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험 확인되었어도
    비용-일정단축 위해 강행"
    현대중공업 474번째 중대재해 사망
        2024년 02월 16일 09: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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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 중 현대중공업에서 노동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15일 노동계는 “비용 절감과 일정 단축을 위한 무리한 작업 강행으로 474번째 희생자가 발생했다”며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금속노조와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부유식 원유생산설비 블록을 옮기는 작업 중 철제 구조물이 내려앉으면서 노동자를 덮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사진=금속노조

    지난 2022년 4월 2일 판넬조립2부에서 일어난 사망 사고 이후 1년 10개월 만에 또다시 발생한 중대재해로,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474번째 사망사고다.

    이 사고로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현 모 씨(62)가 숨졌고, 장 모 씨(51)가 크게 다쳤다. 두 노동자가 소속된 하청업체는 외국기업으로 6명이 일하는 소규모 업체다.

    노조는 “현대중공업은 중대재해 원인 규명을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안전작업계획서, 위험작업허가서, 표준작업지도서, 위험성 평가, 중량물 취급계획서, 도급계약서 등 기본 자료를 노동조합이 요청에도 제공하지 않는 등 중대재해 원인 규명을 방해하고 있다”며 “사고원인 관련해서도 외국기업이라 작업에 대해 잘 모른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3일간 조사 과정에서 사고 현장 작업자와 목격자로부터 확인한 사실에 따르면, 블록 이동 작업을 진행하기 전 무게를 측정하고 무게 중심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던 지난 3일 무게를 측정하는 하중계가 튕겨 나가면서 구조물이 전도됐고 구조물이 약 200mm 틀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이 같은 사고에도 현대중공업은 잭 48개만 교체하고 계속 작업을 진행했고 모듈(구조물)의 위치가 설계와 달라진 데 대한 조치가 취해졌는지는 명확하지 않고, 웨잉 작업(무게 측정 작업) 방식도 중량물을 잘 지탱할 수 있는 잭을 사용하지 않고 스키딩 작업에 사용하는 잭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잭을 사용하면 비용이 늘어나고 일정이 지연되기 때문”이라며 “이처럼 중량물을 잘 잡아줄 수 있는 안전한 방식이 있음에도 비용과 일정 단축을 위해 위험성이 있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스키딩작업 과정에서 계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무리하게 작업이 강행된 이유 역시 다음 날 예정된 해상크레인 사용 등을 포함한 일정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현대중공업은 잘못된 작업방식에 대해서 알면서도 이 방식을 고수했고 결국 중대재해가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블록 이동 작업 과정에서 안전 점검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블록 이동 작업 시 노동자의 출입을 금지하고 검사를 위해 블록에 진입할 경우 낙하물이나 블록 전도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점검 후 작업을 실시해야 함에도 이에 대한 조치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노조는 “현대중공업은 ‘중대재해 없는 1000일’에 도전한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실제 현장에선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무리하게 작업이 강행됐다”며 “말로는 ‘중대재해 없는 1000일’을 얘기하며 실제로는 비용과 일정을 줄이기 위해 위험이 확인되는데도 무리하게 작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선 결코 중대재해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에 ▲대표이사 공개 사과 및 사고원인 규명위한 자료 제공 ▲유족 보상 ▲ 중대재해 매뉴얼 마련 및 이행 등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에도 ▲현대중공업 경영책임자 엄중 처벌 ▲중대재해 사업장 전면 작업중지 명령 ▲특별근로감독 실시 및 안전보건진단 명령 등을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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