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 대응,
    환경부의 지독한 현실과 이상의 착각
    [정의 경제]현재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기업에 부담?
        2023년 11월 13일 10: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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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위기 대응을 책임진 환경부의 무책임한 의견

    정부의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너무 낮게 잡았다고 지난해 6월 어린이들이 낸 헌법소원에서 국가인권위가 위헌이라고 어린이 입장을 지지해준 것과 달리, 환경부는 지금 목표조차 산업계에 상당한 부담을 야기한다면서 반대의견을 냈다고 국민일보가 12일자로 보도했다. 도저히 기후위기 대응을 실무적으로 책임진 부처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이런 환경부 의견은 심각하다.

    보도된 몇 가지 사실을 간추려보자. 우선 환경부는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 기준연도를 배출량이 정점에 이른 2018년으로 잡은 데 비해, 다른 나라는 2010년 또는 그 이전을 기준년도로 잡았기 때문에, 우리가 2030년까지 매년 감축해야 할 감축률(4.17%)이 다른 나라들(예를 들어 유럽연합은 매년 1.98%)보다 훨씬 높다고 불평한다.

    그런데 이는 환경부가 불평할 사안이 아니라 창피하게 생각해야 할 사안이다. IPCC는 대체로 201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가 45%감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유럽 국가들이 2030년 기간까지 감축비율이 적은 것은 이미 2010년부터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은 2010년 이후에도 계속 늘어났다. 따라서 만약 2010년을 기준으로 40%를 줄이려면 사실 우리나라는 지금 목표보다 훨씬 더 줄여야 하는데, 이를 피하고자 2018년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때문에 지난 10년간 감축을 못한 우리의 문제를 반성해야지 지금 이후 유럽보다 감축률이 높다고 불평할 일이 아닌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온실가스 감축에 불리하다고 환경부는 항변한다. 맞다.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GDP 대비 약 28%로서, 다른 제조업 강국 일본(20.5%), 독일(18.9%), 멕시코(18.1%)보다 높은 편이다. 하지만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의 대부분은 제조업의 산업공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전환, 건물과 교통부문 등에서의 전환에서 나온다. 상대적으로 감축이 어려운 산업공정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은 2030년 이후에나 본격화하는데, 그마나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의 낮은 산업부문의 감축목표조차 더 줄여주었다(기존 15.4%에서 11.4%로 변경). 따라서 적어도 2030년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제조업 비중이 높아서 어렵다는 주장은 확실히 핑계다.

    기후위기의 물리적 현실과 산업계의 비즈니스 현실 사이

    더 가관인 것은, 환경부가 “현행 온실가스 감축 목표만으로도 산업계에 상당한 부담을 야기한다”며 “현실을 도외시하고 이상만을 좇을 수는 없다”고 주장한 대목이다. 산업부가 이런 주장을 폈어도 가당치 않겠지만 환경부에서 이런 의견이 나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생각해보자. 우리는 엄연한 두 개의 현실에 직면해있다. 우선 환경부가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기후위기의 현실’이다. 최근에 쏟아지고 있는 기후위기 관련 통계와 연구들에 따르면, 2023년이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난 12개월 평균 온도가 산업화시기 대비 1.3도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내년에는 더 더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제 1.1~1.2도가 아니라 다시 1.3도를 넘겨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1988년에 최초로 기후변화를 정치권에서 증언했던 대기과학자 제임스 한센 등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IPCC가 위험 한계선으로 제시한 평균온도 추가상승 1.5도를 넘기는 시점이 당초 2030년 중반대가 아니라 2030년 이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한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농도 역시 한치의 예외도 없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데, 지난 10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년대비 약 3ppm정도 높아졌다. 그 결과 1.5도를 지키기 위해 남아있는 탄소예산도 2023년 11월 13일 기준으로 이제 6년도 남지 않은 5년 8개월 정도의 양(약 2,400억 톤)에 불과하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지연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당초의 예상을 뛰어넘어 앞당겨질 정도로 가속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환경부가 엉뚱하게 ‘비즈니스 현실’을 말하고 있는 지금, ‘기후의 현실’은 위험선을 향해 가차없이 질주하고 있다. 이 현실은 우리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이 현실을 바꾸려면 파격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방법 외엔 없다는 소리다. 환경부는 기후위기라는 현실과 절대로 타협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구와 지구에 관통하는 물리학은 인간과 협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비즈니스 현실과 글로벌 비즈니스 현실의 차이

