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동쪽'이 '신파'만은 아니다.
'이 글은 14회 까지만 보고 작성한 글로, 그 이후 극 전개에 무관하게 딱 고거 전까지만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신파'란 평가는 14회 이전에도 있었고 저는 이 드라마에 녹은 디테일한 현대사와 관련해 글을 쓰고자 합니다' - 이렇게 썼는데 15회부터 완전 신파면 어떻하지?? ㅜㅜ
수트발이 간지나는 송승헌의 복귀작, 권상우랑 나오기로 계획되던 '슬픈연가(이거 맞나?)' 직전 군대에 그야말로 끌려가버린(당시 난 말년병장 훗..) 송승헌이 제대 후 선택한 드라마가 바로 '에덴의 동쪽'이다. 당연히 관심집중, 관심이 집중되니 이 드라마, 그야말로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잘 알진 못하는 데 이 드라마를 둘러싼 몇 가지 아쉬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소한 사항이지만 이연희의 연기력을 지적하는 것들과, 초반과 달리 드라마가 점차 '신파'로 치닫고 있다는 비평이 그것이다. 우선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이연희 연기에 대해 짧게 코멘트 하자면, 예전엔 이정도로 못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왠지 극중 컨셉에 뭍혀버린 느낌이 강하다는 느낌이었다.
오늘 내가 비평을 비평하려는 것은, 앞서 설명했 듯, 이 드라마가 "조낸 신파적"이라는 비평되겠다. 드라마의 반이 우는 장면이고, 음악은 애잔하며, 왠지 다음 대본을 공개하지 않아도 짐작할 것만 같은 이 드라마에 '신파'란 이름이 사실 어울려 보인다. 그럼에도 내가 이 드라마에 환호하는 이유는 7~80년대 현대사를 관통하는 개인의 삶을 아주 세밀하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장면 #1. 탄광노동자 노조탄압
지난 1980년 4월, 강원도 정선군에서 발생한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광부 총파업은 동원탄좌의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고생하던 탄광노동자들이 당시 어용 노조위원장의 일방적인 임금협상에 반발해 벌인 농성으로, 이 농성에서 광부 5명이 경찰차에 치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흥분한 광부들이 사북읍으로 가두시위를 벌였고 결국 합의에 성공했지만 5.17 비상계엄 이후 70여명의 광부와 부녀자들이 연행되고 40여명이 구속된 사건이다. 이는
사북노동항쟁으로 불렸다.
(
http://blog.daum.net/smash47/5355808)
최근 탄광노동자들이 진폐증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 당시 상황을 디테일하게 그린 '에덴'의 초반 전개는 그야말로 호평을 받았다. 이기철의 어깨에 선명한 노동의 흔적과 정부-재벌로 이어지는 노동자 탄압을 개인사와 엮어 기가막힌 드라마를 만들어 냈다. 어디 광부 뿐이랴, 6~70년대, 소위 박정희의 공으로 취급받는 급격한 경제성장의 배경엔 탄광노동자는 물론 우리네 부모님들의 어깨에도 저런 상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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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은 과거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다 알고 있었다. 물론 하나하나 세세히는 몰랐지만 노동자나 노조가 살인적인 탄압을 받는다는 것은 모두들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묵인했다. 먹고 살기 위해서. 그것이 모두에게 상처가 되었다. 또, 노동의 처지가 그랬다는 것은 결국 서민의 처지도 그랬다는 얘기다. 한국인은 고통스럽고 한 맺힌 한 세월을 살았다. 묵인한 방조자로서, 동시에 고통을 겪은 서민 당사자로서, 모두가 가슴 속에 상처를 갖고 있다.
(하재근-<에덴의 동쪽>, 눈물이 흘러내렸다,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0807) |
장면 #2. 철거촌 투쟁
대학생 때, 철거촌에 들어가 철거민들과 함께 2일 동안 생활했던 적이 있었다. (사실 무섭고 정말 가기 싫었는데 선배들에 의해 억지로 손 끌려 들어갔었다.) 지금으로선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인데 에덴의 동쪽 철거촌 투쟁을 보니 문득 당시 생각이 났다. 에덴의 동쪽이 80년대 초반 철거촌 투쟁을 담고 있고, 난 2000년 이후 철거촌에 들어갔었는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건설회사의 무법, 그걸 법으로 비호해주는 정권은 29만원 때랑 당시 김대중 대통령 때랑 큰 차이가 없어보였다. 이 드라마에서 나타났던 '운동권들의 오바'도 현실에서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신태환과 이동욱이라는 극의 전개장치가 있었지만, 이를 제외하고라도 극과 현실은 비교적 비슷하게 닮아 있었다.
