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생태보고서
6. 20대, 사랑을 뺏기다. - “형, 전 알렉스가 싫어요”
일반화 시킬 수 없는 이야기지만, 20대 남성들에게 ‘연애질’이 점점 위험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몇 해 전인가. 한 후배 녀석은 나와 술을 먹다가 여자친구와 싸웠다며 진심어린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형, 전 알렉스가 싫어요”
‘우리 결혼했어요’란 프로그램은 ‘현실감’을 강조하지만, 사실은 ‘판타지’를 자극하는 소재다. 특히 프로그램의 초반에 등장했던 몇몇 커플들은 그야말로 초현실적인 결혼생활로, 오히려 너무 빈곤한 설정이었던 정형돈-사오리조를 ‘현실적’이라며 돋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특히 신애와 가상 결혼생활을 했던 알렉스는 요리, 빨래, 청소 등 우수한 집안일 실력과 다정함,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이벤트로 누군가에겐 부러움을, 누군가에겐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나 역시 다소 이 사람에게 절망감을 느꼈던 적이 있는데, 그건 내가 그다지 갖지 못한 다정함 때문이 아니라 이 사람과 나의 상황차이 때문이었다.
현실에서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이 우결이라는 프로그램 말고도 드라마 등 TV에서 나오는 20대 남성들의 대부분은 안정적인 수입을 가진 정규직이거나 돈을 많이 버는 전문직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알렉스와 신애가 했던 결혼생활도 정작 결혼생활에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이 제외된 체 펼쳐지고 있었고, 또는 고소득 전문직이 시청자가 초현실적으로 받아들일만한 아름다운 집에서 그림 같은 신혼생활을 꾸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문제는 영향력이다. ‘픽션’에서 무언가를 만들지 못해낼 것이며, 무언가를 이뤄내지 못할 것인가? 드라마의 주 시청 층이 여성들이다 보니 그들의 환타지를 자극할 소재를 만들어내야 하고, 이것이 드라마 속 남자들과 현재의 남자들의 사이를 계속 갈라놓는다.
4시간 잔업까지 끝마치고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해, 다음날 다시 새벽 6시에 일어나야 하는 생산직 노동자가 1급 호텔 셰프같은 요리를 만들어 대접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며 한 달 150만원도 채 못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여자친구가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오빠 감동이야!”라는 말을 듣고자 하는 욕심 전에 다음 달 막아야 할 카드값이 눈 앞에 아른거릴거다.
물론 여성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남성이 알렉스와 같은 ‘상황’에 놓이길 바라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한다.(그 상황이 되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가 가진 ‘다정함’, 혹은 눈에 띄는 ‘노력’에 감동한다”고 말하곤 하는데, 여성들의 그와 같은 생각과는 별개로 실질적으로 ‘비교대상’이 되는 남성들은 나름 고민과 노력을 기울여도 여간 초라해 질 수 밖에 없는 자신의 모습에 좌절을 하곤 한다.
나와 술을 마셨던 친구도 여자친구와 함께 우결을 보다가 싸웠단다. 뭔가 유치한 것도 같지만 이 친구는 아무리 자기가 노력해도 시간과 돈 없이는 저런 이벤트를 해 주는 것이 불가능한데,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여자친구는 눈이 하트가 되어 바라보고 있으니 가슴이 아팠고, 쪽도 팔렸고, 그래서 “저렇게 좀 해봐”라는 애인에게 울컥 열이 받아 말을 다소 거칠게 했다는 것이다.
미래가 불투명한 학생, 내지는 20대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내 주변에선 아무리 고민하고 노력해도 미디어가 내품는 포스에 비해 연애의 영역이 좁은 것은 사실이다. 나 역시 투덜거리는 그 친구에게 “뭘 집을 사 달라 그랬냐?, 그냥 작은 거라도 해줄 수 있는 걸 찾아봐”라고는 말했지만, TV속 환타지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작은 것’이 ‘큰 것’에 비해 얼마나 소외받고 있고 ‘작은 것’ 하기조차도 얼마나 어려운지, 나 역시 모르지 않는다.
게다가 TV와 현실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잘생긴 고소득, 부자집 남녀들이면서도 달달한 말과 행동을 하는 ‘간지남’들이 브라운관을 장악하는 상황인데 오히려 시청자들의 삶은 점점 더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 나가는 상황이니 이들은 어떻게든 TV속 판타지와 현실의 격차를 줄이고자 할테고 이 반작용은 더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 말같지도 않은 말을 현실적으로 응용해 보자면, 시청자 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꽤나 많은 여성들이 남성들을 ‘이 땅에서 살아가는 노동자’의 한 명이자, ‘한 명의 인간’으로 바라보기 보다. (TV속 간지남들처럼)자신들의 삶을 덮어줄 수 있는, 또 그래야 하는 대상화 한다는 것이다.
