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군을 죽인 건
    컨베이어벨트가 아니다"
    민영화와 외주화가 태안화력발전소 청년 하청노동자 죽음의 원인
        2018년 12월 12일 04: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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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 ‘위험의 외주화’는 없습니다. ‘죽음의 외주화’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12일 이렇게 말했다. 바로 전날인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선 하청업체 소속의 24살 노동자 김용균 씨가 작업 중 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숨을 거뒀다. 이미 산재사고로 동료를 잃은 경험이 있는 이태성 간사는 이번에도 “제발 죽지 않고 일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간사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발전소 용역노동자의 근로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여러 매체들에 나오는 장면에서 보듯이 거의 탄광과 같은 수준”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용역노동자들은 상시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간사는 “지난 5년간 발전소에서 일어난 산재사고 346건 중 337건, 97%가 하청 노동자의 업무에서 발생했다. 사망사고 40건 중엔 37건이 하청 노동자에게 일어났다. 하지만 발전사는 무재해산재보험금 112억을 감면 받았다. 원청과 하청관계이기 때문에 (하청노동자에게 벌어진 산재사고가) 원청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원청인 발전사는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감점을 준다고 명시하고 있다. 재계약을 원하는 협력업체는 당연히 산재 사고가 발생해도 이를 숨기기에 급급하다. 원청인 발전사가 산재 은폐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간사는 “더 이상 위험의 외주화는 없다. 죽음의 외주화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규정했다.

    그는 지난 10월 18일에 있었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적도 있다. 하청노동자에게만 떠맡겨지는 위험한 업무, 그로 인해 동료를 떠나보내야 하는 남은 동료들의 마음, 그럼에도 은폐에만 혈안이 된 발전사와 업체의 행태를 고발하기 위함이었다.

    “사람이 죽어도 잘잘못을 가리고, 징계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대한민국의 공공기관 화력발전소. 저는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5600명의 노동자가 매일 죽음을 걱정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제발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더 이상 옆에서 죽는 모습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정규직, 안해도 좋습니다. 더 이상 죽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간사는 당시 국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12월 11일, 김용균 씨가 사망하기 불과 두 달 전이었다.

    그는 “이 문제엔 원초적 질문들이 존재를 한다. 지난 20년 동안 진행됐던 발전소 민영화, 또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됐던 공기업 선진화 산업정책, 최근 촛불로 탄생된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 제로화 정책인 노동정책이 충돌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노사, 정부, 국회까지 참여하는 통합적인 해결기구를 통해서 문제의 원천을 해결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발전사 하청업체 소속 청년노동자의 죽음은 2016년 벌어진 구의역 참사와도 흡사하다. 구의역에서 승강장 안전문을 수리하던 19살의 김 군은 혼자 작업하다가 열차에 끼여 사망했다.

    노동계와 지역시민사회계는 ‘고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서부발전 앞 기자회견(사진=공공운수노조)

    이들은 이날 오후 충남 태안에 있는 서부발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군을 죽인 건 컨베이어 벨트가 아니다. 발전사가 직접 운영해야 할 업무를 민영화, 경쟁 도입 운운하며 하청업체로 넘긴 외주화가 죽였다. 비용절감과 경영효율화만이 지상 목표가 되고 노동권, 안전, 생명, 공공성은 내팽개친 공공기관이, 정부가 죽였다”고 규탄했다.

    서부발전은 이번 사고가 노동자 개인의 실수로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지시서에는 ‘즉시 처리’, ‘즉시 지시’가 명시돼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은 “벨트 아래 떨어진 석탄을 제거하라는 지시서가 없었다면, 홀로 작업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김군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8월 13일에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관리자가 하청노동자에게 안전작업 허가서도 없이 업무를 재촉한 사실도 드러난 바 있다.

    이들은 “발전사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거부해 왔다. 정규직 전환 협의조차 하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3,000여명에 달한다. 약속만 하고 돌아보지 않는 대통령, 정규직 전환이 제대로 되도록 책임지고 집행하지 않고 있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며 “구의역 김 군과 태안화력 김 군 무엇이 다르고,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무엇이 다른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편 사망한 고 김용균 군은 최근까지도 ‘정규직 전환은 직접고용으로,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납시다’는 피켓을 들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해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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