지금은 다른가? 바로 얼마 전인 10월 9일 '왕십리 뉴타운'세입자들에게 들이 닥친것은 역시 용역깡패였고, 이들은 대책위를 폭행했고 출동한 경찰은 이를 묵인했다. 이에 항의하며 도로에 나간 40여명의 주민들에게 경찰이 내린 것은 연행조치, 이날 4살 어린이도 어머니와 함께 연행되었다. 요셉이(맞나?)를 죽인 태성건설과 이들 건설사 용역깡패, 그리고 경찰, 무엇이 바뀌었을까?
(참조기사 참세상 -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id=44430&page=1)
(참조기사 성동저널 -
http://www.songdongnews.com/sub_read.html?uid=2971§ion=section4)
장면 #3. 미 문화원 점거사건과 조선일보
오랜만에 반가운(?) 장면도 나왔다. 미 문화원 점거사건, 이 극에서 혜린이가 민회장에게 항의하는 장면에서 '광주의 피'를 언급하는데 미 문화원 방화사건은 바로 전두환 정권의 광주학살을 방조하는 미국에게 항의하기 위해 대학생들이 1985년 미 문화원을 점거, 항의한 사건이 되겠다. 당연히 당시 점거에 나섰던 70여명의 대학생들은 모두 구속, 극 중 이동욱처럼 무참히 고문을 받았다.
그리고 여기서 거의 브로커 활동을 하고 있는 민회장이 나오는데 아마 모두가 민회장과 한세일보를 보며 '조선일보'를 떠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조선일보는 군부독재 비호하며 무럭무럭 성장해나갔는데, 80년 8월 경, 전두환이 광주의 피를 먹고 제 1권력자로 부상했을 당시, 조선일보는 '인간 전두환'이란 제목의 기사로 적극 그 뒤를 뒷받침 하는 등 독재권력에 빌붙어 호사스런 권력을 누리기도 했다.
드라마에서는 민회장이 엄청 비굴하게 국회장이나 신태환에게 완전 밀리는 것 같지만, 사실 모든 커넥션이 민 회장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당시 전두환 정권에 충성을 다했던 조선일보는, 어땠을까?
당시에도 조선일보 절독운동이 펼쳐졌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당시는 오히려 2008년 촛불정국 파괴력에도 미치지 못했다. 조선일보가 가장 강한 도전을 받았던 2008년, 조선일보의 미래는 무엇일까? 그리고 여전히 살아있는 조선일보는 어떤 모습으로 생존해 나가고 있을까? 민회장이 아직 살아있는 것은 아닐까?
결론 - 에덴의 동쪽이 신파만은 아닌 이유
그 밖에도 현대사를 느낄 수 있는 여러 장면들이 있었다. 특히 80년대는 5.18관련 기획 발제를 준비하면서 이것저것 많이 봐서 그런지, 난 더욱 에덴의 동쪽을 보며 애틋했다. 눈물 쏙 빼는 신파가 가미되어 있지만 이 드라마는 현 시대를 비추는 잘 만들어진 거울이다.
사랑의 과정은 비교적 짧고 사랑에 개입하는 말아먹을 80년대 사회상은 잘 보여진다. 이 드라마의 사랑은 유치하지만, 사랑이 이뤄지는 장소는 가슴아픈 시공간이다.
앞으로 에덴이 어떤 결말이 될지, 신태환이 이동철에게 잡힐지, 한지혜(극 중 이름 생각이..)가 동욱이 어머니를 용서할 지 사실 그 결말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문득 이 드라마를 다 보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 전 재산 29만원으로 미국행 퍼스트 클래스 비행기를 타는 '능력자'가 여전히 너무, 지나치게 건강함을 느끼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민주정부든, 이명박 정부든 여전한 권력과-자본의 유착과 그리고 그 가운데 자신들이 왜 당하는지도 모르고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당하고 있을 이기철 가족이 생각나기도 한다.
가장 아팠던 현대사를 관통하는 이 가족이야기는, 조금 유치한 전개이기도 하지만, 우리 가족들이 겪었던, 그리고 아직도 겪고있는 비극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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