점점 여친에 대한 불만들을 털어놓는 친구들에게선 여친이 자신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어렵고 힘든 일들을, 단순히 ‘나에 대한 노력’이란 명목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는 푸념은 꽤나 자주 듣는 이야기다.(그리고 이를 실행하지 못할 때 쏟아지는 ‘변했다’는 말도 꽤나 답답해들 한다)
심지어 “없는 시간 쪼개가며 힘들게 이벤트 했는데, 그 다음엔 뭐하냐, 더 준비한 거 없냐며 화낸 여친”이야기, “아무리 부족해도 소소하게 20평 정도 되는 아파트에는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초롱초롱 눈을 뜨며 바라보던 여친이야기라던지, “적어도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개팅녀 이야기라던지, 가끔 이런 극단적인 예들도 심심찮게 등장하기도 한다.
남자들이 점점 더 투덜거리는 것도, ‘남성인권보장위원회’라는 개그 프로그램이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남보원이란 프로그램을 두고 남성들의 곤궁한 삶에 대한 비판의 대상이 여성이 아닌 보다 구조적인 측면에 맞춰야 함에도 개그 프로그램은 너무 남녀간 각 세우기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며 비판하곤 하는데 이러한 비판이 납득되지 않는 건 아니나. 절망에 가까운 남성 20대 비정규직의 현실에서 너무 멀직이 느껴지는 이 사회의 구조만 비판한다고 살림살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푸념도 이해한다.
즉, 비판의 대상이 ‘여성’이어야 한다는 데는 나 역시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남보원에 열광하는 남자들에게 ‘찌질하다’는 딱지를 붙이는 것엔 더더욱 반대한다는 것이다. 사회구조적으로 봤을 때 아직 남성이 여성보다 강자인 것은 맞지만, 동일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감당해내야 할 몫이 더 커진다면 그 또한 되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다음 장에서 여성의 입장에서 얘기하겠지만) 집 하나 있어야 결혼할 수 있다는 현실, 하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도 돈이 있어야 한다는 현실, 그 두 가지 현실 사이의 모순은 많은 20대 비정규직 남성들을 번민하게 하고, 고통스럽게 한다. 그들이 더 섭섭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가까이있는 여성 20대 비정규직들이 자신의 삶의 처지를 이해해 주지 못할 때 있을 것이다.
TV라는 초현실적인 영역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순간 불행해 진다. 그러나 언제나 초현실은 현실을 압도하고 그 사이 현실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가정도, 경제도, 로멘틱도 점점 더 남성 쪽으로 기울여져 가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계속 이대로 영향을 미칠 결우 20대 여성과 20대 남성의 연대는 요원해지고 ‘연애’한 번 하기 어려운 20대의 현실은 더 절망 속으로 빠져든다. 결국 미디어도 그들의 연대를 막는 셈이 된다.
ps. 우결을 싫어하진 않습니다. 전 즐겨보는 프로이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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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찌질남인 저는 우결을 제대로 본적도 없고 (개인적으로 이런 과대 포장된 쇼 프로그램 보면서 박수치고 좋아하는 사람들 정말 미련해 보입니다. 참고로 저도 미련한 사람인지라 아주 가끔 보면서 웃을 때도 있습니다.) 알렉스에 대해서는 단지 주변 사람들을 통하여 들었을 뿐이지만 그 사람도 진심이라기 보다는 먹고 살자고 한것이 정도가 좀 과했다고 봅니다.ㅎㅎ 그나저나 우결은 정말 무서운 프로그램이네요.. 영화나 만화는 대놓고 초현실적 이야기를 다루지만 이런 프로그램은 현실에는 없지만 있을법한 이야기를 다루니까 더 그럴듯한거 같네요. 그런데 요즘 주변을 보면 여자친구 있는 남자는 별로 없는데 상대적으로 남자친구 있는 여자들은 많다.. 왜 그럴까?
여성도 결국은 피해자다.
종화야 잘 지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이 너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냥 먹고 사는게 막막할뿐...ㅡㅡ
저도 먹고사는게 막막.. ㅠㅠ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을 보면서 웃지만 말고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부담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들좀 해봤으면 좋겠네요.
롤코 이번트 편에---없는 시간 쪼개가며 힘들게 이벤트 했는데, 그 다음엔 뭐하냐, 더 준비한 거 없냐며 화낸 여친---요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ㅋㅋ정말 여자분들 대부분이 이런 마음이라면 남자들은 안습 ㅜ.ㅜ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뭐든지 다 해주고 싶은게 남자입니다. 다만 현실적인 문제(시간,돈 등)가 되어야 가능한거죠 ㅎㅎ
전 요새 그거 안봅니다. 무서워서요.
이번 20대의 연애,사랑얘기는 재미있군요...마치 경험이 풍부하신듯.....ㅡㅡ
글 쉬지말고 올리세요..
너 이녀석, 잡았다 ㅋㅋㅋㅋㅋ
헛....!! 다른 아이디로 돌아올테다...기다려라 달기자...I'll be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