    더 큰 문제는 환경부가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 무지한 채 함부로 비즈니스 현실을 들먹이면서 어린이들의 기후소송에 딴지를 걸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또 하나의 현실인 ‘글로벌 비즈니스 현실’은 기후대응과 온실가스 감축, 이를 위한 탈-탄소산업전환이 대세라는 것을 수용하고 각국 정부들의 녹색산업 전환 정책을 따라가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에너지 전환속도에 가속이 붙고 있다. 태양광 설치 추이를 보자. 독일은 2018년 대비 3배가 늘어난 10기가를 올해에 신규로 설치할 예정이고, 미국 역시 2018년 10.2기가 설치를 했었지만 올해는 35기가 이상을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사례는 좀 더 충격적이다. 2018년 중국의 태양광 설치는 44.3기가였다. 그런데 올해는 무려 155기가 와트를 불과 한해 동안에 신규로 건설할 전망이다. 심지어는 2018년까지만 해도 한 해에 고작 0.2기가 수준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던 프랑스 조차 올해는 3기가 이상을 신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한국은 2018년 태양광 설치 3.6기가에서 올해 약 2.5기가로 오히려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고도 우리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과도하다는 말을 꺼낼 수 있는가?

    특히 독일은 난방에서 탈탄소화를 달성을 본격화함과 동시에, 탈탄소화의 최종단계에 해당할 수 있는 산업공정 분야도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을 서서히 가시화시키고 있다. 독일이 철강, 화학업체, 비료업체 등 산업 분야에서 화석연료를 퇴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그린수소의 활용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 그 사례다.

    미국 역시 과거 대기청정법 이래 최대의 환경관련법이라고 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일명 IRA)’을 통과시킨 후 녹색산업전환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대규모로 추진하고 있다. IRA는 미국 역사상 시행된 기후변화 대책 중 가장 적극적인 대책으로 평가되며 2030년까지 44%의 탄소배출량 감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었던 전기차 관련 지원은 모두 합해 100억 달러 남짓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재생에너지 전력이나 녹색산업생산 쪽에 몰려 있다.

    현실이 아닌 이상에 집착하는 것은 환경부

    이상의 상황을 볼 때, 환경부는 우리의 비즈니스 업계들이 글로벌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기존의 탄소집약적 산업환경에 안주하려는 경향에 따끔한 일침을 가해야 맞다. 그리고 기후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은 속도조절을 하거나 감속을 해야 할 단계가 아니라 오히려 가속을 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해주었어야 했다.

    반복하지만, 비즈니스 현실은 우리가 바꿀 수 있지만 자연의 물리적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기후위기 현실은 절대로 우리가 임의로 변경하거나 지연시킬 수 없다. 더욱이 글로벌 비즈니스 현실도 기후위기 현실에 맞추어서 느리지만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한국의 비즈니즈 현실을 바꿀 차례다. 급변하는 기후위기 현실과 글로벌 비즈니스 현실에 눈감고 우리의 비즈니스 관행을 계속 유지할수 있다고 믿는 것, 그것이 바로 이상인 것이다. 환경부 말대로 이런 냉정한 현실을 외면하고 언제나 이상만 추구할 수는 없는 것 아닐까? 환경부는 어떤 식으로든지 헌법재판소에 낸 의견서를 철회해야 할 것이다. 미래세대인 어린이들이 환경부에서 이런 엉터리 주장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면 너무 실망하지 않겠는가?

    *<정의로운 경제> 연재 칼럼 링크

    필자소개
    녹색전환 연구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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