를 인정하고 한미FTA를 반대하신다면, 진정으로 환영할 일입니다. 그것이 전략적 선택이든 어쨌든, 동지를 하나 더 얻은 것이지요, 문제는 상황이 바뀌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과오를 정당화 시키는 것입니다.
가정을 하나 해봅시다. 이명박 대통령이 5년 임기 퇴임 후 차기 대통령이 오른지 8개월여 되는 상황에서 지난 쇠고기 추가협상 때 했던 미 업체의 자율결의를 미국 업체들이 해제한다고 합시다. 그리고 마침 미국에서 인간 광우병으로 인한 사망사건이 발생했다고 가정합시다.
퇴임하신 이 대통령이 어느 날 글을 올려 “국민이 불안해하면, 수입하지 않는 것이 맞다. 당시 미국에선 광우병 걸린 사람이 없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이건 입장이 바뀐게 아니라 전략적인 문제”고 합니다. 납득할 수 있습니까?
납득이 되려면 "지난 쇠고기 협상은 이러저러한 과정에 의해 했고, 난 이러저러한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에 인간광우병으로 돌아가신 분을 보니 내가 너무 성급하게 판단한 것 같다, 수입하지 않는 것이 맞겠다"라고 해야 하지요
한미FTA자체가 문제입니다. FTA보다 노동자, 농민, 서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복지를 확충하고, 해가 다르게 늘어나는 등록금을 잡고 하루가 다르게 뛰는 집값을 잡았어야 하는 것입니다.
FTA로 돈이 들어온다고, 그 돈은 어디로 갑니까? 온몸에 돌아야 하는 피가 얼굴에 몰려있어 화색이 좋아진다고, 그 신체가 건강한 신체입니까? 대체 전략적 방침으로 수정되어야 하는 FTA가 무엇을 위한 FTA입니까? 노 전 대통령님의 글, 어제보단 진실했습니다. 그런데 비겁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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